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_원이 원하는 대로(2)

“형, 형 계약 언제 끝나?”

“뭐가?”

“여기.”

“나 아직 6개월 정도 남았어.”

“재계약할 거야?”

“응. 아마?”

“흠….”

“왜?”

“그냥 물어봤어. 나는 사실 이번 달에 끝나거든.”

“재계약했어?”

“아니.”

“…어?”

“원래 이사 가려고 작정하고 있었는데 형이랑 멀어지는 거 싫어서. 일단 반전세로 돌렸어, 단기로.”

“아….”

“형도 나 이사 가는 거 싫지?”

“응.”

“하핫, 그래서 6개월 정도만 더 고민해보게.”

“…….”

형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아무래도 아까 한 말 때문에 괜한 오해를 하는 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 때문에 물어본 건 아닌데, 이걸 굳이 설명해야 하나 잠시 고민하다가 결국 말을 꺼냈다.

“형, 형은 이사 갈 생각 없어?”

“…어?”

“그냥. 동네가 유명해지니까 보증금 자꾸 올리잖아. 형네 집주인은 안 그래?”

“그거 법으로 정해져 있잖아. 좀만 올리게.”

“우리 주인아줌마는 꼼수를 잘 쓰거든.”

“아직 시기가 안 돼서 잘 모르겠는데, 여태껏 무리하게 올린 적은 없어서.”

“좋은 사람이네. 형이 좋은 사람이니까 그런 사람만 만나나 보다.”

“꼭 그래서만은 아니고, 몰라. 옮기는 건 생각해본 적 없어. 가게 차리면 돈도 떨어질 거고,”

형을 보며 혼자 생각하다가, 차라리 같은 동네로 이사를 가는 건 어떻겠냐고 말하고 싶었다. 아예 같이 살자는 건 형도 자기만의 트라우마가 있고, 나도 가끔은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할 것 같아서 쉽사리 말하지 못했다. 근데 뭐, 자기가 벗어날 생각이 없다는데 내가 이러쿵저러쿵 말하는 것도 이상한 것 같아서 관두었다. 언젠가 본인이 알아서 깨닫는 날이 오겠지. 여기에서 머물러 있으니까 자꾸 생각나는 거라고….

형은 나를 사랑한다. 나도 형을 사랑한다. 형은 나를 사랑하기 때문에 전과 같은 ‘실수’를 하지 않으려는 거고, 나는 나대로 아끼고 기다리는 거다.

탈칵탈칵, 잡생각을 멈추고 주말에 찍어온 김가나와 재원이의 사진을 고쳤다. 너무 많아서 좀 벅차기는 하지만 축의금도 안 받겠다고 하고, 식도 얼마 안 남았고. 해줄 수 있는 게 당장은 이것뿐이었다. 그나저나 참 많이도 찍었네.

“할 거 많아?”

“아, 어. 이거 봐, 내가 너무 좋아하는 애들이라 너무 많이 찍었어.”

“아, 이게 그 친구야?”

“응. 남자애가 완전 사랑꾼이거든. 죄다 달라고 해서 다 손 봐야 돼.”

“예쁘다….”

“예쁘긴, 흔들린 것도 엄청 많은데?”

“그래도 예뻐. 흔들린 것도 느낌 있어.”

“형만 괜찮다면- 소개해주고 싶어.”

“응?”

“얘네들한테.”

“으-.”

“왜? 하핫, 아, 당장은 말고. 형 부담스러워할 거 알아. 나중에. 나 형 얘기했거든. 얼굴은 안 보여줬어-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다고만 했지. 형도 프라이버시가 있잖아.”

“응….”

“형은 다시 보는 거 끝났어? 안경 낀 거 귀여운데, 전화기로 사진 한 방만 찍어도 되나?”

“이게 뭐가 귀여워….”

“눈 나쁜 줄은 몰랐어. 새로워서 그래.”

“이거 도수 없어. 그냥 보안경이야. 블루라이트 차단.”

“난 또, 노안이라도 있는 줄….”

“으-.”

“찍는다?”

“…….”

부끄러워하는 형을 사진으로 담아두고 다시 작업에 몰두했다. 형은 옆에서 계속 구경하면서 예쁘다는 말만 반복했다.

“그래도 너, 오늘 일 캔슬된 거 진짜 다행이다.”

“그러게. 너무 얕잡아 봤어. 얼마 안 걸릴 줄 알았는데….”

“…지훈 씨한테 부탁하면 안 되나?”

