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프롤로그

올해 스물세 살인 나는 한순간의 실수로 모든 걸 잃었다. 살고 싶지도 않았고 미래로 나아갈 용기조차 없었다. 오직 과거로 도망쳐 더 이상 아프지 않게 영혼의 안식을 바랐을 뿐이다. 오늘보다 내일이 더 두려운 인생, 그렇게 스스로를 자책하고 원망한 끝에 하늘은 내게 저주인지 축복인지 선물을 주고 갔다. 가장 행복해야 할 내 생일인 10월 16일이 찾아오면 나는 약속을 한 것처럼 다시 9월 16일로 돌아간다. 그나마 내 인생에서 적당히 덜 아픈 시기, 비록 한 달의 인생을 반복하지만 그럭저럭 만족한다. 아프지 않기 위해 또 상실 같은 건 없는 일상을 지키기 위해서 계속 그래 왔고 이 루틴은 벌써 다섯 번째가 되었다.

“어서 오세요!”

“예나 언니, 또 왔어요! 강로이!”

“으응, 알아.”

카페 카운터에서 앞치마를 만지작거리고 있는 날 툭 치며 같은 알바생인 서우가 호들갑을 떨며 소리쳤다. 계속 같은 구간에서의 삶을 반복하기에 익숙한 상황인 만큼 연예인이 등장했으나 내 반응은 미적거림 그 자체였다.

“주문하시겠어요?”

“아이스아메리카노, 테이크아웃이요. 얼음은 너무 많이 넣어 주지 마세요.”

“네.”

“언니 왜 이렇게 침착해요? 강로이라고요! 강로이!”

“응, 몇 번 봤잖아.”

“꺄, 너무 잘생겼어!”

나는 주문을 받아 음료 제조에 돌입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여전히 서우는 구석에 서 있는 강로이를 힐끔힐끔 보며 정신을 못 차리고 있었다.

나도 강로이를 처음 봤을 땐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 이 건물의 입주민들이 주요 손님들이라지만 강로이는 유독 눈에 띄었다. 올해 시청률 30퍼센트를 찍은 <레드 힐>이라는 드라마의 남자 주인공이었고 그 외의 다수 작품을 모두 흥행을 시킨 잘나가는 톱스타이기 때문이다.

훤칠한 키에 작은 얼굴, 목소리까지 좋고 잘못 입으면 촌스러울 수 있는 라이더 재킷까지 너무나 잘 어울린다. 젊고 부자이며 정말 살면서 이렇게 잘생긴 남자를 또 볼 수 있을지 의문일 정도로 보이지 않는 매력마저 넘쳐난다.

“저 여기서 알바하길 너무 잘한 거 같아요.”

“그러니?”

나는 맡은 바 업무에 충실하며 컵에 음료를 담느라 바빴지만, 여전히 서우는 강로이를 힐끔 보며 계속 이야기를 이어 갔다.

“이 건물 펜트하우스에 산다고 들었어요. 계속 여기서 일하다 보면 또 강로이를 볼 수 있겠죠?”

지금 우리가 일하고 있는 <레몬트리>라는 카페는 그랜드오메가타워 1층에 자리를 잡고 있고 이 건물 가장 높은 층, 펜트하우스에 강로이가 거주하고 있다. 그래서 서우는 꾸준히 강로이를 볼 수 있을 거라 착각하고 있는 건가?

“주문하신 음료 나왔습니다.”

“네, 감사합니다.”

제삼자에게 평범한 카페 알바생인 나와 서울 강남에서 뜨겁게 떠오르는 주상 복합 건물의 펜트하우스에 거주하는 강로이의 인생 중 하나를 고르라고 하면 아마 99퍼센트가 강로이가 되고 싶다고 이야기할 것이다. 다만 나는 강로이가 부럽지 않다.

‘오늘은 10월 6일, 내일은 강로이가 죽는 날이니까…….’

