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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보름달이 밝게 빛나던 어느 외딴 섬의 허름한 민박집.
아무도 모르는 곳으로 오고 싶어서 고른 곳이었다.
화려한 조명도 없고 예쁜 웨딩드레스도, 멋진 턱시도도 없었다.
그저 평생 사랑하고 싶은 남자만이 옆에 있을 뿐이었다.
“나 홍사라는 나의 운명 윤수호를 신랑으로 맞아 언제나 함께하며 즐거울 때나 슬플 때나 건강할 때나 아플 때나 바쁠 때나 심심할 때나 항상 윤수호 생각만 하며 지낼 것을 맹세합니다!”
사라는 그저 삭막한 시멘트 바닥의 민박집 마당에서 하얀 원피스를 예쁘게 차려 입고 그 남자의 앞에 섰다.
첫눈에 반해 프러포즈 했던 남자. 나의 선생님. 나의 선배.
남에게 보여주기도 아까운 남자가 오늘 내 남자가 된다.
사라는 고개를 들어 수호를 진지하게 응시했다. 어느 각도에서 보아도 굴욕 없는 그의 잘생긴 얼굴이 오늘따라 더 멋져 보여 더욱 설렜다.
가난한 남자는 안 된다며 그녀의 부모는 두 사람이 사귀는 것을 반대했다. 결국 두 사람은 몰래 둘만의 결혼식을 올리기로 했다.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고 아무도 모르는 곳에서…….
그 장소로 선택된 곳이 바로 이 민박집이었다.
주례도 사회도 없는 결혼식.
두 사람은 서로에 대한 맹세로 결혼식을 대신하기로 했다.
눈부시게 하얀 원피스를 입고 손바닥이 보이게 한 손을 들고 그의 앞에서 맹세를 하고 있는 사라를 보며 수호는 저도 모르게 풋! 웃음이 새었다.
“왜 웃어?”
사라는 자신의 경건한 맹세에 실소를 터뜨리는 수호를 얄밉게 흘겨보며 삐죽거렸다.
“그게 뭐야.”
“뭐 어때서. 난 자나 깨나 오빠 생각만 하면서 지낼 건데. 원래 결혼식 맹세라는 건 평생 지켜야 하는 약속이니까. 난 내가 지킬 수 있는 약속만 해.”
“내가 너를 어떻게 말리겠니?”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그의 표정은 사라가 사랑스러워 어쩔 줄 모르겠다는 듯 입가엔 미소가 가득했다.
“오빠도 빨리 맹세해.”
“그래.”
수호도 한 손을 가슴에 얹고 진지한 표정으로 사라를 지그시 응시했다.
“나 윤수호는 홍사라를 신부로 맞아 지금 이 순간부터 죽을 때까지 사랑하며 지킬 것이고, 어떤 고난이 닥쳐와도 함께 이겨내며 죽음이 우리를 갈라놓을지라도 끝까지 사랑할 것을 맹세합니다.”
“오빠야 말로 무슨 맹세가 그래? 좋은 날 죽음이라니 섬뜩하다.”
“정말이야. 난 다시 태어나도 널 사랑할 거야.”
사라를 내려다보는 수호의 눈빛에는 장난스러움 따위는 찾아볼 수 없었다.
“피이……. 다시 태어나면 어떻게 알아봐? 전생의 기억이 남아 있는 것도 아닐 텐데? 드라마를 너무 본 거 아니야?”
“난 알아 볼 수 있어. 네가 날 알아봐준 것처럼. 다음엔 내가 먼저 널 알아볼게.”
수호는 첫눈에 자기를 알아보고 몇 년 동안 자신 만을 바라 봐준 사라의 사랑에 앞으로 몇 배로 갚으며 잘하리라 다짐했다.
“오빠……!”
사라는 감격해서 목이 메었다. 이 한 마디로 그동안의 그녀의 짝사랑이 고스란히 보상되었다. 그녀는 눈가가 촉촉해지는 것을 느끼고 살짝 고개를 아래로 향하며 시선을 피했다.