“형 걔 은근히 마음에 드나 봐? 난 형이 싫어할 줄 알았는데.”

“내가 왜?”

“내가 저번에 나한테 꽂힌 것 같다고 헛소리해서.”

“…별로.”

“서운하네- 이상한 데서 너무 쿨해, 형은. 아무튼 걔 바쁠 거야.”

“왜?”

“계속 같이 일하고 싶다고 뻐기길래 설득하고 또 설득해서 아는 형네 스튜디오에 꽂아줬어.”

“연락이나 해 봐.”

하긴, 지훈이가 도와주면 빠를 것 같기는 한데…. 저녁에라도 잠시 도와줄 순 없냐고 물어볼까 싶었다.

“문자나 보내볼게.”

[최지혁 : 지훈아, 혹시 저녁에 시간 되면 나 좀 도와줄래? 알바비 만땅으로 쳐줄게.]

문자를 보내기가 무섭게, 지훈이로부터 답장이 왔다.

[심지훈 : 형, 저 지금 한가해요.]

[최지혁 : ? 너 민석이 형네 간 거 아니야?]

[심지훈 : 출장 많으셔서 아직 배울 수 있는 게 없어서요. 설날 지나고 출근이에요.]

[최지혁 : 아, 다행이다. 너 거기서 작업 가능해?]

[심지훈 : 가서 하면 안 돼요?]

[최지혁 : 어. 나 지금 형네 집이라 어차피 여기서 하는 건 무리고. 웹하드에 띄워놓을게.]

[최지혁 : 근데 진짜 많아. 저번처럼 화밸만 조정해주면 돼.]

[심지훈 : 그래도 형이랑 같이 보면서 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아, 눈치 없네….”

“뭐가?”

“형네 집이라고 원격으로 하쟀더니 자꾸 오겠대.”

“오라고 하지 왜?”

“우리 평일에 진짜 오랜만에 같이 있는 거 알아요? 방해받기 싫은데?”

“어차피 너 계속 그거 해야 되잖아. 차라리 지훈 씨 여기로 불러서 빨리 끝내고….”

“하핫, 끝내고 뭐?”

“네, 넷플릭스 보자.”

“하핫, 그런 걸 왜 부끄러워해요. 연인 사이에 ‘그것’ 좀 한다고 큰일 나나?”

“…….”

“근데 그건 우리 집에서 하자.”

“왜?”

“푸우 눈치 보이니까.”

“…응.”

[최지혁 : 너 맥북은 있는 거지? 우리 형네 집으로 올래?]

[심지훈 : 네!!!!]

느낌표를 뭘 네 개씩이나 찍어? 김수정 같다.

[최지혁 : 우리 집이랑 가깝거든? 주소 찍어줄게.]

[심지훈 : 저 형네 집 가는 법 알아요. 가서 전화할게요.]

[최지혁 : 너 그때 태성이 형 차 타고 오지 않았어?]

[심지훈 : 네. 근데 알아요.]

[최지혁 : 알겠어. 모르겠으면 전화해. 도착해도 전화하고.]

[심지훈 : 네!!!! 얼른 갈게요!!!!]

“지훈이 온대.”

“응. 오면 라면이라도 끓여줄까?”

“싫어. 그냥 시켜 먹어.”

“왜?”

“그거 나만 끓여줘. 걔 맛 들려서 맨날 오겠다고 하면 어떡해,”

“하핫, 뜬금없어!”

“근데 진심이야- 다음엔 부탁할 일 절대 없게 해야지.”

“으-.”

“엥? 왜?”

“…나 사실 신경 쓰여. 지훈 씨.”

“하핫, 다시 오지 말라고 할까?”

“아니? 근데 니가 저번에 그랬잖아. 오해하게 만들기 싫다구.”

“어.”

“그, 그 말 들으니까… 나, 나랑 있을 때 같이 일하는 건 괜찮은 것 같아!”

“하하하, 와, 근데 그래놓고 같이 일하라고 했어?”

“그건 그냥 니가 힘드니까….”

“떠봤네, 떠본 거네,”

“아니야!”

“하하하, 그렇다고 쳐요. 형 뭐 먹고 싶어? 형 먹고 싶은 걸로 미리 시켜 놓자. 곧 점심시간이야.”

“지훈 씨 오는데 미리 시켜도 돼?”

“태성이 형 집 한남동이라 오래 안 걸려.”

“아, 가깝구나. 응, 그럼 미리 시켜.”

