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만남

“엄마!”

“…어? 온유야, 여기 어떻게 왔어?”

“힝…, 엄마 미워.”

아연은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온유를 안아 들었다. 6살 아이가 올 수 있는 곳이 아니기에 아연은 당황스러우면서 궁금하기도 해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저…, 조아연 씨.”

“아! 죄송합니다. 아이 때문에….”

“흠, 조아연 씨 아이입니까?”

“네. 죄송합니다.”

조금 전까지 이야기를 나누고 있던 남자의 목소리에 정신을 차린 아연은 온유를 안은 채 말을 이어갔다. 온유를 데리고 이곳에 온 사람을 찾아야 하니 오늘의 만남을 정리하려 해야 했다. 하지만 상대는 생각이 다른지 자신의 궁금함을 풀기 위해 계속 말을 걸었다.

“우선….”

“죄송하지만 오늘은 아이 때문에 들어가야 할 것 같습니다.”

“하…, 뭐요?”

“죄송합니다.”

“엄마, 힝….”

온유의 울먹거림에 아연은 온유의 등을 또닥거리며 의자에 올려놓은 가방을 잡았다. 하지만 상대는 아연의 사과가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자리에서 일어나 두 사람을 향해 다가왔다. 그 모습에 온유는 아연의 목을 더 세게 끌어안았고 아연도 긴장하게 되었다.

“사장님!”

“…….”

“……?”

서로를 끌어안고 다음 상황을 기다리던 두 여자는 익숙한 목소리에 긴장을 풀었다. 목소리의 주인공은 석진이었다. 안심한 두 사람과 달리 이 상황이 어이가 없었던 남자는 소리가 나는 곳을 바라보고 행동을 잠시 멈췄다.

“제가 온유 데리고 왔어요.”

“아…. 그럼….”

“누굽니까?”

“저는 사장님과 함께 일하는 사람입니다.”

“흠, 그럼 아이는 데리고….”

“아닙니다. 저도 그만 일어나야 할 것 같아요. 오늘은… 실례가 많았습니다.”

아연은 이 남자와 이야기를 이어가고 싶지 않았다. 온유가 오기 전까지 분위기 좋게 이야기하던 사람이 상황이 바뀌자 위협적으로 바뀌는 모습에 이미 마음이 떠난 상태였다. 다행히 석진을 본 상대는 다음 행동을 하지 않았고 아연은 가방을 들고 다시 한번 인사를 한 후 밖으로 나왔다.

“자, 상황 보고!”

“그게, 온유가 카페에서 울고….”

주차장에 내려온 아연은 온유를 카시트에 앉힌 후 석진을 보며 말했다. 존재만으로도 상대를 압도하는 석진은 덩치와는 다르게 긴장한 듯 변명을 하기 시작했다. 아연은 그런 모습에 웃음이 났지만 꾹 참으며 석진을 바라봤다. 삼촌이 자기 때문에 혼나는 것을 안 온유는 상황 보고를 하기 시작했다.

“엄마가 보고 시포소, 삼촌한테 부탁을 해쏘.”

“하….”

“석진아, 우선… 고맙다.”

“…네?”

고개를 떨구고 아연의 말을 듣고 있던 석진은 ‘고맙다’라는 말에 고개를 들었다. 자신이 잘못한 것을 알기에 혼이 나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했는데 엉뚱한 소리를 들었으니 놀랄 수밖에 없었다.

“네가 적당한 시기에 나타나서 나 구해줬잖아.”

“…사실 그냥 있으려고 했는데 그 남자가 사장님이랑 온유한테 다가가는 게 꼭….”

“알아, 그러니까 고맙다고.”

“…괜찮겠죠?”

아연은 석진의 말에 속으로 한숨을 쉬었다. 다음 일이 걱정되기는 아연도 마찬가지이기 때문이었다. 어제 신신당부를 한 사람이 머릿속에 떠올라 다시 한번 속으로 한숨을 쉰 후 석진을 향해 웃어주고는 차에 시동을 걸었다.

*

“조 사장님은 어디 가셨어요?”

“네, 지금 L호텔에 선보러 가셨어요.”

“아, 아이스 아메리카노 두 잔 주세요.”

“네. 그런데 우리 사장님하고는….”

선우는 처음 보는 사람에게 사장님의 개인적인 일을 이야기한 것 같아 걱정되었다. 아르바이트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이 일로 그만두게 되는 것은 아닌지 겁이나 뒤늦게 상대가 누군지 물었다. 지금까지 일했던 곳과 비교하면 이곳은 천국이나 다름없기에 오래 일하고 싶었다.

