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자식.”'나무 탁자 위에 동동주 잔을 거칠게 내려놓으며 은수는 그에 걸 맞는 욕설을 내뱉었다. '동동주와 파전으로 유명한 이 집은 복잡한 명동의 조금은 허름한 골목에 자리를 잡고 있었다. 낡은 기둥위에 매달린 파란 색 날개의 선풍기가 먼지를 뒤집어 쓴 채 고개를 축 떨어뜨리고 있었다. '보브 스타일의 머리모양을 한 은수는 낡은 탁자에 놓인 동동주 사발이 무색할 정도로 이질감을 느끼게 하는 옷차림이었다. 희다 못해 푸른 기운까지 내비치는 블라우스는 매끈한 허벅지를 덮고 있었고 그 아래론 까만 레깅스에 감싸인 다리가 신경질적으로 꼬여 있었다. '맞은편에 앉아 파전을 젓가락으로 먹기 좋게 갈라놓던 이영은 은수의 잔에 얼음처럼 차가운 동동주를 가득 부으며 털털하게 입을 열었다. '“잊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