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수고하세요.”''“그래. 해주도 조심해서 들어가.”''“네.”''해주는 힘차게 편의점의 문을 밀치고 나왔다. ''후아, 그녀는 잠시 멈춰서 서늘한 아침 공기를 힘껏 들이마시며 간밤의 고단함을 모두 떨쳐버리려 했다. 서늘한 공기가 폐까지 들어가 몽롱한 정신을 일깨워준다. 이제 얼른 집에 들러 간단한 아침 식사를 하고 또다시 아르바이트 가게인 베이커리로 가야 했다.''벌써 보름째다. ''낮의 기나긴 시간동안 일자리를 찾지 못해 안달하던 그녀의 눈에 우연히 들어온 구인광고지. 두 번 생각의 여유도 없이 달려가 일순위로 베이커리의 아르바이트 자리를 냉큼 차지했다. 새벽 1시부터 7시까지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고 곧바로 오전 9시까지 출근을 해야 하는 고단함의 연속이었지만 보통보다 큰 규모의 베이커리 가게는 마치 동화 속 궁전처럼 아기자기 해서 급여만큼이나 해주를 행복하게 만들었다. 가볍게 걷는 그녀의 발길에 은행잎이 채였다.''“어머, 벌써 은행잎이 물들었나?”''그녀는 아기 손바닥처럼 작은 은행잎을 주워들며 위를 올려다보았다.'그토록 무더웠던 여름, 결코 끝나지 않을 것 같던 여름이 어느덧 가을에게 자리를 넘겨주나 보다. 해주가 올려다보는 은행나무는 풍성한 빛깔을 자랑하고 있었다.''아등바등 살아도 계절은 어김없이 그녀를 찾아온다. '때마침 작은 바람이 불어 그녀의 머리를 기분 좋게 흩트리고 지나가자 해주는 입가에 작은 미소를 지었다.''''''대현 그룹 사장실. '비서진들은 사장실 안에서 벌어지는 한바탕 폭풍우를 온몸으로 감내하고 있는 이사진들을 진심으로 안타까워했다.''커다란 책상 앞에는 분노로 얼굴이 굳어진 남자 하나와 대여섯의 남자들이 마주하고 있었다. ''“이 따위로밖에 처리 못합니까?”''혁우는 두 손을 모아진 사람들을 향해 서류철을 던져버렸다.''“회사에서 왜 당신들 월급을 준다고 생각합니까? 받은 만큼 일을 해야 할 거 아니오! 당신들을 어떻게 믿고 회사를 운영하겠소!”''불같은 그의 분노에 모두 어쩔 줄 몰라 서로들 눈치만 보고 있었다. 답답하기 짝이 없다. 그는 막상 자신 있게 나서지 못하는 부하 직원들의 모습에 더욱 화가 났다.''“당장 나가서 수습하시오. 수습하기 전까지 회사에 발도 디밀지 말고!”''“네, 사장님.”''나가란 말만 기다렸던 듯 줄줄이 사장실을 빠져나갔다. 그들의 뒷모습을 짜증어린 눈으로 보다 혁우는 벌떡 일어나 창으로 다가갔다. ''빌어먹을 인간들.''그는 애써 참으려 해도 치밀어 오르는 화를 억제할 수가 없었다.'분노로 온 몸의 근육이 경직된 남자. 대(大) 대현 그룹을 책임지는 올해 나이 서른 셋의 강혁우. 굵은 선이 적당히 그을린 그의 얼굴을 더욱 남자답게 만들어주고 있었고 체격 역시 건장한 골격을 자랑하고 있었다. ''흔히 재벌 2세나 3세들을 표현할 때 사람들은 부모 잘 만난 복으로 그들의 능력을 치부한다. ''하지만 그 강혁우, 이른 나이에 수장의 자리에 올라 그의 능력을 마음껏 펼치길 벌써 3년째. 지금 그의 능력이나 그의 결정을 반신반의하는 사람은 없었다. 한번 결정한 일은 끝까지 밀어 붙였으며 한번 물어버린 일은 결코 놓지 않았다. ''때론 무모하리만큼 겁도 없었지만 이제 사람들은 다 알고 있었다. 그 무모함이 철저하게 냉정한 머릿속에서 나온다는 것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