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장 =''''''축제 분위기로 한껏 법석을 떨고 있는 교정에는 어제에 이어 이틀째, 교정을 울리는 교내방송을 하는 아리따운 방송부의 목소리가 들렸다.'“안녕하세요, 오늘도 여전히 한국대학교 축제의 이벤트를 이어 가겠습니다. 제가 듣기론 어제에 이어 오늘도 이벤트에 당첨된 남학생이 없다고 들었습니다. 호오, 오늘도 남성분들 분발해 주세요, 호호호. 그럼 10시를 기점으로 내일까지 이어지는 이벤트를 다시 시작하기로 하겠습니다. 규칙은 알고 계시지요? 잘 모르시겠다고요? 이런, 그럼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서 다시 한 번 말씀드리겠습니다. 오예! 우리 한국대학교에서만 있는 거죠? ‘퀸카의 키스를 받아라’ 2박 3일 축제기간동안 여러 남성분들이 뽑아주신 우리학교의 퀸카 분이 이벤트의 주인공입니다, 그건 알고 계시죠? 워낙에 유명하니 호호호, 이벤트는 오전 10시에 시작해서 오후 5시 안에 끝을 내야 합니다, 기간은 축제기간과 같구요. 단 마지막 3일째에는 1시간만 주어진답니다. 이런 제가 너무 좋아라하는 것 같군요. 흠흠, 이번 25대 퀸카로는 탤런트 은유리 양이 뽑혔습니다. 어찌나 몰표를 받으셨는지, 호호호. 그리고 2박3일 동안 은유리 양의 스케줄을 빼기 위해서 무던히도 학장님께서 고생해 주셨습니다, 정말 감사드립니다. 솔직히 제 개인적인 생각으론 어제로 이벤트가 마감이 되지 않을까? 라는 무서운 생각을 했답니다. 하지만 오늘까지 이어지다니, 이런! 하여튼 우리의 퀸카 분한테 키스를 받아야만 이벤트가 종료됩니다. 상품으론 당연히 25대 퀸카 분을 3개월 동안 여자친구로 둘 수 있다죠? 홍홍, 무조건 키스입니다. 은유리 양이 싫어하셔도 거부 할 수 없다는 게 규칙이죠? 참 이상한 교칙이 다 있다죠? 그럼, 오늘도 은유리 양 분발해주시구요, 남학생들 어서 빨리 은유리 양을 잡으세요, 그럼 카운트다운에 들어가겠습니다, 아참! 그리고 축제 재밌게 즐기세요. 자, 5, 4, 3, 2, 시작!”''조금 긴 듯한 흑갈색의 머리카락은 멋지게 흩어져 있었고, 아무렇게나 걸쳐 입은 검은색 티가 지금 벤치에 앉아 있는 남자의 매력을 더 해 주는 듯했다. 차가운 듯한 카리스마를 내품으며, 쌍꺼풀 없이 큰 눈과 붉은 입술을 가지고 있는 참으로 잘생긴 남자는 갑자기 흘러나오는 교내방송을 듣더니 어이없다는 듯,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곤 왼손으로 자신의 안경을 잠시 치켜 올렸다. 남자는 읽고 있던 책에서 눈을 들어 옆에 앉아 있는 자신의 베스트 프렌드를 바라보았다.'“아직도 저런 걸 하냐?”'“짜식! 뭐 어때서 그래? 좋기만 하구만, 혹시 알아? 이 신정훈 님께서 은유리의 키스를 받을지?”'“지랄!”'“하여튼 고지식하긴, 자식! 근데 갑자기 축제기간에 왜 학교로 불러내고 난리야? 오랜만에 집에서 뒹굴려고 했더만.”'“축제 끝나고 잠시 해외에 나가야 할 일이 생겨서”'“왜?”'“혜린이가 부른다.”'“미친 새끼, 너 언제까지 혜린이 한데 매어 살 거냐? 이제 혜린이 네 여자 아니야. 인마, 너 이거 불륜인거 알지? 그러면서도 꼭 가야겠냐?”'“나도 어쩔 수 없다, 휴.”'그렇게 말하던 남자는 언제 담배하나를 꺼내서 피웠는지 자신의 답답한 심정을 내뱉듯 담배연기를 밖으로 내보내고 있었다.'“미친놈. 에이, 나도 모르겠다. 네 일이니 네가 알아서 하겠지. 근데 정말 불러낸 이유가 뭔데?”'“유 교수님한테 말씀드렸더니 시험 대신에 리포트를 작성해서 내라고 하시더라, 너도 알잖냐? 유 교수님 깐깐한 거. 도대체 엄두가 나야 말이지, 넌 작년에 유 교수님 수업 올A 받았잖아, 그래서 도움 좀 받으려고.”'“자알 한다, 내가 그렇게 작년에 같이 듣자고 하니깐, 혜린이 때문에 미쳐서 대꾸도 안 하더니, 이젠 도와 달라고 하냐? 아주 가지가지 해라, 인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