“뉴스 속보입니다. 드라마 <레드 힐>에서 열연을 펼친 톱스타 강로이 씨가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되었습니다. 정확한 사인은 밝혀지지 않았으나 외부의 침입이 없어 현재로서는 극단적인 선택을 했을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김 교수님 오늘 믿을 수 없는 소식이 전해졌네요. 그랜드오메가타워의 펜트하우스를 최근 현찰로 매입해 큰 화제를 모았던 톱스타 강로이 씨가 왜 그런 극단적인 선택을 한 걸까요?”

“글쎄요. 유서도 나오지 않았고 주변에서는 전혀 그런 기색을 느끼지 못했다고 합니다. 저 역시 믿기 힘들고 매우 충격적이네요.”

10월 7일 강로이는 자살한다. 나는 계속 9월 16일에서 10월 16일 사이의 인생을 반복하고 있으니 강로이에 관한 뉴스는 달달 외울 정도로 여러 차례 들었다. 다만 <연예가르포>라는 방송에서 10월 17일에 강로이가 왜 죽었는지 단독으로 보도하겠다고 해 무슨 이유로 그런 선택을 한 건지는 정확히 알지 못한다. 그저 강로이에 대해 패널들이 몇 시간씩 떠드는 장면과 광장에 시민 분향소를 설치해야 한다고 소리치는 사람들, 장례식장 앞에서 오열하는 팬들의 모습 등이 지금도 머릿속에 생생할 뿐이다.

‘또 같은 뉴스를 들어야 하는 건가? 이렇게 볼 때는 멀쩡하기만 한데.’

“죽지 마요. 이상한 생각 같은 거 하지 말라고요.”

괜한 오지랖이었다. 어차피 다시 또 과거로 돌아가기 때문에 무의미한 발언이었으나, 죽음을 앞둔 사람을 계속 지켜보다 보니 나도 모르게 쓸데없는 소리가 나와 버렸다.

“예?”

“언니 그게 무슨 소리세요?”

“아니야, 아무것도.”

나는 서우가 다가오자 아무렇지 않은 척 설거지를 하기 위해 몸을 돌렸다. 그렇지만 분명 강로이는 내 말을 듣고는 들고 있던 음료의 용기를 살짝 찌그러뜨릴 정도로 손에 힘이 많이 들어갔었다.

‘살 사람은 살고 죽을 사람은 죽는 게 인생이야, 다음부터는 조심해야겠다.’

**

“아, 언제 집까지 가지? 귀찮다.”

삶이 고단하다. 계속 한 달의 시간을 반복하다 보니 지루할 때도 있다. 그렇지만 내가 선택한 방식이고 어떻게 해서든 이겨내야 할 뿐이다.

“저기요. 이제 퇴근하세요?”

“어? 당신은?”

그런데 이럴 수가? 오늘은 내가 마지막까지 남다 보니 저녁 10시가 임박했지만, 강로이는 카페 앞에서 계속 날 기다리고 있었던 모양이다.

“아, 묻고 싶은 게 있어서요.”

“얼른 물어보세요.”

‘이제 몇 시간 후면 이 남자가 죽는구나…….’

사소한 한마디로 인해 어느새 다섯 번째인 올해 10월 6일의 인생이 조금 바뀐 것은 신기하다. 그렇지만 죽음을 앞둔 사람을 바라보고 있다 보니 엄청 유쾌하지도 않다.

“제가 죽을 거라는 걸 어떻게 알았어요? 그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고 절대 티 내지 않았는데요.”

“왜 자살하려는데요?”

“아?”

강로이는 무척이나 놀란 듯, 입고 있던 라이더 재킷 소매를 한번 걷고는 나에게 가까이 다가왔다.

“돈도 많잖아요. 얼굴도 잘생겼고 평판도 좋고 솔직히 이해가 가지를 않아요. 뭐 일반인이 모르는 속사정이 있는 거겠죠.”

아까부터 밖에서 날 기다리느라 살짝 추운지 강로이는 내 냉소적인 말을 듣고는 코를 한번 찡긋거렸다.

“근데 그거 알아요?”

“뭘요?”

