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나, 결혼해” ''나 결혼해. 영주의 목소리가 상혁의 귓전을 파고든다. 나 결혼해. 그러니 나 좀 잡아줘. 당신이 나 좀 잡아줘. 상혁의 귀에 영주의 가느다란 목소리가 잡아달라는 말처럼 환청으로 다가온다. 청첩장을 내미는 표정 없는 영주의 얼굴이 가슴 아프게 다가온다. 절대 자신을 용서하지 않으리란 걸 알면서 상혁은 자신의 귀에 흘러 들어오는 영주의 말이 잡아 달라는 환청으로 듣고 있었다. 향기 잃은 커피처럼 마주 앉은 두 사람은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어느새 잔잔하게 흘러나오던 음악이 침묵으로 인해 더 큰 소리를 내고 있다. ''“제기랄. 입구 쪽에 앉는 게 아닌데, 커피가 다 식었다.” ''괜한 투정인 줄 알면서 상혁은 식어버린 커피 탓을 입구의 차가운 바람 탓을 한다. 들락거리는 사람도 없는데 차가운 바람이 들어올 리 만무한데 잡을 수 없는 트집을 부리는 상혁을 영주는 말없이 바라보았다. 이제 더 이상 미련 따위는 없었다. 미움만, 아니 증오만 존재하는 남자인데……. 도대체 왜 이렇게 이 남자의 그늘을 지우기가 힘든지 알 수가 없었다.''“나 결혼해.” ''“그래.” ''영주는 조용히 한숨을 내쉬어 본다. 상혁의 얼굴에 떠오르는 옅은 미소가 애써 참고 있는 영주의 증오심에 불씨를 잡아당겼다.''“누구라는 건 안 물어?” ''“누구? 누구라는 거 중요하니?” ''자신의 마음을 숨기기라도 하듯 상혁은 아무렇지도 않게 되물었다. 상혁은 자신도 모르게 혀를 깨물었다. 입안에 비릿한 핏물이 고인다. 마음을 숨겨야 한다.''“사랑하니?” ''상혁이 고개를 돌려 창밖을 바라보며 묻는다. 자신의 내뱉은 말에 관심조차 없다는 표정으로 창밖의 반짝이는 트리 불빛을 바라보았다. ''‘사랑하니? 내가 준 상처를 다 치유 할 만큼 그런 사랑을 하니?’''상혁은 바지 주머니에 손을 구겨 넣으며 목걸이가 든 케이스를 만지작거렸다. 아마 영원히 주지 못할지도 모르는 그 목걸이를 영주생각을 하며 두 시간을 고르고 또 골랐다. 백화점 점원이 짜증을 내며 폭발하기 직전에야 겨우 고른 목걸이였다.''이제 제발 돌아와 달라고. 그렇게 애원하고 싶었다. 영주에게 너무나 큰 상처를 준 자신이기에 그동안 보고 싶었단 말조차 꺼내지 못했다.'''''''■ 1장 빗나가다''■ 2장 상처''■ 3장 이미 슬픈 사랑''■ 4장 살며시 다가오다''■ 5장 청혼''■ 6장 애원''■ 7장 홀로서기''■ 8장 같은 곳을 바라보다''■ 에필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