수호는 사라의 턱에 손을 대어 그녀의 얼굴을 자신에게 향하게 했다. 그의 고개가 비스듬히 기울며 그녀의 얼굴에 가까이 다가왔다.
그의 숨결이 코끝을 간질였다.
사라의 심장이 쿵쿵 심하게 요동쳤다. 그의 입술을 기다리는 시간 동안 숨이 쉬어지지 않았다. 그녀는 눈을 꽉 감아 버렸다. 차라리 보지 않는 것이 나을 것 같았는데 눈을 감으니 심장소리가 더 크게 들려왔다. 누군가 안에서 방망이질을 심하게 하고 있는 것 같았다. 긴장한 그녀의 감은 두 눈의 속눈썹이 파르르 떨렸다.
“이로써 두 사람은 부부가 되었음을 선언합니다.”
울림이 좋은 나직한 목소리가 사라의 귓가에 울려 퍼짐과 동시에 사라의 입술에 그의 입술이 살포시 내려앉았다.
낯선 민박집 마당에서 물 한 사발을 떠놓고 올린 두 사람만의 간단한 결혼식도 그렇게 끝을 맺었다. 두 손을 맞잡고 서로를 바라보는 그들의 앞에 놓인 스테인리스 사발에 담긴 물속에는 보름달이 빛나고 있었다.
****
다음날 아침 두들겨 맞은 듯한 통증에 잠에서 깬 사라는 어젯밤의 짐승 같았던 수호를 떠올리며 얼굴을 붉혔다.
어젯밤의 수호는 지치지 않는 에너자이저 같았다. 사라가 항복할 때까지 그녀를 괴롭혔다.
'사랑해. 사랑해, 사라야.'
평소 무뚝뚝해서 표현을 많이 해주지 않던 수호의 입에서 사랑한다는 말이 연속해서 나왔다.
'나도 사랑해. 처음부터 난 오빠 밖에 없었어.'
그의 입술이 그녀의 몸 곳곳에 닿을 때마다 전기에 감전된 듯 온 몸이 전율했다. 처음 그의 손이 자신의 은밀한 곳에 닿았을 때는 부끄러움과 더불어 처음 느끼는 감각에 몸을 움츠렸다. 하지만 곧 본능은 기분 좋은 자극을 배워버렸고 그녀의 아래는 흥건하게 젖어 그를 기다렸다.
그의 중심이 그녀 안으로 들어왔을 땐 그로 인해 자신이 꽉 채워지는 느낌에 눈물까지 났다. 극렬한 아픔 뒤에 이어진 짜릿한 전율은 처음 느껴보는 신성한 감각이었다. 절대 잊지 못할 밤이었다.
그녀는 그의 입술이 닿았던 자신의 입술과 목을 손으로 조심스럽게 어루만졌다.
그렇게 열심히 유혹해도 ‘널 지켜주고 싶어.’라며 절대 넘어오지 않던 수호였는데 그런 짐승 같은 모습이 있을 줄이야.
누가 수호신 아니랄까봐 맨날 지켜준대. 풋!
등 뒤에서 자고 있을 수호의 얼굴을 마주 볼 생각을 하니 너무 떨렸다.
‘그래도 오늘부터 내 남편인데…….’
자신은 더 이상 선생을 쫓아다니는 학생도 아니고 그냥 여자 친구도 아니었다.
그의 하나 밖에 없는 와이프였다.
그렇다. 오늘부터 자신은 소위 말하는 '유 부 녀'였다. 결혼식을 마치고 신혼여행 대신 여기서 며칠 지낸 후 두 사람은 혼인신고를 하고 양 부모님께 말할 생각이었다.
'아이 몰라.'
그녀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고 몸을 배배 꼬았다.
“오빠아.”
