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그 사람의 그림자''''''말러 심포니 4번의 웅장한 선율이 심포니 홀을 가득 채웠다. ‘말러’라는 로맨틱 시대의 작곡가는 로맨틱의 달콤함을 지닌 채로 특유의 절묘한 화성을 사용함으로서 현대와의 다리를 잇는 가교의 역할을 한 대단한 인물이었다. ‘심포니’라고 하면 오케스트라만으로 이루어진 악기편성이 당연한데, 그의 일련의 심포니들은 특이하게도 성악솔로 부분이 나오는 점이 기존의 심포니와는 구분되는 특징이었다. ''소프라노 솔로의 부분이 끝나고 지휘자가 팔을 얕게 내젓자, 모든 오케스트라 단원들은 그의 신호에 따라 피아노(piano: 여리게)를 표현하기 시작했다. 대부분 심포니 한 곡의 연주시간이 30분 정도인 반면, 말러 심포니 4번은 1시간 가까운 시간을 연주해야 했기 때문에 곡이 끝나고 나면 연주자들은 지치기 마련이었다. 당연히 인터미션(휴식시간)도 없었고, 그 날의 연주는 그 곡 하나로 채워지기 마련이었다. 모두 다 집어삼킬 듯이 화려한 포르테(forte: 강하게)로 끝맺는 기존의 심포니와 달리 소박한 멜로디와 가벼운 피아노(piano: 여리게)로 1시간의 연주가 끝났다. 환하게 불이 켜진 조명아래 앉아 관객들의 박수소리를 들으면서 연지는 만족스런 한숨을 내쉬었다. 1시간 내내 무대에 앉아 긴장을 해야 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몇 번의 커튼콜이 이어지고 나서 드디어 지휘자가 퇴장하자, 연지도 다른 단원들과 함께 일어서서 무대 밖으로 나왔다. ''“지쳐 보인다. 피곤하지?” ''연지가 뒤돌아보자 플롯을 손에 든 제임스가 웃으며 서 있었다. 연지는 가만히 미소를 지어 보였다. ''“아무래도 스트링(string: 현악기)하는 사람들이 불리해. 우리야 악보만 잘 보고 있다가 연주하다 쉬다 연주하다 쉬다 반복하지만, 스트링 하는 사람들은 심포니 내내 거의 쉬지도 못하고 연주하잖아? 안됐다.”''제임스의 얼굴에 장난기가 어려 있었다. ''“지금 나 놀리는 거야? 제이, 너 그러다 또 박자 놓치면 이번엔 진짜 잘릴 걸?” ''연지가 웃으면서 그대로 응수했다. ''“윽! 너 내 아픈 과거를……. You're so mean(치사하게).”''제임스가 한 손으로 자기 가슴을 움켜잡으며 엄살을 부렸다. 제임스는 몇 달 전 연주도중에 곡 중 솔로 부분을 놓칠 뻔해서 진땀을 뺀 적이 있었다. 다행히 반 박자 뒤에 들어와서 거의 티는 안 났지만, 연지는 살짝 그 사실을 상기시켜준 것이었다. ''“그러게 왜 까불어? 그리고 약한 척 하지 마.”''연지는 눈을 흘기며 야무지게 말했다.''“쳇! 말로는 천하장사라니까! 헤이, 그러지 말고, 운동 좀 하시지? 그 체력 가지고 이만큼 버티는 것도 신기하다. 밥은 잘 먹고 사는 거야? 다른 여자들은 서른이 되면 군살이 붙는다고 난린데, 어떻게 된 게 넌 나이가 들수록 더 말라 가는 것 같아.”''제임스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잔소리를 해대자 연지는 손을 들어 그의 말을 막았다. ''“또, 시작이네, 완전히 암탉 같으니까 이제 좀 그만 해, 응? 나 마른 거 하루 이틀 보는 것도 아니고, 요즘 왜 그러니? 아무리 힘이 없어도 연주해서 먹고살 정도는 돼. 그리고 나 아직 서른 안 됐다. 남들은 살 없다고 부러워만 하는데, 왜 자꾸 잔소리 셔? 니가 보기엔 내가 시체 같니? 나 걷고 말하고 연주하고 남들 하는 거 다 하잖아. 니 잔소리 때문에 살이 더 빠지는 거 같으니까, 그만!”'''''''2. 레스토랑 ‘살롱’''3. 내게 돌아와''4. 사랑의 잔재''5. 첫 키스''6. 카페 피가로''7. 하지 못했던 말''8. 혜서''9. 첫 번째 위기''10.왜 이제야 나타난거야''11. 두 번째 프러포즈''12. Be my Valentine!''13. 한 걸음 더''14. 오해의 소지''15. 그를 잃는다면……''16. 다시 사랑하다''17. 그대 내게 다시''18. 추수감사절''19. 꼭 해야 할 말''20. 새로운 시작''21. 결혼식''22. 신혼여행''23. 달콤한 신혼''24. 새 식구''25. 하나만 더''26. 행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