“아, 저는 여기 인테리어 담당했던 사람입니다.”

“아, 네. 그런데 사장님 곧 오실지도 몰라요.”

“……?”

“아니, 그게, 우선 커피 준비해 드릴게요.”

또 실수를 한 것 같아 선우는 급하게 자리를 피했다. 어떤 상황이나 이야기를 ‘다른 사람한테 말하지 마.’란 소리를 들으면 절대 입을 열지 않았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는 하지 않아도 되는 자리에서도 하는 경우가 많았다. 얼마 전 석진에게 쓸데없는 말은 하지 말라고 한 소리 들었지만 화를 내지는 않았기에 지금도 열심히 이야기했다. 그런데 지금은 모호한 상황이라 걱정이 된 것이다.

“주문하신 아이스 아메리카노 두 잔 나왔습니다.”

“감사합니다. 어? 안녕하세요.”

“어머, 오셨어요? 이쪽에서 일이 있으셨나 봐요?”

“네. 미팅이 있어서요.”

“아, 더 필요한 건 없으세요?”

“괜찮습니다. 그럼….”

일행이 있는 자리로 돌아가는 우진을 보며 아연은 카운터로 향했다. 석진까지 자리를 비워 혼자서 바빴을 선우에게 미안하고 고마운 마음을 전하려 했다.

“사장님, 선은 잘 보고 오신 거예요?”

“…내가 선보는 거 어떻게 알았어?”

“아, 그게, 그러니까.”

“네가 온유한테 이야기한 거야?”

선우의 말을 듣고 아연은 빠르게 머리를 굴렸다. 누군가에게 아연이 선보는 것을 들었고 그 이야기를 온유에게 해 온유는 석진에게 엄마에게 가자고 졸랐다는 게 아연의 생각이었다. 그런데 선우의 표정을 보니 아연의 예상이 적중한 것 같았다.

“…어제 퇴근할 때, 사장님이랑 사모님께서 하시는 얘기 들었어요.”

“…그렇다고 그걸 온유한테 말하면 어떻게 해?”

선우는 아연의 엄마를 사모님이라 불렀다. 아르바이트를 많이 해 본 선우는 사장님, 사모님이란 말을 잘 이용했다. 상황이 애매하긴 하지만 적당한 호칭이 없으니 아연도 뭐라고 하지 않았다.

“저는 그냥, 이제 아빠 생겨서 좋겠다고….”

“선우야, 내가 지난번에도 이야기했었지?”

“…네. 죄송합니다.”

선우는 얼마 전에도 오늘과 비슷한 일을 겪었다. 아르바이트를 시작하고 첫 월급을 받을 때 아연이 혼자 아이를 키우는 싱글맘이라고 말해주었다. 비밀이 아니니 알고 있으라고 했고 선우도 그러겠다고 했다. 그리고 가끔 오는 온유와 친해지며 하지 않아도 될 말을 한 것이다.

“온유도 아빠가 있으면 좋겠지?”

“…아니. 아빠 이쓰며는 엄마랑 가치 못 이써.”

“아니야. 아빠가 있으면….”

“으앙… 아니야. 오뉴는 아빠 시러.”

온유가 그림책을 보고 있었다. 마침 손님이 없을 때라 쉬면서 온유의 그림책을 같이 보았는데 단란한 가족이 나오길래 ‘아빠’란 단어를 꺼냈다. 그런데 온유는 뭐가 서러운지 울음을 그치지 않았다. 겨우 달래 간식을 먹고 온유가 잠에 빠졌을 때 아연이 온유는 아빠란 단어를 제일 싫어하니 꺼내지 말아 달라고 했다. 선우는 알겠다고 하고 조심했는데 어제 아연과 아연의 모친이 이야기하는 것을 듣고 생각 없이 말을 했던 것이다.

“그리고… 혼자 카페 보느라 고생했어. 오늘은 일찍 들어가.”

“아니, 괜찮아요.”

“아니야. 이제 손님 뜸할 때잖아.”

“…네. 그럼 오늘은 일찍 들어갈게요.”

“그래.”

“오늘은 죄송했습니다.”

