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은 태양이 빛을 발할 때도 슬프다. 심지어 오늘처럼 비가 내리는 날에 고귀한 생명을 떠나보내야 하다니, 망자(亡子)를 기억해야 하는 남겨진 사람들의 비통함과 막막함이 무엇으로 표현될까.'하지만 이곳에 모인 사람들은 소리 내어 울지 않았다. 장지에서 의례 들리는 가슴이 에일 듯 서럽게 곡하는 사람이 없는 공원묘지. 동그랗게 모여 선 사람들은 세련된 검은 정장을 입고 서 묵묵히 하관을 지켜보았다.'쏴아악.'검은 천이 뒤덮인 관 위로 떨어지는 빗방울의 소리가 사람들의 침묵을 메워주는 동안, 제일 앞에 서 하관을 지켜보는 젊은 남자가 있었다. 이제 갓 서른이 된 남자의 얼굴에는 표정을 찾을 수 없었다.'고요한 것은 표면적일 뿐, 남자의 뒤에선 사람들은 곁에 선 일행의 옆구리를 찌르며 부지런히 수군거렸다. '“어유, 결국 그 남자 못 잊어 자살한 거라며?”'“그 남자 사고로 죽고 이틀 만에 따라 죽었다잖아.”'“죽은 사람은 그만이지만, 산 사람이 문제구만. 개밥의 도토리도 아니고, 마누라가 바람난 것도 모자라, 바람난 놈 따라 죽어버렸으니 이 일을 어찌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