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줄이 넘는 글을 백스페이스 바로 지우는 것이 이번이 벌써 다섯 번째다. 앞 단락과 연결이 되지 않는 문장을 자연스럽게 이어 놓느라, 진이는 힘을 잔뜩 준 눈으로 모니터를 쳐다보았다. 이렇게 바꾸고, 저렇게 바꾸어도 영 맘에 들지 않았다. 매끄러운 문장이 머릿속에 떠올라, 바쁘게 손을 움직이자면 여지없이 위층에서 들려오는 쿵쾅거리는 소리에 도저히 집중을 할 수가 없었고, 기껏 생각났던 문장도 금세 홀랑 날아가 버렸다. '진이는 기어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고 말았다. 벽에 걸린 시계가 밤 11시 반을 가리키고 있었다. '도저히 더 이상은 참을 수가 없다. 몰상식한 위층 사람에게 오늘은 단단히 일러두어야겠다.'한참 몰입해야 할, 이즈음이 되면 늘 요란스럽게 왔다 갔다 하는 발소리, 무언가를 떨어뜨리는 쿵 소리, 화장실 물소리, 청소기 돌리는 소리와 앵앵거리며 돌아가는 기계음 때문에 그녀는 며칠째 글쓰기를 방해받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