형이랑 머리를 맞대고 메뉴를 고르고 주문을 했다. 웬만하면 쉽게 정리하고 싶어서 타코를 시켰다. 형이 마침 안 먹어 봤다길래 이것저것 종류별로 잔뜩 시키고, 지훈이가 올 동안 푸우랑 놀아줬다. 낚싯대 놀이는 이제 좀 질려서, 말랑한 공을 던져주고 푸우가 손으로 톡톡 치며 혼자 놀면 다시 뺏어다가 휙- 던져주고 그랬다.

“지혁아, 전화 와.”

“아, 지훈이야?”

“어. 그런 것 같아.”

“여보세요?”

형, 저 형 집 앞이요.

“거기 바로 골목 있지? 위로 가는 골목. 거기로 쭉 올라와. 나 지금 나갈게,”

- 네.

지훈이와 전화를 끊고 점퍼를 입으면서, 형에게 잠시 나갔다 오겠다고 말을 꺼냈다.

“형, 나 지훈이 데려올게. 편의점도 잠깐 들리게. 밤 준비물도 사야 되고….”

“응….”

“형은? 편의점에서 살 거 있어?”

“없어.”

“몇 개나 살까? 준비물.”

“…니 마음대로.”

“박스로 살까?”

“뭐?”

“하하하, 장난. 금방 다녀올게. 기다려요.”

“…변태.”

“하하하,”

형의 이마에 습관처럼 입을 맞추고 집을 나섰다. 슬슬 집 쪽으로 걸어가다 보니까, 땅만 보고 걸어오는 지훈이가 보였다.

“지훈아-.”

“아, 형!”

그제야 화들짝 놀라서 고개를 드는 게, 얘도 참 멍한 구석이 있지 싶다.

“왜 그렇게 땅을 보고 걸어? 그러다 거북목 된다, 너?”

“추, 추워서 그런 건데….”

“하핫, 그러게, 일하러 오면서 멋을 있는 대로 내고 왔네. 갈 때 우리 집 들렀다 가. 터틀넥 니트라도 빌려줄게.”

“…그래도 돼요?”

“어. 머플러 하나 있던 거는 형 줘서. 아! 점심은 타코 시켰어. 괜찮지?”

“네.”

많이 추운지 얼굴이 빨개져서는, 졸졸 내 뒤를 따라오는 지훈이였다.

“아, 너 혹시 편의점에서 살 거 있냐?”

“없어요.”

“그럼 거기서 잠깐만 기다려. 나 잠깐 담배 좀 사고 나올게.”

“네!”

혼자 세워둔 게 좀 미안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항상 하는 말이지만 밤에 있는 일 같은 건, 다른 사람한테 별로 떠벌리고 싶지 않다. 어쨌든 ‘준비물’도 사고, 담배도 사고. 더 둘러볼 것 없이 빠르게 밖으로 나왔다.

“여기야.”

지훈이와 도착한 501호 문 앞. 비밀번호를 누르니까 지훈이가 신기해한다.

“형들은 이런 것도 다 공유해요?”

“어. 내가 먼저 깠더니 형도 알려줬어.”

“안 불안해요?”

“왜?”

“그냥 뭐….”

“하하하, 야- 나 그렇다고 연락도 없이 불쑥불쑥 찾아오고 그러는 사람 아니야. 이상한 소리 하지 말고 먼저 들어가.”

“…네.”

쭈뼛거리며 지훈이가 집 안으로 들어서고, 형이 최선을 다해 반갑게 지훈이를 맞아줬다.

“왔어요?”

나랑 처음 만났을 때와 비슷한 사교적인 말투다. 여유 있는 척하는 ‘어른’ 말투.

“안녕하세요.”

“아! 저기 앉아요- 자기 대충 만들어뒀어요.”

“아, 네.”

“형- 일단 밥부터 먹고 시작할게. 잠깐만 쉬어야겠어.”

“응. 얼마나 남았어?”

“지금 배달 출발했대. 10분 내로 올 거야. 나는 기다리는 동안 푸우 똥이나 건져야겠다.”

“네?”

“아, 또 숨었네. 고양이 있어, 내 동생. 보이면 놀아줘.”

“아, 네….”

“지혁아, 푸우 그새 쌌어? 내가 좀 전에 치웠는데?”

“그러니까 형도 쟤한테 말하고 싸라고 해. 들어오자마자 눈에 딱 보였어.”

“으….”