사라가 콧소리를 섞어 애교 있게 수호를 부르며 몸을 돌린 순간 차게 식은 옆자리를 발견했다. 깜짝 놀란 사라는 벌떡 상체를 일으켰다.
‘어디 갔지? 아침부터?’
왠지 안 좋은 예감에 가슴이 요동쳤다.
그녀는 얼른 옷을 걸쳐 입고 밖으로 나왔다.
온 집안을 샅샅이 뒤졌지만 미친 외모의 그는 어디에도 없었다.
“어디 간 거야. 오빠.”
울상이 되어 수호를 찾아 헤매던 사라는 찰칵하며 현관문이 열리는 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거기에는 비닐 봉투를 손에 든 수호가 서있었다.
“오빠!”
사라는 주인을 발견한 강아지처럼 쪼르르 달려가 수호의 목에 매달리며 앙! 하고 울음을 터뜨렸다.
당황한 수호는 사라를 꼭 안아주며 등을 토닥였다.
“왜 울어?”
“오빠가 어디로 사라진 줄 알았잖아.”
“내가 가긴 어딜 가. 먹을 게 없어서 사러 갔다 왔어. 여기 슈퍼가 꽤 머네?”
수호는 들고 있던 비닐 봉투를 들어 흔들며 환하게 웃었다.
“몰라, 몰라.”
그녀는 살짝 주먹을 쥔 손으로 그의 가슴을 통통 때렸다.
“아야.”
수호가 가슴을 붙잡고 아픈 척하며 몸을 숙였다.
“앗! 오빠 미안. 많이 아파?”
사라가 수호의 등을 쓸며 그의 얼굴을 살피기 위해 얼굴을 가까이 가져갔다. 그러자 수호가 사라를 꼭 안으며 그녀의 입술에 살짝 입을 맞췄다.
순간 그녀의 볼이 살구빛을 띠었다. 사라는 싫지 않은 표정으로 살짝 그를 밀쳤다.
“뭐야? 말이라도 하고 가지. 걱정했잖아.”
“미안 미안. 너무 곤하게 자고 있어서.”
수호는 멋쩍은 얼굴로 목 뒤를 긁적였다.
“근데 뭐 사왔어? 나 배고파.”
그녀는 금세 표정을 바꾸며 수호가 들고 온 비닐 봉투로 시선을 옮겼다.
“금방 맛있는 거 해줄게. 어서 가서 씻고 와.”
“네!”
사라는 쾌활하게 대답하고는 ‘와! 신난다.’ 라고 외치며 수건을 들고 욕탕으로 들어갔다. 사라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수호의 눈이 호선을 그렸다.
욕실에 들어간 사라는 따뜻한 물을 받아 몸을 담그고 가수J의 노래를 열창했다.
[너를 사랑해도 되겠니. 우리 시작해도 되겠니. …….]
‘오빠가 노래방에서 이 곡을 열창한 후 나에게 오늘부터 1일 하자고 했었지.’
사라는 그와 결혼한 지금의 상황이 꿈만 같았다.
원래도 첫눈에 반해서 좋아한 사람이지만 내 남편이 되었다고 생각하니 좀 더 특별하게 느껴졌다. 완전한 내 편. 나의 수호신. 그는 그녀를 평생 지켜주겠다며 프러포즈를 했다.
그녀는 제 알몸 여기저기에 새겨진 울긋불긋한 키스마크들을 손으로 쓰다듬으며 격렬했던 어젯밤의 그를 다시 떠올렸다.
“지켜주겠다며…….”
잡아먹지나 않으면 다행이지. 매일 저렇게 달려들면 어떡하지?
홍사라 많이 컸다. 한번만 만나달라고 할 때는 언제고 이젠 도망갈 생각을 하고 있다니.
전세가 역전된 듯한 상황에 사라는 ‘피식’ 하고 웃음을 흘렸다.