“남겨진 사람 역시 무척이나 괴롭고 힘들어요.”

내 나지막한 한마디에 강로이의 표정은 무척이나 어두워졌다. 강로이에게도 가족이나 친구 등 소중한 사람이 존재할 테니까. 물론 일부러 상대방에게 고민을 강요한 것은 아니다. 그저 내가 느낀 경험을 솔직하게 전달했을 뿐이다.

‘소중한 누군가를 잃은 사람은 살아도 산 게 아니니까…….’

“우리 집에서 술 한잔하고 갈래요?”

“네?”

잠시 생각에 잠겨 있던 강로이의 입에서 의외의 말이 나오자 나 역시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내 몇 마디가 강로이에게 변화를 가져다준 것은 분명해 보인다.

“부탁드릴게요. 죽기 전 마지막 소원이에요.”

[“언니 연예가르포에서 봤는데 강로이가 사는 펜트하우스 대박 끝내준대요! 한강도 보이고 거실도 엄청 넓고 어쨌든 한번은 꼭 놀러 가보고 싶어요!”]

“집이 엄청 좋다면서요. 그 대신 저도 소원이 있어요.”

“네, 말씀하세요.”

“죽지 마요. 그러면 같이 술 한잔 마셔 줄게요.”

서우가 그토록 찬양하던 강로이의 집을 실제로 구경하고 싶기도 했지만, 내 작은 호의로 인해 죽어야 할 강로이가 살 수 있다면 그것도 꽤 괜찮은 선택이 아닐까?

“좋아요! 들어가요.”

강로이는 당황스러운 듯 몇 초간 생각에 잠겨 있다가 내 제안을 수락하고는 앞장서서 걸어가기 시작했다.

‘어차피 며칠 후면 다시 9월 16일로 돌아가, 이렇게 되면 과거로 돌아갈 때까지 강로이가 뉴스에 나오는 일은 없겠지.’

“집이 참 좋네요? 진짜 거실에 스무 명이 누워도 될 정도예요.”

그랜드오메가타워 펜트하우스의 거실에 서 있는 나는 좀처럼 시선을 고정하지 못했다. 벽지, 바닥, 소품 등 사소한 것 하나까지 모든 게 다 고급스러움 그 자체였다.

“여기 한번 보실래요?”

강로이가 소파 옆에 있던 리모컨을 누르자 커튼이 저절로 젖혀졌다. 그러고는 환상적인 야경이 나타났다. 계속 반복되는 인생으로 지루했던 나에게는 꽤나 신선한 자극이었다.

“우와, 대박이네요. 이렇게 큰집에 혼자 살아요? 반려동물도 안 키우고요?”

“네, 아까보다 말이 훨씬 빨라졌네요?”

“그, 그런가요?”

나는 민망한 나머지 말을 더듬거렸지만, 강로이는 겉옷을 대충 의자에 벗어 두고는 주방으로 향했다.

“와인 좋아해요?”

“뭐, 싫어하지는 않아요.”

“우리나라에서 제일 비싼 와인 냉장고에 보관한 최고급 와인이에요. 아마 한 모금에 100만 원이 넘을걸요?”

“와, 제가 100시간 일해야 그 와인 한 모금이네요.”

강로이는 내 혼잣말을 듣고는 미소를 짓다가 가까이 오라고 손짓을 했다. 고급스러운 조명, 뭔가 비싸 보이는 테이블에서 나와 강로이는 마주 보며 와인을 나누어 마시게 된 것이다.

‘이렇게 호화스러운 삶을 강로이는 매일 하고 있었던 거야? 근데 이유가 뭐지? 도대체 왜 죽은 거야?’

**

“아, 피곤해서 그런가. 몇 잔 마시지도 않았는데 그냥 잠들었네.”

보통 드라마에서는 이렇게 남녀가 술을 마시다가 잠이 들면, 나중에 잠에서 깨어난 후 침대에 누워 있는 자신을 보며 당황하거나 소리를 지르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현실은 조금 달랐다. 따스한 아침 햇살에 눈을 뜬 나는 침대가 아닌 소파에서 담요 하나만 덮은 채 자다가 일어난 것이다. 뭐 옷도 그대로 잘 입고 입었다.

