“어떻게 된 거예요?”'“어떻게 된 거라니? 정말 바보 같은 질문이군.”'“아니 왜 제 곁에서 주무신 거예요?”'“그것도 바보 같은 질문이긴 마찬가지야.”'“주무시고 싶었으니 그랬겠죠. 하지만 들키면 어쩌려고 그러셨어요? 이건 말도 안 돼요. 드디어 따져야 될 이유는 찾은 것 같네요.”'지민이 눈을 뜨자마자 속사포처럼 내쏘았다.'“좋은 거야, 싫은 거야?”'“놀란 거예요. 기가 막힌 거라구요.”'“여기서 자고 싶어서 잔 거요. 미리 말해두지만 어제 밤에 아무 일 없었어. 피곤에 절어서 녹초가 돼 잠든 여잘 건드릴 만큼 비인간적인 놈은 아니니까.”'“대단히 감사한 일이네요.”'지민이 빈정거리자 두진이 웃었다.'“나 참, 지금까지 자고 일어난 몰골을 다른 사람한테 보여 준 적이 없단 말이에요. 어떨 땐 내가 봐도 귀신같아서 거울도 보기 싫은데 고단한 상태에서 잠들었으니 어떻겠어요? 지금 저 어때요?”'“솔직히 말해야겠지?”'“당연하죠.”'“지금까지 내가 본 여자들 중에 제일 예쁜 얼굴인데. 막 잠에서 깬 얼굴이 이렇게 예쁜 여잔 처음이야.”'“그렇게 말씀하시면 같이 주무신 여자 분이 한두 명이 아니라는 뜻이잖아요. 제가 그 중 한 사람이라니 정말 불쾌해 미치겠네요.”'지민의 말에 두진은 갑자기 할말이 없어져 민망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더 안 따지는 거야?”'“따져본들 뭐하겠어요. 다른 별일이 없다뿐이지 한 침대에서 잔 건 기정사실인데…… 대신 다른 사람한테 이 일을 발설하시면 가만있지 않을 거예요.”'지민이 침대에서 나가며 엄포를 놓았다.'“어떻게 가만있지 않을 거지?”'“제가 말을 해야 아세요?”'“어떤 종륜지 알고 싶어서.”'“팀장님을…… 죽여버릴 거예요.”'지민이 정색을 하고 말했다.'“절대 말 안 할 거야. 나도 한 가지 약속 받을 게 있는데…… 같이 자고도 관계를 갖지 않은 게 이번이 처음이라는 걸 발설하지 마.”'“말하면 어쩌실 건데요?”'“그때 가서 알게 해주지. 사실은 좀 고민을 했어. 바로 옆에 누워 있는데 유혹 당하지 않을 남자가 어디 있겠어? 내가 어떻게 참아냈는지 신기할 뿐이야.”'“하긴 여자라면 정신을 못 차리시는 분이니까요.”'지민이 두진을 노려보며 빈정거렸다.'“아니, 여자가 아니라 서지민이어서 참기 힘들었다는 거야. 다른 여자였으면 이 방에 들어오지도 않았을 거고.”'“안 믿을 거라는 거 아시죠?”'“내 말은 무조건 안 믿는군.”'“그런데 제가 그렇게 매력이 없었어요?”'지민이 투덜거리자 두진이 웃음을 터뜨렸다.'“아무 일 없었던 게 섭섭해?”'“농담이었어요. 고급 유머를 영 못 알아들으시네요.”'“목욕 가운만 입고 자는 지민일 옆에 두고 참아야 했던 난 어떻겠어?. 잠옷도 아니고 목욕가운 안에는 알몸이었는데…….”'“당연히 참았어야죠. 강간범이 되기 싫었으면 말이에요. 그리고 이 가운 안에는 속옷이라고 당당하게 이름이 붙어있는 옷이 있어요. 알몸이 아니라구요.”'“그렇더군.”'“뭐라구요?”'지민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두진을 쳐다봤다.'“그럼, 그럼 가운 안을 들여다봤다는 거예요?”'지민이 두진을 노려봤다.'“이런 실수했군.”'“당신을 죽여버릴 거예요.”'“아무 짓도 하지 않았어. 맹세코.”'“이젠 그 말도 못 믿겠어요!”'“하늘에 걸고 맹세한다니까. 단지 키스만 했을 뿐이야.”'“단지 키스만. 그럼 키스를 했단 말이에요?”'“키스를 해도 세상 모르게 자는 여잔 당신 밖에 없을 거야.”'“거짓말 말아요. 그렇게 둔한 여자는 아니라구요.”'지민이 쏘아붙이자 두진이 웃음을 터뜨렸다.'“꿈틀거리는 반응이라도 보였다면 분명히 난 당신과 사랑을 나눴을 거야.”'두진의 말에 지민이 입을 쩍 벌렸다.'“내가, 정말 키스하는 것도 모르고 자더란 말이에요?”'“꿈틀거리지도 않았어.”'“내가 그렇게 둔하다니. 믿을 수가 없군요.”'“나도 믿을 수가 없더군.”'두진이 느물거리며 말하자 지민이 두진을 태워죽일 듯 노려봤다.'“세상에, 팀장님처럼 뻔뻔한 남자는 처음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