그녀는 천천히 목욕을 마친 후 머리에 수건을 둘둘 만 채로 커다란 수호의 티셔츠를 원피스처럼 걸쳐 입고 욕실을 나섰다.
거실 한 가득 고소한 냄새가 진동했다.
“와, 맛있는 냄새. 뭐 만든 거야?”
사라가 코를 킁킁거리며 주방 쪽으로 가서 두리번거렸으나 수호의 모습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오빠? 뭐야. 장난치지 말고 나와. 기껏 만든 음식 다 식겠네. 이제 숨바꼭질 안 할래. 못 찾겠다. 꾀꼬리!”
꾀꼬리를 제아무리 불러 봐도 수호는 나오지 않고 사라의 목소리만 허공에 떠돌다 사라졌다.
또 밖에 나갔나?
사라는 자꾸만 사라지는 남자가 불안했다. 갑자기 등줄기가 서늘해지는 것을 느꼈다. 그녀는 머리에 둘렀던 수건을 풀어 던지고 얼른 옷을 갈아입었다. 채 마르지 않은 긴 생머리가 어깨를 조금씩 적시고 있었지만 그걸 신경 쓸 여유는 없었다. 그녀는 현관에 놓인 커다란 슬리퍼를 대충 신은 후 현관문을 확 열었다.
“홍사라 씨?”
문을 열고 한 걸음 나가자 검은 슈트를 입은 여러 명의 남자들이 사라를 둘러쌌다.
“……?”
사라는 의아한 눈으로 남자들을 훑었다. 그녀의 동공이 불안한 듯 잘게 흔들렸다.
“홍 의원님께서 보내셨습니다.”
그 중 대장처럼 보이는 덩치가 큰 남자가 정중히 허리를 숙였다.
아! 들켰구나.
그 순간 사라의 머릿속에 '오빠는 어디에 있지?' 하는 생각이 번뜩 떠올랐다.
그녀는 고개를 이리저리 돌리며 주위를 빠르게 둘러보았다. 저 멀리 검은 차가 한 대 보였다. 그 옆에서 여러 남자들이 무언가 실랑이를 하고 있는 듯한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여러 남자들이 둘러싸고 있는 남자는 분명 수호였다. 그의 격이 다르게 잘생긴 얼굴은 멀리서도 확실히 알아볼 수 있었다.
사라는 검은 차 쪽으로 슬리퍼를 질질 끌며 달려갔다. 그리고 최대한 목소리를 키워 수호를 부르기 시작했다.
“오빠! 수호 오빠 어디 가는 거야?”
저쪽에서도 사라의 목소리를 들었는지 수호가 남자들에게 붙잡힌 채로 그녀 쪽을 돌아보며 소리쳤다.
“사라야!”
사라가 수호에게 달려가던 중 한쪽 슬리퍼가 벗겨지며 넘어지고 말았다.
다시 얼른 몸을 일으켜 그에게 가려고 했을 때 아버지가 보낸 남자들이 쫓아와 사라는 금방 붙잡히고 말았다. 그녀는 팔 다리를 바동거리며 목이 터져라 수호를 불렀다.
“오빠!”
“사라야!”
수호는 자신을 붙잡은 팔을 뿌리치려 안간힘을 쓰며 저항해 보았지만 역부족이었다.
서로를 애타게 부르는 외침은 마음만 아프게 한 채로 허공으로 흩어졌고 두 사람은 각각 다른 차에 실려 반대 방향으로 끌려갔다. 두 대의 자동차가 떠난 길에는 흙먼지만 뿌옇게 남았다.
그로부터 6년 동안 그의 소식은 어디에서도 들을 수 없었다.
나의 남편이 사라져 버렸다!
#1. 홍사라와 진시유.
“이모!”
수아가 와다다 달려오며 사라를 불렀다.
“뛰지 마. 수아야. 다쳐.”
사라는 수아를 말렸지만 수아는 짧고 통통한 다리를 열심히 움직여 사라에게 뛰어와 안겼다.