푸우의 똥을 치우며, 바로 눈앞에 보이는 ‘빈방’ 문 앞에 어쩐지 시선이 갔지만 애써 고개를 돌렸다. 그냥 평온한 이 하루를 아무 생각 없이 즐기고 싶었다.

“형… 이거 대체 몇 시간이나 찍으신 거예요?”

“안 재봐서 모르겠는데? 아무튼 그냥 반나절은 계속 찍었어.”

“이렇게 찍고 돈은 얼마 받아요?”

“아, 절친이라서 안 받았어.”

“와….”

“그래도 진짜 지훈이 니가 와서 살았다. 아- 우리 형 말 듣길 참 잘했어. 애인 말 들어서 손해 볼 게 없다니까?”

“아, 원 형…이 저 부르라고 한 거예요?”

“어.”

“…저번에 지훈 씨 도와줬을 때 좀 편해 보였거든요.”

배달 온 타코를 먹고 작업을 시작했다. 워낙 방대한 양이었다. 하다 하다 두 시간쯤 지났을 때 지훈이가 잠시 손을 멈췄고, 이참에 다들 좀 쉬자며 잠시 이런저런 대화를 나눴다.

“지훈 씨, 커피 마실래요?”

“아, 형. 지훈이 커피 잘 못 마신대.”

“아….”

“형, 그거 기억하네요?”

“얼마나 됐다고. 그거 기억 못 하면 바보지.”

“…태성이 형은 맨날 까먹던데.”

“하핫, 그 형은 바쁘잖아. 어쨌든- 지훈이 불쌍하다. 우리 형이 내려주는 커피 짱 맛있는데,”

“지혁이 넌 마실 거야?”

“형은? 형 안 마실 거면 우리 음료도 그냥 배달시킬까? 형 시장 조사도 할 겸.”

“그런 것도 배달이 돼?”

“어. 요즘 별게 다 되더라? 잠깐만, 형이 골라 봐. 형 보고 지훈이 넘겨줘.”

“응!”

“…시장 조사는 뭘 하는 거예요?”

“아, 제가 카페 준비하는 중이거든요. 내일 계약하러 가요.”

“어, 형. 그럼 저 거기 아르바이트시켜 주시면 안 돼요?”

“…아르바이트요?”

“네. 형이 저 알바 시켜 주시면… 저 스튜디오 무르고 프리랜서로 지혁이 형 알바 할래요.”

“야, 너 내가 소개해 줬는데 무슨 소리야. 됐고, 형 골랐어요?”

“응. 나 이거 마셔볼래, 플랫 화이트. 지훈 씨는요?”

“원 형, 저 학교 다닐 때 군대 다녀와서 막 학기까지 계속 카페 알바 했어요. 매니저까지 했어요!”

“아니, 일단 메뉴부터 골라. 니가 골라야 나도 고르지….”

“아, 전 고구마 라떼요.”

“나는… 형, 다른 거 또 마시고 싶은 거 있었어?”

“음- 이거 신기하긴 했어. 쑥 라떼?”

“아, 그럼 난 그거 마실래. 그거랑 당 채우자. 난 치즈 케이크. 형은?”

“난 티라미수.”

“지훈이는?”

“…전 브라우니 같은 거 있으면 그걸로요.”

“오키. 주문 완료. 40분 걸린대.”

갑자기 눈을 반짝이면서 형과 일하겠다는 지훈이의 말에 머리가 아파졌다. 괜히 말을 꺼낸 것 같아서 지훈이와 얘기하는 형을 슬쩍 훔쳐봤는데, 의외로 반응이 긍정적이었다. 뭐가 어떻게 되는 건지…. 내 입장은 뭐가 되냐고.

“지혁아, 근데 아르바이트를 구하긴 해야 될 것 같아. 그렇지 않아도 고민 중이었는데….”

“그게 꼭 지훈이가 아니어도 되잖아.”

“근데… 이왕이면 아는 사람이 좋잖아.”

“형, 저 일 진짜 잘해요.”

“아니, 너 성실한 건 알겠는데 나는 그렇게 부탁할 일이 없어.”

“그러니까 형은 필요하실 때 가끔 도와주고 메인을 카페 알바로 하면 되잖아요.”

“시간 아깝잖아. 스튜디오 가서 경력 쌓는 게 낫지. 형은 내가 도와줄게. 나 일 줄인다니까?”

“아니, 꽃 시장도 다녀야 되고…, 기왕이면 아침부터 오픈하는 게 좋잖아.”

