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딸깍, 현관문을 열쇠로 따는 소리가 들려오고 연이어 문이 열렸다. 늦은 가을 장마에 연일 비가 내리고 있었다. 빗소리와 함께 흐느끼던 남자의 울음소리는 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잦아들었다. 그리고 누군가 집안으로 들어서며 익숙한 듯 거실 불을 켰다. 눈을 감고 있었지만 실내가 환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남자는 낮고 음습한 목소리로 말했다.''“불 꺼.”''“깜짝이야. 누구세요?”''여자의 목소리에 조금의 두려움이 서리고 있었다. 남자는 천천히 눈을 떴다. 그리고 목소리가 들려오는 방향을 쳐다봤다.''“당신 누구야?”''처음이다. 저토록 강한 눈빛과 말투. 여지껏 경험해 보지 못한 이상한 기운이 온몸을 휘감아 오고 있었다. 상대에 대한 두려움이라고 해도 좋았고, 호기심이라고 해도 좋았다. 여자는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고 남자의 얼굴을 뻔히 쳐다보고 있었다. 며칠째 면도를 하지 않은 듯 남자의 턱수염은 지저분하게 자라있었고, 푸석한 머리칼과 피곤함이 드리워진 얼굴은 아무런 감정도 없는 사람처럼 무표정했다. 하지만 그의 눈빛에 서려있는 경계심은 여자도 느낄 만큼 강하게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남방 단추를 서너 개쯤 풀어놓았는지 옷깃 속으로 보이는 남자의 몸은 꽤 탄력 있어보이는 근육질이었다. 그리 가깝지 않은 거리임에도 남자에게선 짙은 알코올 냄새가 풍겨오고 있었다.''“전 윤진경인데요. 용준씨 여자친구요. 누구시죠?”''남자는 말없이 일어서 여자의 앞으로 다가왔다. 여자는 움찔하고 놀란 듯 한 발짝 뒤로 물러났다. 그리고 들고 있던 백에서 전화기를 꺼내 들었다.''“전화할거 없어. 난 용준이 형이야. 물론 아버지가 다르니 온전히 형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말야.”''용준의 형. 명도훈. 그녀는 조금은 안심이 된 얼굴로 그를 쳐다봤다. 무엇인가 할말을 애써 찾으려 하는 그녀를 보며 남자는 주방쪽으로 향했다. 물통을 통째로 들어 물을 마시며 그는 건조한 말투로 말했다. ''“용준이랑 연락 안하고 그냥 온 모양이죠? 용준이는 청주에 내려갔어요.”''계속 반말을 하던 그가 경어를 쓰고 있었다. 오히려 반말을 하는 게 더 어울리는 것 같은 느낌이다. 의아한 눈빛을 보내는 여자를 바라보며 남자는 말을 이었다. ''“아버지가 상태가 나빠졌대요.”''청주에 내려가며 전화 한 통 해주지 않은 용준의 무심함에 서운한 마음이 들었다. 사정이 있지 않았다면 연락 한 통을 하지 않을 사람이 아니란 걸 너무 잘 아는 그녀였기에 조금은 걱정스런 마음도 생기고 있었다. 그리고 형 도훈이 자신의 집에 와있다는 말을 오늘 오전에 통화를 할 때까지만 해도 하지 않았던 탓에 그녀의 궁금증은 커져만 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