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말이 옳아.”'“그렇지? 난 옳은 말 밖에 안 해.”'“……그리고 건방져.”'“그런 말도 많이 듣지. 별로 신경 쓰진 않지만.”'“부탁이니까…… 제발 신경 써 줘.”'아하하. 녀석이 기분 좋게 웃는다. 피를 뒤집어쓰고 칼을 휘두르는 무식함과는 달리 웃음소리는 나이에 알맞은 신선함을 가지고 있었다. 심장이 조금 빠르게 뛰기 시작한다.'“아줌마, 생각보다 재미있는 사람이네.”'“재미있으라고 한 말 아니야.”'“어쨌든 좋아. 난 재미있는 사람은 싫어하지 않아. 그러니까 될 수 있는 대로 오래 살아줘. 금방 죽으면 또 심심해 질 테니까.”''***''차가운 손가락이 입술을 눌렀다. 기울어진 자세로 유원이 내 옆에 앉아 있었다. 넥타이를 풀고, 열려있는 단추 사이로 빗장처럼 가로놓여진 쇄골이 보인다. 흐트러진 차림의 유원은 낯설다. 그 낯설음이 가슴을 뛰게 만들었다. '“……내버려 둬요. 오랜만에 배가 터지게 먹고 좋은 꿈을 꾸고 있는 것 같으니까…….”'“하지만 망을…….”'“보는 것 정도라면 저도 할 수 있어요. 어차피 잠이 올 것 같지도 않고…….”'평소라면 빈틈없이 반듯할 유원의 머리카락은 밀어 올리는 손가락 사이로 자연스럽게 흘러내리고 있었다. 조금 다른 복장과, 조금 다른 머리스타일이 남자를 나이보다 부쩍 어려 보이게 만들었다. 이유를 알 수 없는 웃음이 비죽, 바깥으로 튀어나왔다.'“유원씨가 준을 걱정할 줄은 몰랐는데요?”'“……걱정? 틀렸습니다. 준이 자는 틈을 타서 지혜씨에게 나쁜 짓을 할 생각이에요.”'“……나쁜 짓?”