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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브로시아의 기사''''''수녀원안의 텅 빈 복도위로 조심스럽게 들고 있는 호롱불을 따라 흔들리는 세 개의 그림자가 서로의 그림자를 밟으며 조금씩 움직이고 있었다. 금방이라도 비가 쏟아질 듯 숲이 으르렁거리고 우는소리에 소녀들은 잔뜩 겁을 먹고 초라한 견습복안으로 목을 움츠렸다.''“오늘밤은 유난히 바람이 무섭게 부네. 꼭 악마의 웃음소리 같아.”''“니가 악마의 웃음소리를 들어본 적은 있니?”''헬리나가 투덜거리자 얼굴가득 주근깨가 퍼져있는 린디가 뒤따라오며 킥킥거리고 웃었다. 암브로시아가 얼굴을 찡그리며 손가락을 입술에 가져대고는 바삐 소곤거렸다.''“쉿! 조용히 해. 이번에도 걸리면 카타리나 수녀님이 우릴 일주일도 넘게 독방에 가두겠다고 하신 것 잊었어?”''그녀들이 나가려고 하는 작은 문은 오직 풀밭으로 나가는 배고픈 염소들을 위해 만들어 놓은 문이었다. 그러나 수녀원장의 두통의 원인이 되는 이 작은 아가씨들이 밤 동안 마을로 나갔다 오기위해 종종 애용하는 비상구이기도 했다. 문 앞에는 언제나처럼 허술한 나무 자물쇠가 엉성하게 걸려있었다. 암브로시아는 무릎을 꿇고 앉아 진지한 얼굴로 가늘고 긴 막대기를 열쇠구멍 안으로 넣어 열쇠를 간단하게 열어보이고는, 자랑스러운 듯 뒤돌아 친구들을 향해 씨익 웃어 보였다. 마을은 수녀원에서 숲으로 난 좁은 길을 따라 걸으면 20분도 채 안 걸리는 가까운 곳에 있었다. 그리고 그곳엔 수녀원의 도서관에 가득 차있는 고리타분한 책에선 읽을 수 없는 바깥세상의 얘기를 끊임없이 들려주는 노파가 있었다. 영웅들의 모험과 가끔은 그 직설적인 표현 때문에 세 소녀의 얼굴을 붉게 만드는 남녀 간의 사랑 얘기는 아직 세상을 알 수 없는 소녀들에게는 더할 수 없는 비밀스러운 즐거움이었다. 젊은 시절을 집시와 함께 보냈다는 외로운 노파는, 세 소녀의 웃음소리와 끈임 없는 재잘거림을 좋아했고, 그러므로 이 위험한 관계는 수녀님들 몰래 친밀히 유지되고 있었다. 원장수녀님이 수도로 나가고 안 계신 오늘밤은 다시없을 기회였다. 암브로시아는, 뒤따라오는 친구들을 향해 손을 들어 재촉 하고는 자신들을 향해 검은 입을 벌린 채 울고 있는 숲을 조금 겁을 먹고 쳐다보았다.''“후우.” ''암브로시아는, 어깨를 으쓱하고는 어깨에 걸쳐진 망토를 얼굴이 모두 가려지도록 머리위로 깊게 뒤집어썼다.''“암브로시아, 아무래도 오늘은 되돌아가는 게 좋을 것 같아. 바람이 점점 세지고 있잖니. 곧 폭풍이라도 올 것 같아.”''“이정도 바람가지고 무슨 폭풍이니? 기껏해야 비나 조금 오다 말겠지. 비 맞는 게 싫으면 올 때 내 망토를 빌려 줄게. 오늘은 할머니가, 가지고 계신 책을 수녀원에서 읽을 수 있게 빌려준다고 하셨단 말이야.”''암브로시아는 투덜거리는 헬리나를 향해 사정하듯 웃어보이고는 풀숲으로 나있는 어두운 작은 길을 호롱불 하나에 의지해 앞서 걷기 시작했다. 바람은 드세게 불었지만 마을은 그다지 멀지 않고 길도 익숙하므로 금방 도착하게 될 것이다. 그때 마을 쪽에서부터 거친 말의 울음소리와 발밑을 울리는 진동, 요란한 말발굽소리에 세 소녀는 겁을 먹고 걸음을 멈추었다.''“뭐, 뭐지? 이쪽으로 오는 거 아냐? 어쩌지? 누가 이리로 오고 있잖아!”''하지만 암브로시아가 린디의 다급한 외침에 대답하기도 전에 나뭇가지들이 요란한 소리를 내며 부러지고 떨어지며 그 실체가 드러났다. 두 명의 커다란 악마가 검은 망토를 뒤집어쓰고 쩔그렁거리는 소리를 내며 자신들의 모습과 똑같은 검은말을 몰며 소녀들에게로 달려오고 있었다. 뒤를 돌아보지 않아도 헬리나가 신음을 흘리며 기절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하긴, 암브로시아 자신도 지금 할 수만 있다면 기절해서 앞으로 일어날 끔찍한 일들을 못 보았으면 했으니까. 하지만 그녀는 기절하는 대신 떨리는 손으로 급히 성호를 그으며 두 친구들 앞을 막아섰다. 말들은 거센 바람소리에 흥분해서 미친 듯이 내 달리고 있었고, 그들의 주인들이 그것을 말리지 않았으므로 하마터면 이 작은 소녀들을 보지 못한 채 깔아뭉개고 달릴 뻔 했다. 순간 마른번개가 치며 헛발질을 하는 말들을 노련하게 세우는 사내들의 모습을 소녀들은 옆으로 눕듯이 쓰려져 공포에 질린 채 올려다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