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화 짝사랑도 일편단심!''''''새벽 6시. ''겨울로 접어드는 길목의 가을, 어슴푸레한 기운이 감도는 하늘 위로 군데군데 구름이 떠있었다. ''“일어나, 일어나! 게으름뱅이! 일어나란 말이야. 빰빠라 빰빠라 밤빠!”''요란한 알람시계 소리가 한비의 방 안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더듬더듬 침대머리로 손을 뻗으면서 잠이 덜 깬 얼굴로 그녀는 베개에 계속 얼굴을 파묻었다. ''“아함……. 우째 잠은 자도 자도 계속 쏟아지는 거람. 흐이잉!”'' 베개를 부여잡고 끙끙대며 부비던 그녀는 갑자기 벌떡 일어났다. ''“맞다! 오늘은 형우가 야간 근무 서고 쉬는 날이잖아! 우아아, 늦겠다.”''평소에 위를 보호한다 어쩐다하면서 시간까지 체크하면서 느릿느릿 먹는 통에 과 친구들에게 핀잔을 바가지로 얻어듣는 그녀였지만, 오늘은 마파람에 게눈감추듯 밥을 그냥 입에 마구마구 몰아놓고 어제 미리 준비해둔 옷에 팔과 다리를 이리저리 쑤셔넣은 후에 대문께로 뛰어갔다. ''“한비야, 옷가방!”''엄마가 현관문을 열고 서서 백을 건네주었다. 그러더니 그녀를 물끄러미 보았다. ''“왜?” ''“너 정말 그러고 갈거니?”''그제야 그녀는 자신의 발치를 내려다보았다. 신발이 짝짝이었다. 그래, 그것까지는 좋았다. 급하면 그럴 수 있으니까. 그런데 문제는 형우에게 잘 보이려고 추운 것은 징그런 벌레보다 더 싫어하는 그녀가 낮보다 추운 새벽 기온을 무릅쓰고 특별히 골라 입은 가을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짙은 밤색 원피스 밑으로 그녀의 어린 아이같은 취향을 자랑하는 어린 왕자가 그려진 분홍색 파자마가 바람에 나부끼고 있었던 것이었다.''“엄마야!”''한비가 급히 이층 계단을 뛰어 올라가는 사이 엄마 허윤심 여사는 혀를 쯧쯧 찼다. ''“덜렁이.”''“여보. 추운데 밖에 왜 그러고 섰소?” ''“한비가 글쎄.”''어이없는 표정을 한 엄마를 보며 말 안해도 안다는 듯이 아빠 고달평이 웃었다. ''“소싯적 당신은 더 했잖어. 나 보여주겠다고 긴 겨울코트를 입고 왔는데 알고 보니 스커트 없이 속치마만 달랑!”''“당신! 그 얘길.” ''허여사는 얼굴이 발그레해져서는 달평의 가슴께를 쳤다.''“앗하, 그때나 지금이나 당신 손때 매운 건 알아줘야 한다니까.”''그러더니 이내 허 여사를 안고는 입맞춤을 하는 그녀의 아빠.''“아빠! 엄마!”''그들이 우아 모드에 무언가 야시꼬리한 분위기를 연출하려는 찰라 계단을 내려오던 한비에 의해 동작 그만이 되고 말았다. ''“다 큰 딸 앞에서 주책이야. 주책!”''그러자 달평은 윤심 여사를 한 팔로 더 꽉 끌어안고 보란 듯이 그녀에게 말했다. ''“어허. 이게 다 너의 교육을 위한 것이다. 부모가 서로 깊이 사랑하며 사는 모습을 보여야 자식도 그리 정겹게 사는 법.”''“그것도 정도껏이지. 아빠, 엄마 나이면 좀 점잖게 조용히 은근하게……. 뭐 그런 분위기가 되야하는 거 아니야?”''그녀의 아빠는 놀랍다는 눈으로 그녀를 보았다.''“아니, 이렇게 아리따운 윤심 여사를 옆에 두고 ‘점잖게 은근하게’라니 이 아빠를 시험에 들게 하지 마라.”''“왝, 넘어올 것 같아. 에이 말을 말아야지.”''그때 거실의 시계가 7시를 땡, 땡 울렸다.''“늦었다! 힝. 