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장 >''''''클래식한 분위기로 꾸며진 거실에 머리가 반백인 할머니와 어딘가 차가워 보이는 남자가 마주 앉아 심각한 얘기 중인 듯 무거운 분위기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훈 할아버지 기억나니?”'“훈 할아버지요? 저희 할아버지와 고향 친구 분이시라고 하셨던 그분 말씀이시죠?”'“그래. 그분이 결국 돌아가셨다는구나.”'“그랬군요.”'남자는 자신의 할아버지와 절친했던 분의 죽음을 알리는 소식에도 얼굴 표정에 변화가 없었다. '“그 분 손녀딸 기억나니? 네가 참 짓궂게도 굴었었지.”'“기억납니다. 잘 웃는 여자애였죠.”'“그래. 참 예쁘게도 웃던 아이였는데 우리가 그 애를 좀 돌봐 줘야겠다.”'“빌린 돈은 이미 갚아 주신 걸로 알고 있는데 왜 그렇게 마음을 쓰십니까?”'“네 할아버지와 절친한 친구였고 우리 집이 어려울 때 도와주신 분 손녀니 모른 척 하는 건 도리가 아니지.” '“부모님도 계신데 저희가 돌봐 준다니 이상해서 하는 말입니다.”'“그 애 부모님은 어릴 때 돌아 가셨단다. 그러니 천지간에 저 혼자란다.”'“어떤 상황인지 구체적으로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내가 조만간 한번 만나겠지만 그 전에 너라도 신경을 써 주려무나.”'“어떤 식으로 도와줄 생각이십니까?”'“난 그 애가 어릴 때부터 왠지 정이 가더구나. 너만 좋다면 진지하게 만나보는 것도 좋을 듯한데 네 생각은 어떠냐?”'“얼굴도 보지 못했는데 앞서 나가시는 듯 하군요.”'할머님은 사업가로서 훌륭한 분이란 생각을 하면서도 저런 식의 소녀 적인 감성은 도저히 이해 할 수 없다는 생각을 하면서 소파에 편하게 몸을 기댔다.'“앞으로 알고 지내면 되지 않겠니.”'“제가 알아서 하죠.”'할머님의 말씀에 잊고 있었던 여자아이를 떠 올렸다. 아무리 괴롭혀도 울지 않는 게, 약이 올라서 한시도 손에서 떼어 놓지 않던 인형을 뺏어 연못에 던지고는 이래도 안 울어 하고 의기양양하게 쳐다보고 있으니 소리도 내지 않고 눈물만 뚝뚝 흘리고 있던 고집 센 여자애였다.''“실장님 장 회장님 만나실 시간입니다.”'“내려 갈 테니 차 대기시켜 줘요.”'고급스러운 마호가니 책상 위는 티끌 하나 없이 쌓여진 서류들도 정리 정돈이 잘 되어 있는 것이 남자의 깔끔한 성격을 말해 주고 있었다. 서류를 한참 들여다 보다 풀리지 않는 일이 있는 듯 머리를 절fp절레 흔들다 의자에서 일어서니 키가 크고 다부져 보이는 체격에 고급스러운 양복의 매무새를 가다듬고 시원해 보이는 걸음으로 사무실을 나섰다. 엘리베이터에 오른 후 생각에 잠긴 듯 지그시 눈을 감고 있는데 남자치고 속눈썹이 길어서 눈 밑에 그림자가 드리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