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 오버 더 레인보우''''''“誰か助けて下さい。泥坊！誰かいません？”'(누가 도와주세요. 도둑이야, 아무도 없어요?)''한국을 떠나 도쿄 하네다 국제공항 도착한 지, 불과 2시간. 지운은 가방을 통째로 소매치기 당한 자신을 보며 허탈함에 혀를 끌끌 찰 수밖에 없었다. 햇살의 나른함에 잠시 눈을 부친게 화근이었다. 아무것도 알지 못하고, 여기가 어딘지 조차 지도에 의지하는 그녀에게 이제 희망이 보이지 않았다. 호주머니 속 왕복행 티켓 한 장과 짤랑거리는 동전을 제외하면 그녀는 타국에 와서 가진 것 하나 없는 빈털터리였다. 너무 날쌘 놈이라 그렇다. 진작 일어났지만 초등학교시절 운동회때 6명이 달리는 그중 5등을 하는 지운에게 있어 이 녀석은 비운의 상대였다. 허탈함밖에 없었다. 그래도 걱정 없는 성격이라 그런지 웃음을 터트리며 공항에 앉아 있다. 석달 열흘을 부모님 몰래 눈치를 보며 우여곡절 끝에 도착한 끌어 모은 돈이었기에 어이없이 한순간에 털려 버린 자신이 너무 한심해 보였다.''‘이럴 줄 알았으면 기내식에서 밥이라도 먹을걸…….'''비행기에서 쿨쿨 잠만 자서 속도 빈 상태였다. 골골한 배를 만지며 지나가던 남자의 등을 손가락으로 콕콕 찔렀다.''“すみません。この?に警察署ありますか？”'(죄송하지만, 이 근처에 경찰서가 있나요?)''길을 걸어가던 남자에게 경찰서가 어디에 있는지 물어보았다. 도무지 어디가 어딘지 찾을 수도 없었다. 일본어를 배우지도 않고 일자무식으로 안내책자 달랑 의지하고 벗삼아 달려 온 것부터가 문제였다.''“あちらの角を右に曲がってまっすぐに行って左に曲がったらあります”'(저쪽의 길모퉁이를 오른쪽으로 돌아 곧바로 가서 왼쪽으로 꺾으면 있습니다)''“젠장, 알아들을 수 가 있어야지. すみません。もう一度お願いします”(죄송하지만, 한 번만 더 부탁드려요)''“한국 분이세요?"''남자는 지운의 혼잣말을 듣고서 한국어로 물었다. 언뜻 보기에는 대학생같이 보이는 캐쥬얼한 옷차림과 깊게 눌러쓴 모자가 썩 잘 어울렸다. 남자다운 굵은 선을 가진 그는 쌍꺼풀 없는 눈에 시원시원하게 뚫린 이목구비가 누구에게나 호감형으로 보였다. 서글서글하게 생긴 것이 사람이 순해보였다. 지운은 잡을 지푸라기 하나 없이 어떡하나 싶었는데 구사일생으로 살아난 사람처럼 기뻐하며 소매치기를 당했다고 그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하였다. 그는 차분하게 그녀의 이야기를 듣고 나서 그녀를 경찰서까지 안내해주었다. 하지만 무일푼인 그녀가 소매치기를 당해서 찾아달라고 말은 해놓아도 언제 범인이 잡힐 줄 모르고, 잡히다하더라도 받아낼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이틀 후엔 한국으로 돌아가야 하기에 더더욱 범인을 잡기란 힘든 일이었다. 아는 사람 한 명 없이 낯선 거리에서 서로 다른 언어를 쓰는 사람들 속을 헤매는 것은 시골 쥐가 서울구경 나온 것 보다 더 위험하고 험한 일이었다. 걱정스럽게 그는 지운을 쳐다보고 있었다. 낯선 땅에서 단지 한국 사람을 만났다는 동포애 때문이었을까? 그는 쉽게 자신의 길로 돌아가지 않고 지운의 곁에 머물러있었다.''“저기, 고맙습니다. 제가 일본어에는 서툴러요. 신세를 지게 됐네요."''“그럼.”''“저기요. 가진 것이라고는 돌아가는 비행기티켓이 전부인데……."''뱃속에서 꼬르륵하는 소리를 들려주며 지운은 민망한 듯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손가락으로 자신의 배를 콕콕 찔러댔다. 남자가 웃으며 지운을 쳐다보며 말했다.''“저기, 식사 안 하셨나본데, 괜찮다면 제가 식사대접해도 괜찮을까요?"''“처음 뵙는 분께 어떻게 그런 실례를 하면서도 제가 상황을 따질 때가 아니네요. 그럼 신세 지겠습니다."'''''''■ 01. 글루미 선데이''■ 02. 유리의 성''■ 03. 나쁜 남자''■ 04. 중독''■ 05. 버스정류장''■ 06. 러브 액츄얼리''■ 07. 해피엔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