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덜컹. 덜컹.'창틀과 아귀 맞지 않는 유리창이 흔들리는 소리에 자정이 넘어서야 자리에 누운 소녀는 딱딱한 바닥에서 몸을 뒤척였다. 간헐적인 소음과 함께 창문 틈으로 스며드는 찬바람이 코 끝을 스치고 지나가자 결국은 머리끝까지 이불을 뒤집어쓰고 말았다. ''매일 밤 익숙한 소리인데도 오늘따라 이토록 신경에 거슬려하며 잠 못 이루는 것은, 아마도 한나절 학교에서 있었던 일을 자꾸만 되새김하는 자신의 지나친 열등감 때문이리라.''“선배! 그런 애랑 더 이상 어울리지 마세요!”''그런 애. 가장 친한 친구의 입에서 나온 그 말이 소민에게 일으킨 파장은 엄청난 것이었다. 게다가 그 눈빛이란…… 질투과 시기로 얼룩진 그 번뜩임은 그녀가 나리를 더 이상 친구로 여기지 못하게 만들었다.''“그런 애라니?”''동아리 ‘글샘’의 회장인 호수의 목소리에 약간은 노기가 어려있는 것을 소민은 느낄 수 있었으나, 나리는 아랑곳없이 말을 이었다.''“모두들 그 고고한 척 하는 모습에 속아넘어가는 거, 이제 정말 못 봐 주겠어! 그 애, 선배가 마음에 담아둔 그 애 고아원 출신인 거 몰랐죠?”''순간, 소민이 동아리방으로 향하는 계단에 스르륵 주저앉아 버리고 말았던 것은 고아원에 산다는 것을 호수에게 들켜버렸다는데서 오는 부끄럼 때문만은 아니었다. 단짝이라 여겼던 나리가 저토록 악랄한 말을 내뱉고 있다는 사실이 그녀를 배신감과 절망감의 구렁텅이로 밀어 넣고 있었던 것이다. '소민은 허탈한 표정으로 그 자리를 떠나야만 했다. 아무도 모르게 소리 없이 움직여 교실로 돌아온 그녀는 가방을 챙겨 바로 자신의 집으로 돌아왔다. 그들이 그렇게 끔찍하게 생각하는 보육시설 다정원으로.''베개를 적시는 뜨거운 액체가 눈물임을 생각이 끝난 후에야 알아차린 소민은 모로 누워서 그것을 훔쳤다. 혹여 라도 곁에 누운 어린 동생들이 깰까봐 소리도 내지 못하고 입 속으로만 설움을 삼키며 그녀는 한참을 울고 또 울었다. ''비단 오늘 일 뿐만 아니라 17년 동안 당해온 크고 작은 설움들이 복받쳐서. 자신을 배척하는 사람들과 종래에는 핏덩이를 버릴 수밖에 없었던 어머니라는 사람에 대한 미움이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솟아올라서.'처음 고아라는 개념을 알게 된 것은 초등학교 1학년 때였다. 다른 아이들보다 유난히 독립심이 강하고, 생각이 어른스러웠던 소민은 짝의 생일 파티에 초대를 받게 되었다. ''“소민이라구? 어머니는 뭐 하시니? 집에 계셔?”''머리를 틀어 올리고, 곱게 화장을 한 친구 어머니는 친절한 얼굴로 소민에게 물었다. 그러나 태어나서 처음 보는 휘황찬란한 집의 내부구조와 상다리가 부러질 듯 차려진 음식에 정신이 팔려 그녀는 건성으로 대답하고 말았다. ''“우리 엄마 없어요.”''소민은 아주머니의 미간이 찌푸려지는 것도 보지 못하고, 오른손으로 젓가락을 집어 들었다. 그저 맛있는 음식을 먹어보고 싶다는 본능만이 작은 몸을 지배하고 있었던 것이다.''“뭐, 뭐라구? 그럼 지금은 누구랑 함께 살아?”''약간 톤이 올라간 그 목소리에 그제야 소민은 커다란 눈동자로 짝의 어머니라는 사람을 응시했다. 그리고 아주 당연하다는 듯한 표정으로 대답했다.''“학교 뒤에 있는 ‘다정원’이 우리집이에요.”''“다, 다정원? 거기 고아원 아니야?”''그리고는 끝이었다. 그 아이와의 인연은. 그리고 소민은 점차 알아갔다. 자신이 아무리 노력해도 남들과는 같아질 수 없음을.'''''''■ 1. 쌓여 가는 그리움''■ 2. 어긋난 재회''■ 3. 또 다른 인연의 시작''■ 4. 시간을 거슬러''■ 5. 먼 그대''■ 6. 흔들리는 마음''■ 7. 그의 곁이라면''■ 8. 마음이 머무는 곳''■ 9. 사랑의 향기''■ 10. 질 투''■ 11. 시련 속에서''■ 12. 냉정과 열정 사이''■ 13. 그녀에게 물들다''■ 14. 상 처''■ 15. 시작되는 연인들''■ 16. 사랑이란''■ 17. 다가오는 그림자''■ 18. 시험에 들다''■ 19. 사랑하지 말 것을''■ 20. 늦은 후회''■ 21. 이별후애(離別後愛)''■ 22. 그대와 영원히''■ 에필로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