“저기요? 어디 계세요?”

어쨌거나 강로이와 선을 넘지는 않은 게 확실해 보이는 상황, 그럼에도 나는 옷매무시를 가다듬고 머리카락을 몇 번 만지작거린 뒤 좀처럼 보이지 않는 강로이를 찾아다니기 시작했다.

“어? XX! 내가 죽지 말라니까!”

그런데 이럴 수가? 살짝 열린 방문을 조금 더 열어 보자 강로이는 약통을 잔뜩 손에 쥔 채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이봐요! 어? 아직 살아 있잖아?”

혹시나 하는 마음에 강로이의 코에 손을 가져다 댔는데 미약하게 숨소리가 들렸다.

“여보세요? 톱스타 강로이가 자살을 시도했어요! 빨리 좀 와주세요! 여기가 어디냐고요?”

그리고 나는 속았다는 분노보다 사람을 살려야 한다는 생각이 앞서 곧장 119에 신고를 했다. 지금의 내 전화 하나가 훗날 어떤 사건들을 일으킬지, 전혀 예측하지 못한 채로 말이다.

#1 요동치는 운명의 수레바퀴

“뉴스 속보입니다! 톱스타 배우 강로이 씨가 자택에서 음독자살을 시도한 후 급히 병원으로 옮겨졌다고 합니다! 다만 강로이 씨를 가장 먼저 발견한 게 가족도 소속사 직원도 아닌 일반인이라고 알려져 논란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강로이는 중환자실에서 집중 치료를 받다가 이틀 후 기적적으로 의식을 회복해 일반 병실로 옮겨졌다. 그 과정에서 난 경찰서에 두 번이나 다녀와야 했다. 뭐 결과적으로는 원래라면 죽었어야 할 강로이를 내가 살린 셈이 된 것. 그렇지만 한 달이라는 삶을 계속 반복하는 내가 미래를 알고 있음에도 똑같은 루틴을 유지하는 것에는 그동안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커피를 만들어 파는 일 자체도 내가 열정을 가지고 할 만큼 좋아하는 일이기도 하지만, 지금 이 상태가 나에게는 적당히 딱 좋았다. 괜히 복권을 산다거나 주식을 사서 큰돈을 벌려고 하다가 이상한 사건에 휘말려 스트레스를 받고 싶지도 않았고 변수가 많은 불투명한 미래에 도전해 아파하기보다는 지루할 법도 하지만 안정적인 삶을 꾸준히 사는 것도 괜찮다고 여겼다. 할 수 있는 일을 계속 꾸준히 하는 것이 내 인생의 전부, 물론 모든 걸 잃고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은 내가 미래를 꿈꾼다는 것 자체가 사치일 뿐이지만.

‘더 이상 후회 같은 걸 하고 싶지는 않아, 아픔도 슬픔도 없는 지금이 딱 좋아…….’

그럼에도 나는 죽어 가는 강로이를 살린 것은 인간적으로 윤리적으로 올바른 판단이었다고 생각 중이다. 다만 내 선택이 사건을 해결한 것이 아닌 새로운 사건의 시작이 될 줄은 몰랐다. 수많은 언론이 쓰러져 있던 강로이를 최초 발견한 나에 대해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김 교수님, 강로이 씨를 최초 발견하고 신고한 S양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뜨겁다죠?”

“그렇습니다. 현재까지 알려진 S양에 관한 단서는 그랜드오메가타워의 입주민 혹은 부대시설에서 일을 하는 직원이라는 것 정도인데요. 워낙 팬덤이 강한 연예인인 만큼 꼬리에 꼬리를 물고 수많은 추측이 난무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자세히 이야기를 좀 해주시죠.”

“어떻게 S양이 강로이 씨의 자택에 들어갈 수 있었는지, 만약 두 사람이 밤을 함께 지새운 거라면 관계는 정확히 어떻게 되는 건지 등이 의문으로 남아 있기 때문이죠.”

