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달빛이 부서져 내렸다. 음습한 방 안의 풍경과는 달리 눈이 부시도록 아름다운 두 개의 달이 겹쳐지고 있다. 서서히 아래로 내려가는 달을 보았다. '잠이 오질 않는다. 기다리던 그 날이 다가온 까닭이다. 떨리는 걸까. 묘한 의미로 그녀의 몸이 흥분되었다. 밖에선 아침부터 시작될 경매 준비로 연신 부산스러운 소리가 들려왔다. 이른 새벽임에도 불구하고 주위는 밝은 불이 켜져 있었다. '그녀가 알기론 오늘이 가장 바쁜 날이었다. 주위를 분산시키기에 더없이 좋은 조건이다. 아무도 모르게 도망을 가야하기 때문이다. '망할. 이 철통같은 경비는 그녀로서도 조용하게 뚫을 수가 없다. 팔을 약간 들어 올리자 벽에 연결된 쇠사슬이 찰그랑거린다. 손과 발에 묶인 족쇄만 아니었다면……. ''스티쟈르의 낮은 활기차다. 아침부터 생계를 꾸려 나가기 위해 분주한 사람들의 움직임으로 하루가 시작된다. 이 대륙에서 4번째로 큰 스티쟈르는 나라가 몇 개 없는 관계로 많은 인구와 땅을 보유하고 있진 못했다. '하지만 스티쟈르엔 부유한 상인들과 귀족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그 이유는 이곳이 합법적인 노예 매매를 할 수 있는 유일한 나라이기 때문이다. '“자, 자. 이번에 새로 들어온 수인족입니다. 구경하세요!”'한 남자가 익숙한 몸짓으로 걸어 나와 소리치자 하나 둘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스티쟈르의 밤은 낮과 마찬가지로 사람들로 북적거렸지만 팔려 나가는 노예들과 귀족들의 대조된 표정으로 인해 묘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노예들의 얼굴에선 이미 희망이라고는 찾아볼 수가 없었다. 합법적이라고는 했지만 대부분 빚을 갚지 못해 노예가 된 경우가 허다하다. 몇 몇 사람들은 글을 배우지 못해 계약서의 명시된 내용을 읽지 못했고 그로 인해 원금의 몇 배나 되는 이자를 떠안아야하는 억울한 상황에 처해 있었다. 그들은 선택의 여지없이 자신의 반반한 자식을 내놓아야했다. 어리기 짝이 없는 아이들은 영문도 모른 채 낯선 남자에게 손을 잡혀 부모와 생이별을 하게 되었다.'“어디 봅시다.”'‘나 귀족이오.’하고 차려입은 남자 옆에 있던 시종이 다가와 수인족의 아이를 이리 저리 살펴보았다. 여기에선 그 누구도 노예를 자신과 같이 살아가는 생명체로 보지 않았다. '“흐음. 꽤 쓸 만하겠는데?”'뒤에서 귀족이 중얼거리자 시종이 곧바로 흥정을 시작했다. 귀족의 탐욕에 찬 눈빛을 본 수인족 여자아이는 ‘아아…….’하는 소리와 함께 곧 고개를 숙였다.'“크크. 오늘 장사 좀 되는 군.”'2층 테라스에 서 있던 노예상인 코샤픈은 지방으로 가득 찬 배를 한번 쓰다듬은 뒤 아래에서 북적거리고 있는 귀족들을 보며 비웃음을 흘렸다. 자신도 이 짓으로 벌어먹고 있지만 딸 뻘 되는 노예에 열을 올리는 귀족들이 우스워 보이는 것은 당연했다. '“다른 날보다 성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