오늘 형우 못 보면 아빠, 엄마 책임이야!”''대문 밖으로 쌩하니 달려나가는 한비의 뒷모습에 달평은 윤심 여사에게 말했다.''“역시 한비는 당신을 닮았구려. 소싯적 당신을 보는 것 같아. 언제라도 나에게 달려오던.”''그러더니 다시 좀전의 이상야시꼬리 모드로 돌아가며 그는 눈썹을 들썩였다. ''“우리 한비 때문에 끊긴 테잎을 다시 돌려 볼까?”'' 한 손에는 달랑거리는 유니폼 백을 들고 버스 정류장을 향해 열나게 뛰고 있는 그녀의 이름은 고한비, 올해로 20살이고 곧 21살이 되는 산업디자인과를 다니는 여대생이다. ''그녀가 아르바이트하고 있는 곳은 요즘 뜨고 있는 신도심에 위치한 생긴 지 몇 년 안 되는 G마트였다. 방학마다 꼬박꼬박 했던 아르바이트가 벌써 네 번째로 처음엔 2층 매장에서 판매일을 했었다. 그러다가 두 번째부터 모두들 꺼려하는 1층 물품 정리 및 청소로 자진해서 뛰어들었다. ''“아이구, 이렇게 어리고 예쁜 애가 이런 험한 일을 해서 어째.”''그녀가 마포걸레를 들고 왔다갔다하니까 매장에서 일하는 언니들이며 같이 일하는 아주머니들이 애처롭게, 또는 놀랍다는 듯이 그녀를 보았다. ''“경험이잖아요. 이것저것 다 해보려구요. 저희 부모님도 도둑질 빼고 무엇이든 경험해보는 건 좋은 일이래요.”''말은 이렇게 둘러댔지만 사실 그녀가 1층 매장일을 고집하게 된 이유. 그건 바로 형우가 1층 매장 안전파트에서 보안요원으로 일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처음으로 아르바이트를 하러 왔던 겨울. 그녀는 그를 처음으로 보게 되었다. 동그랗고 큰 눈동자가 매력인 무척 귀여운 첫인상을 가진 사람이었다. 작달막한 그녀에 비해 머리 하나는 더 큰 가늘고 호리호리한 체구의 그. 그가 왜 첫 눈에 마음에 폭 박히게 됐는지 알 수 없지만, 착한 느낌에 좋은 웃음을 가진 그를 본 순간 한비는 자신도 모르게 좋아하게 돼버렸다.''“야, 이러다가 차 놓치겠다. 에라.”''엄마가 보면 ‘한비! 너 또!’라고 했겠지만 그녀는 망설임없이 지름길로 통하는 골목의 어귀에서 어느 집 담장으로 올라서서는 재주좋게 그 위로 달리기 시작했다. 아싸! 스릴만점, 속도 만빵! 속으로 그렇게 외치면서 이어진 담장을 돌아 정류장 가까이에 이르자 도로 위로 훌쩍 뛰어내렸다. ''버스를 기다리며 담장 근처에 서있던 아저씨가 갑자기 새벽부터 담장 위에서 뛰어내리는 그녀를 보고 기겁했다. 그녀는 씩 한번 웃어주고는 때마침 정류장으로 들어오는 버스 안으로 몸을 날렸다. ''“오예! 타이밍 좋고!”'''''''■ 제2화 이상한 약국''■ 제3화 호형우의 정체! 알고 보니''■ 제4화 불조심 합시다!''■ 제5화 격동 대결, 고한솔 대 여미주''■ 제6화 선운장 탈출 작전''■ 제7화 G마트 용당점의 날''■ 제8화 명문 호씨 가문''■ 제9화 가재는 게의 심정을 안다 1''■ 제10화 가재는 게의 심정을 안다 2''■ 제11화 형우, 그의 둔함에 건배를''■ 제12화 술 취한 고백과 오바이트''■ 제13화 그날, 일이 바빴던 이유는 따로 있다.''■ 제14화 시간아, 날개를 좀 달아라!''■ 제15화 욕심은 미주의 힘''■ 제16화 공양미 삼백석에 팔리는 형우''■ 제17화 형우, 그가 사라지다!''■ 제18화 처음부터 다시!''■ 제19화 에필로그. 헷갈려, 헷갈려… 너무 헷갈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