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니 이기 뭐꼬?”''노크도 없이 벌컥 문이 열리고, 화가 잔뜩 난 강태가 방 안으로 들어왔다. 지아는 읽고 있던 책을 덮을 새도 없이 빨딱 자리에서 일어섰다.''“아부지예…….” ''“니 죽고 잡퍼서 환장했나, 응?” ''강태가 버럭 소리를 지르며 갈색 서류봉투 하나를 방바닥에다 힘껏 내던졌다. 저만치 날아간 봉투 속에서 하얀 종이쪽 몇 장이 삐쭉 얼굴을 내밀었다. 지아는 잘끈 두 눈을 감아버렸다. 힘없이 널브러져 있는 종이 쪼가리들을 마냥 무기력한 모습으로 내려다보고 있으려니, 흡사 그녀의 인생이 통째로 내던져진 기분이었다.''“와 대답을 몬하노? 저게 뭐꼬?”''강태가 다시 소리쳤다. 지아의 바짝 긴장한 등줄기를 따라서 주르르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애써 어차피 한 번은 치러야 되는 통과의례 같은 것이라고 생각하려 해도, 무섭게 두 눈을 부라리고 선 그 때문에 자꾸만 어깨가 움츠러들었다. 대답을 하는 그녀의 목소리가 심하게 떨려나왔다.''“입학원서라예.”''“팍 쌔리삤까마? 누가 니더러 대학가라 카드나?”''강태가 솥뚜껑 같은 두터운 오른손을 번쩍 위로 치켜들더니, 씩씩 뜨건 바람을 뿜어대며 콧구멍을 벌름거렸다. 사납게 지아를 노려보는 눈자위에서 시뻘겋게 일어선 핏발들이 선명하게 도드라졌다. 여차하면 일대 거센 폭풍우가 몰아닥칠 기세였다.''“아부지, 내 대학 가고 싶어예. 제발 보내주이소.”''“이 가스나가 참말로 미칬다 아이가. 내 전날 니한테 뭐라켔노? 졸업하믄 취직하라꼬 했제. 찍소리 말고, 느그 오라비랑 남동생 뒷바라지나 열심히 하라카이.”''“아부지예, 제발 내도 대학 보내주이소.” ''“진짜 돌아삐겠네. 이기 바라, 바라. 아부지가 얘기하믄 고분고분 순종하는 맛이 있어야제. 가스나 머리통에 쓰잘데기 없는 바람만 잔뜩 들어가 있은께 이리 드세게 지랄을 치는 거 아이가. 니 저거 주어온나.”''강태가 방바닥에 떨어져 있는 서류봉투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지아는 슬금슬금 그의 눈치를 살피면서 입학원서를 집어들었다.''“찢으라.”''“아부지…….”''“니 와 몬 찢노? 퍼뜩 찢으라.”''서류봉투가 무슨 대단한 보물이라고 되는 양 가슴에 꼭 끌어안은 채, 부들부들 떨리는 아랫입술을 앙다물고 선 지아의 두 뺨을 타고 뜨거운 눈물줄기가 방울방울 흘러내렸다. 그녀에게 대학은 이 지긋지긋한 인생의 탈출구이자, 새로운 도약을 위한 발판과도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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