선우가 시무룩한 얼굴을 하고 안으로 들어가자, 아연이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다 정신을 차리고 자리를 비운 사이에 매출과 주방 상태를 확인했다. 선우의 깔끔한 일 처리에 만족해하는 사이 카페로 들어오는 석진과 온유를 보고 다가갔다. 그때, 아연은 온유가 아이스크림 하나를 손에 들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삼촌한테 자꾸 사달라고 하면 안 된다니까.”

“오뉴가 사달라고 안 해쪄.”

“네, 사장님. 제가 그냥 사준 거예요.”

“…에휴. 내가 온유를 몰라? 가게 앞에서 빤히 바라보고 있었겠지.”

온유의 손에 들린 아이스크림을 보며 하는 말이었다. 카페가 있는 건물에는 주차장이 따로 없어 공영주차장을 이용하는데 그곳에서 카페로 걸어오는 길에는 온유가 좋아하는 것이 많았다. 특히 수제 아이스크림 가게는 온유가 지나치기 힘든 곳이었다. 석진의 말처럼 직접적으로 사달라고 하지는 않더라도 불쌍한 표정으로 가게 안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아무리 마음을 단단히 먹어도 안 사줄 수 없었다.

“이렇게라도 갚아야죠.”

“지금 말고 나중에, 돈 많이 모이면 한꺼번에 갚아.”

“…네. 저는 들어가서 정리할게요.”

“응, 선우는 내가 먼저 들어가라고 했어.”

“네.”

안으로 들어가는 석진을 아연은 안쓰럽게 바라보다, 그를 따라가려는 온유를 잡았다. 엄마랑 둘이 있으면 혼이 날 것이 확실하기에 가장 믿는 사람을 따라가려는 것이었다.

“박온유, …흘리지 말고, 천천히 먹어.”

“어? 네. 오뉴는 흘리지 안코 잘 머거.”

엄마의 잔소리가 아닌 걱정스러운 말이 들려오니 잠시 놀라는 듯했지만 금세 방긋 웃으며 아연에게 다가왔다. 깨끗하게 먹는 게 자랑인 듯 으스대며 아연에게 애교스러운 눈빛을 보냈다. 그 눈빛에 아연은 독하게 먹었던 마음이 무너져내렸다.

“에휴, 여기 앉아서 먹어.”

“할머니는 오늘 안 와?”

“‘안 오셔.’라고 해야지.”

“안 오셔?”

“응, 오늘은 안 오셔.”

“…그러며는….”

“오늘은 엄마랑 같이 자자.”

아연의 엄마이자 온유의 외할머니인 희진은 금요일에 아연의 집에 와 일요일까지 온유를 봐주었다. 온유는 희진을 너무 좋아하지만 엄마인 아연과 같이 못 자게 하는 것에는 불만이 있었다.

“헤헤헤. 이거 다 머거써.”

“음… 과자는 왜 안 먹어?”

“아스크림이 업써서 마시가 업는데….”

“그럼, 이거 버려?”

“…아니야. 머거야 나무가 안 아파.”

매번 반복되는 일이지만 아연은 화내지 않고 온유가 알아서 할 때까지 기다렸다. 처음은 힘들지만 여러 번 반복하면 알아서 하기에 아연도 인내심을 갖고 기다렸다.

“저기 삼촌, 오뉴 알아.”

“맞아. 온유가 몇 번 봤었지.”

“가서 인사할래.”

“지금은 일하는 중이시니까, 나중에 하자.”

아연도 그렇고 희진도 인사를 잘해야 한다고 매번 이야기했기에 온유는 아는 사람이 있으면 바로 달려가 인사했다. 지금 사는 동네에서도 다니면서 인사를 하기 바쁜 온유이니 인테리어 공사로 몇 번 본 우진에게 인사를 하고 싶어 엉덩이가 들썩거렸다.

“있다가 엄마랑 마트 갈까?”

“진짜?”

아이들은 단순했다. 집중력이 짧기에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리니 바로 반응했다.

“응. 가서 온유가 좋아하는 책도 보자.”

“우와!”

온유는 글을 읽거나 쓰지는 못했다. 몇 개의 단어는 알고 있지만 책을 읽기에는 무리였다. 하지만 매번 그림책을 볼 때마다 아연이 읽는 것을 듣기보다는 온유가 혼자 읽었다. 읽는다기보다는 그때그때 온유의 느낌을 말하는 것 같았다. 그 모습이 아연은 좋았다.

“어?”

“왜?”

“저기, 삼촌 가려고….”

