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락과 순전 ''''8살 때 병든 친모를 잃고 양부로부터 갖은 학대를 받으며 자랐던 ‘그’의 어머니는 열일곱 살에 양부의 아들인 ‘그’를 낳았다. '양부로 인한 육체적, 정신적 고통을 도저히 견딜 수 없었던 그녀는 양부의 돈을 훔쳐 길거리를 전전했고, 생존을 위해 이미 양부로 인해 망가질 대로 망가진 그녀의 몸을 뭇 사내들에게 바쳤다. '그녀는 사내들에게 아낌없이 몸을 바치면서도 양부로부터 시작된 남자를 향한 저주와 증오를 떨쳐버릴 수 없었다. 그녀에게 남자는 괴물이었고, 그녀는 언제나 그들로부터 당하는 희생양이었다. '하지만 돈을 쥐어주는 그들을 멀어지게 할 수 없었다. 그 누구도 피해갈 수 없는 유혹적인 매력을 물씬 발산하며, 증오를 미소로 가장하여 사내들의 이목을 끌었던 그녀는 남자들로부터 어마어마한 액수의 돈을 갈취하고, 그들의 가정을 나락으로 빠뜨리기도 하면서 나름 그들을 ‘이용’하고 그들을 향한 복수를 제대로 하고 있는 것이라 수없이 머릿속에 합리화 시키며 매춘 생활을 이어나갔다. '배운 것이 도둑질이라고 그녀는 자식에게 가르쳐 줄 것이 그 외에 아무것도 없었다. 무엇보다 자신이 가장 증오하는 남성의 상징을 갖고 있는 양부의 핏줄을 그녀는 도저히 사랑할 수 없었다. 그녀의 몸에서 남아가 태어났다는 것을 알게 됐을 때, 그녀는 경악을 금치 못하며 괴물을 낳았다고 비명을 질러댔다. 그런 아이가 성장할수록 끔찍스럽게만 느껴질 뿐 결코 사랑스럽게 느껴질리 없었다. 괴물 같은 양부의 분신인 그를 어떻게든 망치고 싶은 마음만이 가득할 뿐, 사랑을 모르고 자란 그녀에게 모정이란 없었다. '그러나 피는 속일 수 없었는지 모친의 아름다운 외모를 그대로 이어받은 그는 성장할수록 뭇 여성들은 물론 금기를 넘나드는 남성의 마음까지 설레게 하는 매력적인 남성으로 변해갔고, 그녀는 그런 그의 매력을 이용하여 이득을 취하고자 자신의 핏줄임에도 불구하고 일찍이 그녀와 같은 삶이 그의 삶임을, 그의 존재 이유임을 수없이 세뇌시키며 그를 숙련된 남창으로 교육시켰다. 윤락가에서 자란 그에게 그녀 어머니가 가르쳐 준 모든 것은 진리와도 같았고, 그의 전 세계와도 같았다. '머리가 커가며 자신이 몸담고 있는 세상이 전부가 아닌 지극히 일부에 불과함을 깨닫게 되었다. 더불어 자신이 세상에서 가장 잘한다고 생각한 일이 세상 사람들이 손가락질하며 감추려드는 추악하고도 부도덕하며 타락이라 일컬어지고 있는 것임을 지각하게 되었다. 하지만 동시에 그 같은 자신의 삶을 비난하고 경멸하는 그들로부터 역겨운 위선 또한 느껴지지 않을 수 없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몸값이 엄청나게 높아진 그가 상대하는 인간들 대다수가 엘리트 중의 엘리트 계급에 속한 이들이었으므로. '그들 중엔 가학적이고 피학적인 변태적인 인간들도 상당히 많았다. 고객의 요구인 만큼 들어주지 않을 수가 없었지만, 때론 고역이 따로 없었다. 그래도 잠시 참으면 거액이 따라오기에 그는 언제나 그렇듯 자신의 몸을 자신의 몸이 아니라 여기며 타인의 장난감이 되도록 내주었다. 그들이 원하는 반응을 보여주긴 하지만 속으론 그 위선 가득한 얼굴에 침 한번 뱉어주고픈 욕구를 수없이 참으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