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혁이 갑자기 ‘크헉’ 하는 소리를 내더니 화은의 가슴에 얼굴을 묻고 사정없이 흐느끼지 시작했다. 울고 싶어도 언제 울어야 하는지를 몰랐던 준혁은 어머님의 장례식 기간 동안 울지 못했었다. 사이토의 울음소리에 가슴이 울렁거렸지만 눈물이 나오지 않았다고 했다. 그런 준혁을 몰랐던 화은은 갑자기 목을 놓아 우는 준혁이 너무나 가여웠다. 그동안 슬픔이 삐져나와 준혁을 괴롭히고 있었나 보다. 우는 준혁을 보니 이제야 인간적인 감정을 가진 사람처럼 보였다. 항상 자신을 억누르고, 완벽만 추구하며 냉정한 모습만 보여주다가 간간히 자신에게만 사람다운 냄새를 피우던 준혁이었다. 이제는 누구에게나 인간적인 면모를 보여줄 거라 생각하니 오히려 기쁘기까지 했다. '“울고 싶을 때는 울어야 해. 하지만 자기도 내 품안에서만 울어야해”'“흑흑흑”'“어머님 좋은 곳으로 가셔서 우리 지켜보고 계실 거야. 그러니까 조금만 슬퍼했으면 좋겠어”'“…”'“늦게 만난 걸 후회하지 말고 이제라도 만난 걸 다행이라고 생각하자. 어머님의 마지막에 자기가 함께할 수 있었다는 걸 감사하자”'“…”'“자기를 이렇게 울 수 있게 만들어준 어머님께 감사해. 울지 못하는 자기가 그동안 얼마나 안타까웠게”'준혁의 울음이 화은의 위로와 함께 점점 잦아졌다.'“오늘은 아무생각하지 말고 자고 내일은 다정한 내 남편 우준혁으로 돌아오는 거다. 알았지?”'"끄덕끄덕’'화은은 아무 말도 못하는 준혁이 잠들 때까지 그의 등을 가볍게 치며 토닥여주었다. 준혁이 잠들자 준혁의 얼굴에서 눈물을 닦아주며 산같이 거대하게 느껴졌던 남자에게 든든한 마음의 안식처가 자신이라는 생각에 우쭐한 기분이 되어 화은도 기분 좋게 잠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