말림 틈도 없이 일어서더니 우진에게 달려가는 온유를 보고 아연은 뒤를 따랐다. 우진과 같이 온 상대는 아연에게 눈인사를 건네고 자리에서 일어나 온유를 바라보며 온화한 미소를 보이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안녕. 온유, 오랜만이네.”

“네. 삼촌, 이 삼촌이랑 일 해써여?”

인사로만 끝나지 않고 뒷말을 꺼낸 온유를 보며 아연은 말을 끊기 위해 입을 열려고 했지만 두 사람은 아연의 생각과는 다르게 아이의 호기심을 더 자극하고 있었다.

“꼬마 아가씨, 안녕!”

“안녕하세요. 근데요, 저는 어린이지 꼬마 아녜요.”

“아, 미안. 예쁜 어린이는 이름이 뭐야?”

“헤, 저는 박 오뉴요.”

“온유구나, 반가웠어. 그럼 나는 먼저 갈게.”

우진만큼 다정하게 아이에게 인사를 해준 사람을 보고 아연은 감사하다는 눈인사를 했다. 온유가 카페에 있을 때 손님에게 말을 거는 일이 많았다. 화를 내는 사람은 없었지만 귀찮다는 티를 내는 사람은 더러 있었다. 그래서 아연은 아는 사람이 아닌 경우에는 길게 말하지 말라고 당부를 했었다. 그게 지켜진 적은 없었지만 그래도 아연의 표정을 보며 조심하는 것 같긴 했다.

“그래, 내일은 주말이니까 좀 쉬고….”

“…알겠어. 너도 적당히 하고.”

“안녕히 가세요.”

“그래, 꼬… 예쁜 어린이도 잘 있어.”

*

“외삼촌, 나 저기 가서….”

“우선 엄마 심부름부터 하고.”

“…알았어.”

맞벌이하는 누나 부부가 얼마 전 본가로 이사를 왔다. 매형이 4년 동안 지방에서 근무를 하다 서울로 발령을 받았다. 누나인 지영도 어린 조카들 때문에 지방에 있는 동안 프리랜서로 일하다 서울로 올라오면서 직장에 다시 나가기로 했다. 원래 살고 있던 곳이 아직 전세 기간이 남아있어 매형과 누나의 직장 근처인 본가로 들어온 것이었다.

“하준아, 하리가 공주님 책 사 오라고 했는데 뭔지 알아?”

“음… 보면 알아.”

“그래? 이제 다 샀으니까 가보자.”

지영이 부탁한 것을 다 산 우영은 5살 조카인 하리의 부탁을 들어주기 위해 아동 도서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지영은 아이들의 장난감이나 책을 잘 사주지 않았다. 장난감은 주변 사람들에게 물려받거나 중고용품을 이용했고 책은 도서관에서 빌려서 보게 했다. 그렇다고 새것이 없는 것도 아니었다. 양가 부모님께 선물을 받거나 생일, 크리스마스 같은 날은 하나씩 원하는 것을 사주었으니 우영도 지영의 방식에 좋다고 생각했다.

“외삼촌, 하리는 이거야.”

“그래? 음….”

7살인 하준의 말을 믿어도 되는지 의심스러웠지만 딱히 방법이 없었다. 마트에 오기 전 같이 가자고 했지만 하리는 할아버지가 틀어준 TV 프로그램을 보겠다며 알아서 사 오라고 했다. 지난번에 약속한 것이기에 사다 주긴 해야 했지만 마음에 안 들면 쳐다보지도 않는 조카이기에 고민에 빠졌다.

“삼촌!”

“…어?”

“안녕하세요.”

우영은 소리가 나는 곳을 보고 우진을 만나기 위해 갔던 카페에서 만난 꼬마, 아니 예쁜 어린이를 보았다. 하리에게 줄 책에 집중하느라 누군가 가까이에 있는지 몰랐는데 자신의 바로 옆에 서서 인사하는 모습에 주변에 보호자가 있는지 살폈다.

“어, 그래. 예쁜 어린이네?”

“헤헤. 네. 그런데 삼촌도 이거 바여?”

“아, 아니. 이건 삼촌 조카 사다 주려고.”

“외삼촌, 누구야?”

자신의 외삼촌에게 ‘삼촌’이란 호칭을 쓰니 하준이 경계하듯 온유를 바라보며 이야기했다. 평소 우영이 하준의 손을 잡으려고 하면 안 잡으려고 빼던 아이가 우영이 자신의 삼촌이라는 듯 손을 잡는 모습에 우영은 속으로 웃었다.