“…그건 아직 시간 있으니까 둘 다 좀만 더 생각해 봐. 갑자기 이렇게 정할 문제는 아닌 것 같아.”

“형, 언제 오픈할 건데요?”

“계약한 다음에 인테리어 하고… 그러면 4월 정도엔 오픈할 수 있지 않을까 해요.”

“형, 벌써 그거 다 정했어?”

“응. 니 말대로 5월에 카네이션 팔 생각하면, 어느 정도 자리는 잡아야 하잖아. 아! 그래서 말인데, 나 너랑 가고 싶은데 생겼어.”

“어디? 이거 끝내고 바로 가자.”

“홍대에 플라워 카페가 있대. 가보고 싶어.”

“…저도 따라가도 돼요?”

“네?”

데이트를 따라오겠다니…. 지훈이와 태성이 형의 닮은 점을 찾아냈다. ‘눈치 없음’.

“일단 이거부터. 각자 할 일 다 하고 정합시다- 자- 이제 다시 시작!”

“…네.”

“근데 형은 뭐 하고 있어?”

“인테리어 사람 쓸 돈까지는 부족할 것 같아서, 인테리어 구경.”

“그것도 나랑 공유해줘. 그 지훈이 소개해 줬다는 스튜디오 형 있지? 그 형 와이프랑 카페도 해. 홍대에서.”

“아, 진짜?”

“어. 거기서- 이 사진의 주인공이 알바를 하고 있고, 결혼식도 거기서 해.”

“와- 결혼식을 어떻게 거기서 해?”

“그냥 진짜 축하받고 싶은 사람들만 부른대. 아, 아무튼. 그 형한테 팁 좀 뽑아올게.”

“응!”

“하하하, 귀여워. 좋아?”

“응, 좋아. 고마워.”

“하핫, 아- 빨리해야겠다. 일단 그 카페 가보려면 초 스피드로 해야지.”

집중해서 일하는 동안 카페에서 배달이 왔다. 형이 마시고 싶었다는 쑥 라떼 반을 따라주고 계속 일을 했다. 눈알이 빠지도록 사진만 봤다. 어느덧 하늘이 어둑해졌다.

“형, 전 끝났어요. 더 할 거 없어요?”

손에 익었는지 지훈이가 넘겨준 사진 작업을 마쳤고, 나는 지훈이에게 받아서 작업을 해야 했으므로 좀 더 만져야 할 게 많았다. 집에 가도 된다고 하고 싶은데 형에게 계속 집적이면서 미적거리는 게, 결국 데이트에 끼고 싶다고 몸으로 어필하는 것 같았다. 그래도 김가나 사진인데 마무리는 내가 하고 싶고, 얘는 집에 갈 생각을 안 하고. 결국 쓸데없이 액자나 좀 골라 보라며 몇 개의 업무를 더 얹어줬다.

“너 졸전 한 지 얼마 안 됐지? 액자 업체 아는 데 있어? 어차피 넷으로 주문했지?”

“네.”

“그럼 거기서 작은 액자도 파는지 좀 봐줄래? 괜찮은 것 좀 추려서 알려줘.”

“네!”

작업을 마무리하는 데에 한 시간 정도가 더 소요됐고, 웹하드에 올린 후 재원이에게 링크를 보냈다. 마음에 드는 사진을 골라주면 이것저것 만들어보겠다고 메시지를 보냈다. 재원이에게 고맙다는 메시지와 기프티콘이 돌아왔다.

“아, 이거 괜찮다. 나중에 방에 깔아놓고 싶다고 했으니까… 어. 이거면 걔네 집에도 어울릴 것 같애. 잘 골랐네,”

그 사이 지훈이가 골라놓은 액자들을 살펴보고 주문을 마쳤다.

“하핫, 네.”

“아- 그럼 앨범 소량 주문되는 데도 좀 알아보고 접자-.”

다 마치고 나니까 8시, 형이 가고 싶다는 그 카페의 마감 시간이 빠듯해졌다.

“형, 근데 지훈이랑 우리 집 좀 들렀다 가자.”

“응. 근데 왜?”

“얘 입고 온 것 좀 봐. 얼어 죽겠어. 형도 머플러 다시 들고 가고. 또 목 휑하게 다니지 마.”

“응.”

대충 짐을 챙기는 동안 형이 옷을 갈아입었고, 미리 푸우를 챙겨준 뒤 우리 집으로 갔다. 지훈이에게 잘 안 입는 터틀넥 니트를 빌려주고, 형에게 머플러를 둘러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