삐이익!

“후.”

나는 화가 치솟는 나머지 TV를 끄고는 살짝 한숨을 내뱉었다. 강로이가 왜 그런 극단적인 선택을 했는지 며칠 정도 이야기를 하다가 강로이 본인이 침묵을 지키고 있자 이제는 식은 떡밥이라고 여긴 건지, 나에 관한 이야기로 포커스를 바꿀 줄은 몰랐다. 나도 강로이에게 속은 피해자일 뿐이다. 그러나 IT 강국인 대한민국의 대중들은 참으로 집요했고 언론들은 오랜만에 맛있는 먹이를 찾은 것처럼 분주했다. 어느새 내 이름은 서예나가 아닌 S양으로 불리고 있었고 이미 그랜드오메가타워와 연관된 사람이라는 것까지 밝혀져 버렸다.

‘며칠만 버티면 되는데 이러다 내 신상이 다 털리는 거 아닌지 걱정이 돼…….’

**

“언니 왔어요?”

“응, 서우도 안녕. 나 옷 좀 갈아입고 올게.”

“네.”

오늘은 10월 11일, 어차피 조금 있으면 과거로 돌아가니까 알바 같은 건 때려치우고 숨어 사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지만 나는 그렇게 하지 않고 내 일터로 평소처럼 출근을 했다. 뭔가 여기서 잠수를 타버리면 내가 S양이라는 걸 인정하는 것과 동시에 책임감도 없이 도망치는 기분이 들었고 며칠만 지나면 다시 9월 16일이 되는 만큼 그냥 평소의 루틴을 유지하기로 마음먹은 것이다.

“언니, 뉴스에서 언급되는 S양이 설마 언니는 아니죠? 생각해 보니 언니가 그때 강로이한테 죽지 말라고 한 게 떠올라서요.”

“글쎄.”

내가 탈의실에서 유니폼으로 갈아입고 나오자 서우는 기다렸다는 듯이 물었다. 뭐 예상했던 질문이기에 나는 묘한 미소를 지을 뿐이었다.

“우리 오빠 최초로 발견하고 신고한 S양 맞나요?”

“네?”

“어머, 맞나 봐.”

“거봐, 네티즌 수사대가 요즘 얼마나 정확한데? 이제 여기 말고는 없어.”

“명찰의 이름도 서예나, 이니셜도 일치해.”

오늘의 첫 손님들이 음료를 주문하는 줄 알고 몸을 돌렸을 뿐이다. 하지만 여자 삼총사의 정체는 강로이를 좋아하는 극성팬들이었고 벌써부터 공세가 엄청났다. 예전부터 강로이를 만나고 싶어서 카페에 여러 번 왔으니까.

“대답 좀 해주세요.”

“우리 오빠랑 무슨 사이예요?”

“어떻게 우리도 못 가본 로이 오빠 집에 들어갈 수 있었냐고요!”

“하아.”

우리나라가 인터넷 강국이고 정보가 넘치는 시대이기는 하지만, 이렇게까지 팬들이 직접 발로 뛰며 S양을 찾고 있을 줄은 몰랐다.

“저기 얘들아, 오늘은 이만 돌아가 줄래?”

“……!”

“로이 오빠!”

“오빠 언제 퇴원했어요?”

“꺄아, 오빠 이제 괜찮은 거예요?”

“얘들아 잠깐 저쪽으로 좀.”

“언니, 강로이가 여기에 왜 온 걸까요?”

“내가 그걸 어떻게 아니?”

갑작스러운 강로이의 등장에 여자 삼총사는 무척이나 뜨거운 반응을 보인 반면, 나는 최대한 살벌한 표정으로 강로이를 노려볼 뿐이었다. 다행히 강로이는 내 눈치를 살피다가 여자 삼총사의 소지품에 친필 사인을 해주고 무언가 귓속말까지 한 다음 조용히 타일러 보냈다. 그렇지만 이런다고 해서 일이 잘 마무리되었다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