“아는…”

“나는 박오뉴야, 다섯 살이고.”

“아, 나는 강하준이야. 일곱 살이야.”

“오빠네.”

“그런데 온유는 누구랑 왔어?”

“엄마요, 엄마는 저기 있어요.”

온유의 손끝을 따라 우영의 시선이 옮겨졌다. 하지만 온유의 엄마로 보이는 사람은 시선 끝에 없었다. 우영은 온유를 바라보며 표정을 살폈다.

“너네 엄마 없는 거 같은데?”

“하준아….”

“엄…마….”

울음 섞인 온유의 목소리에 우영은 온유를 안아 들었다. 조금이라도 아이에게 안정을 주기 위한 행동이었는데 아이는 더 당황했는지 울음을 터트렸다. 아이의 울음에 우영은 당황했고 옆에 서 있던 하준도 당황했는지 우영의 다리를 잡았다.

“으앙…, 엄마.”

“하….”

점점 커지는 아이의 울음소리에 주변 시선은 한곳으로 몰렸다. 그리고 그 시선들이 곱지 않음을 알 수 있었다. 우영은 온유의 등을 토닥거리며 작은 소리로 괜찮다고 했지만 아이는 괜찮지 않은 것 같았다.

“외삼촌, 힝….”

주변의 시선이 이상했는지 하준까지 울먹이며 우영에게 더 매달렸다. 우영은 상황을 어떻게 해야 할지 머릿속이 복잡했다. 온유를 바닥에 내려놓고 한 손은 온유를 다른 한 손은 하준을 잡았다.

“삼촌이 엄마 찾아줄게. 울지마.”

“힝…. 엄마….”

“하준이도 온유 엄마 같이 찾아주자.”

“응.”

조금 진정된 아이들의 손을 잡고 우영은 책장 사이를 빠져나왔다. 조금이라도 시야를 확보하려는 의도였다. 그러면서 온유가 바라보는 곳을 주시하며 주변을 살폈다. 온유가 어느 쪽에서 왔는지 보지 못했기에 온유의 시선을 따른 것이었다.

“박온유….”

“삼촌, 저기!”

“어? 온유야, 저기 엄마 맞아?”

“…엄마앙….”

한참을 주변을 두리번거렸는데 하준이 온유를 찾는 소리를 듣고 우영을 이끌었다. 카페에서 잠깐 마주쳤던 여자가 정신없이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온유의 이름을 불렀다. 온유가 그쪽을 바라보며 우영의 손을 뿌리치고 달려갔다. 그 모습에 안도의 한숨을 쉰 우영은 하준의 손을 잡고 그쪽으로 다가갔다.

“온유야, 어디 있었어?”

“엄마….”

“미안, 엄마가 온유 손잡고 있어야 했는데….”

“안녕하세요, 온유가 책 있는 곳에….”

“아, 네. 감사합니다.”

‘책’이란 단어에 아연은 온유가 사라진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온유는 마트에 오면서 계속 책 이야기만 했고 장 보는 중간에도 계속 책이 있는 곳만 바라보고 있었다. 아연이 새로 나온 제품이 있어 이전 것과 비교하는데 집중하는 사이 온유는 책이 있는 곳으로 향한 듯했다. 아연은 온유가 없어진 것에 놀라 그 생각을 못 하고 주변만 살폈으니 아이를 잃어버리는 것은 순간이란 말이 실감 나 식은땀이 흘렀다.

“아닙니다. 엄마가 없어서 놀란 것 같은데 잘 다독여주세요.”

“네. 감사합니다.”

“온유야, 이제 울지마.”

“네에….”

온유의 진정된 모습을 확인한 우영은 하준의 손을 잡고 카트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여기저기 가고 싶다고 말했던 하준도 조금 전 상황에서 느낀 것이 있는 지 우영의 말을 잘 들었다.

“외삼촌, 고맙습니다.”

“이거 맞아?”

“응, 이거야.”

“다행이네.”

장 본 것을 정리하며 우영은 아이들 모르게 한숨을 쉬었다. 온유의 고사리 같은 손이 자신의 손을 생명줄인 듯 꽉 잡았던 일이 생각나 절로 나온 것이었다.

‘진정이 좀 됐겠지?’

아이도 걱정이지만 아이의 엄마까지 생각이 나 조금 당황했지만, 누구라도 그런 상황이라면 생각나는 것이 당연하다며 대수롭지 않게 넘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