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 꽃뱀에게 당하다''''''“……그럼 그렇게 하는 걸로 하죠. 다시 연락드리겠습니다.”'몇 시간째 긴 통화를 하던 연재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들고 있던 핸드폰을 소파 위로 던져버렸다. 그리고 끼고 있던 금테 안경을 벗고 소파 깊숙이 등을 기댔다. 거실의 벽시계가 저녁 7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아직 이른 저녁이지만 회사 설립문제로 벌써 여러 날 밤낮없이 신경을 곤두세운 탓에 졸음이 몰려오고 있었다. 몸이 점점 바닥으로 가라앉는 것 같은 착각을 느꼈다. 방전된 전지처럼 침실로 가기는커녕 손가락 하나 까딱할 기운조차 떨어져버린 것이다. 하는 수 없이 그는 소파를 침대 삼아 잠깐 눈을 붙이기로 결심했다. '“쿠다닥!”'잠이 들락말락 하던 연재는 거칠게 현관문이 열리는 소리에 퍼뜩 눈을 뜨고 소리가 나는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노인네도 아니면서 벌써 자는 거야?”'현관문을 열고 인성이 막 들어서고 있는 중이었다. 그는 집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마치 제 집인 양 익숙한 동작으로 냉동실에서 새우깡을 꺼내고 싱크대를 열어 말리화차를 꺼냈다. 물론 연재는 그에게 자신이 즐겨 먹는 새우깡이나 아끼는 말리화차가 있는 장소를 알려준 적 없었다. 또한 집 열쇠를 준적도 없었다. 하지만 평소 밖의 대문만 잠글 뿐 현관문을 잠그지 않는 탓에 인성은 거의 매일 담을 넘어왔다. 그리고 차 내놔라, 밥 내놔라 하면서 연재를 피곤하게 하더니 이제는 급기야 알아서 챙겨 먹는 셀프서비스의 경지에까지 이른 것이다. 물론 이런 일은 연재가 부모의 집이었던 이곳으로 이사 오던 첫날부터 그러했다. 능숙한 동작으로 보아 연재의 부모가 살 때부터 계속되어 왔던 월담인 것 같았다. '무시하면 제풀에 지쳐 떨어져 나갈 거라고 생각한 연재는 처음에는 무시로 일관했다. 세상에서 무관심만큼 독한 고문은 없을 테니까. 하지만 인성은 연재가 무시하거나 말거나 전혀 상관없이 일관되게 월담을 계속했다. 결국 연재가 먼저 지쳤고 지금은 인성에게 온라인 게임을 배워 가끔은 같이 할 정도가 되었다. 그리고 그가 고아나 다름없는 삶을 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나서는 약간의 동정심도 생기게 됐다. 물론 그것은 인성의 그런 행동을 이해하게 됐다는 것을 뜻하는 것은 아니었다. '“무슨 일이야?”'인성에게 말리화차를 건네면서 연재가 물었다. 꼭 무슨 일이 있어야 월담을 하는 녀석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평소와 다르게 상기된 표정을 보니 꼭 뭔가 할 말이 있어 보였다.'“후후…….”'인성은 기다렸다는 듯 흐뭇한 표정으로 짧게 웃으며 차를 한 모금 들이켰다. 말리화차에서 나는 그윽한 향기가 연재의 기분도 덩달아 흐뭇하게 물들이고 있었다.''''''1. 대여 계약서''2. 지하철의 호치키스''3. 돈이 없으면 몸으로 때우기''4. 쌀 한 가마니 쟁탈전''5. 화이트크리스마스와 첫날밤''6. 다른 여자들은 절대로 못하는 것''7. 사랑받는 느낌''8. 나 같은 여자 때문에 그렇게 애쓰지 마''9. 농약에 샤워한 오렌지''10. 또 다른 대여계약자''에필로그 - 질투하는 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