“왜 이렇게 안 왔쪄? 슈아는 이모 보고 싶었는데.”
“그동안 좀 바빴어. 이모가 미안해.”
호정은 겨우 2주 만에 보는 거면서 이산가족 상봉이라도 하는 듯한 두 사람을 옆에서 지켜보며 어이없는 표정을 지었다. 그러더니 수아에게 생긋 웃으며 다가갔다.
“수아야. 이 이모는 안 보고 싶었어?”
“응.”
호정이 손으로 자신을 가리키며 물었지만 수아는 1초도 망설이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이 쬐끄만 게 사람 가리고 있어.”
호정은 입을 삐죽거렸다.
홍사라는 현재 대선후보 중 가장 유력하다고 하는 홍상우 의원의 외동딸이다. 어릴 때부터 자선사업이나 봉사활동에 관심이 많던 사라는 한국대 사회복지과를 졸업한 재원이었다. 그녀는 대학을 졸업하고 어떤 자선사업가의 도움을 받아 친구인 우재와 함께 자선단체인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었다.
착한 마음씀씀이는 물론, 그녀의 출중한 외모 덕에 신문기사를 보고 팬이 된 사람들이 그녀의 SNS에 바글거렸다. 170센티의 키, 목까지 오는 단발머리, 주먹만 한 얼굴에 비율 좋게 붙어 있는 이목구비, 모델처럼 날씬한 몸매 덕에 어딜 가나 시선을 모으고 화제를 뿌렸다. 그 덕에 <아름다운 세상>에서 기금을 모으는 데도 큰 도움이 되었다.
<아름다운 세상>은 주로 보육원이나 미혼모를 지원했다.
수아도 <아름다운 세상>이 지원하는 보육원 중 한 곳인 사랑 보육원에 갓난아기 때부터 맡겨진 아이였다. 수아와는 3년 전 회사 차원에서 봉사활동을 왔을 때 처음 만났다. 수아는 처음 만난 날부터 사라를 이모라고 부르며 잘 따랐고 사라도 그런 수아를 아주 예뻐했다.
호정이 수아에게 언니라고 부르도록 유도해 보았지만 똑똑한 수아는 두 사람을 언니라고는 불러주지 않았다.
요즘은 지원하는 보육원이 많이 늘어나서 바빠지는 바람에 각각의 보육원에 봉사활동을 할 시간은 줄었지만, 수아만큼은 주말에 따로 시간을 내서 오늘처럼 친구인 호정과 함께 만나러 왔다. 일주일만 안 봐도 수아의 깜찍한 모습이 눈앞에 아른거려서 참을 수가 없었다.
“수아야 오늘은 뭐하고 놀까?”
“이모, 이모. 이쪽으로 와 봐.”
수아는 사라의 치맛자락을 잡아끌어 보육원 뒤뜰에 있는 닭장으로 데려갔다.
“호슈니가 알을 낳았는데 알에서 쪼꼬만 호슈니가 또 나왔쪄.”
“닭인데 이름이 호순이야?”
사라가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응. 호낭이 무늬가 있잖아. 이모는 그것도 몰라? 헤헤.”
웃으며 가리키는 수아의 손가락을 따라 시선을 옮기니 신기하게도 정말 얼룩덜룩한 호랑이 무늬의 닭이 있었다.
“정말 그렇네?”
“쪼꼬만 호슈니도 이름 지어줘야 하는데 뭐가 좋을까?”
“글쎄? 수아가 예쁜 이름을 지어주면 좋겠다.”
“흠……. 그럼, 호슈니가 낳았으니까 아호!”
“아호?”
“응. 아기 호슈니니까 아호!”
“아! 아호. 좋네. 후훗.”
사라의 입가에 웃음이 가시지 않았다. 수아와 있다 보면 시간이 빠르게 지나갔다. 온지 얼마 안 된 거 같은데 금방 돌아갈 시간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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