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그랬다. 그 집은 콩가루라고.'반짝이는 햇살이 유난히 좋은 5월의 어느 아침. 푸른 하늘도 좋고, 거리도 텅 비어서 한산하다. 그러나 이상하게 오늘따라 기분이 좋지 않다. 꼭 뒤에서 누군가가 지켜보고 있는 느낌? '괜한 생각이다. 어차피 누군가에게 주목 받을 수 있는 수준도 아니다. 그냥 이상하게 시선이 느껴지는 것은 착각이겠거니.'천천히 허리를 숙여 신발에 뭐가 들어 있는 척 한쪽을 벗고 터는 척을 하다 그대로 뒤로 향해 던졌다. 스트라이크!'“악!”'“이 변태 자식! 너 뭐…….”'그녀의 신발에 안면을 내주고 아니, 정확히는 이마를 내주고 바닥에 주저앉아 있는 사람은 분명히 같은 교복을 입고 있는 남자였다. 그것도 학교에서 아주 유명한 사람이다 못해 선생들의 무한한 사랑과 신뢰를 받고 있는 학생회장. '그뿐인가? '그는 유치원 때부터 쭉 초, 중학교까지 쭉 같았고 현재 같은 고등학교까지 다니고 있는 사람이었다. 딱히, 한 반이 된 적도 없었고 소꿉친구라고 할 수도 없었지만 그렇다고 아예 모르는 것도 아닌 어색한 사이라고 해야 하나? '워낙 유명한 인물이다 보니 모를래야 모를 수가 없었다. 거기다 외모까지 준수해서 여학생들의 선망의 대상인 딱 왕자(王子)타입이었다.'“멘붕 왔어? 사과라도 해야 하는 거 아닌가?”'어느새 엉덩이를 탈탈 털며 자리에서 일어난 그가 그녀의 운동화를 들고 다가오고 있었다. 그의 말대로 지금 멘탈 붕괴가 온 것 같다. 알아주는 부동의 인기 no.1의 소중한 용안에다 누추하고 더러운 신발을 날렸으니. '이걸 아마 여학생들에게 들키는 날엔 그날부로 괴롭힘을 당할 거란 건, 보지 않아도 뻔한 일이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한번만 봐달라고 무릎이라도 꿇고 빌어야 하는 걸까? '하지만 어느새 코앞까지 다가온 그는 한쪽 무릎을 꿇은 자세로 앉아 그녀의 발에 직접 신발을 신겨 주고 있었다. 발목에서 느껴지는 따뜻한 온기는 마치 현실이 아닌 듯했다. 그러니까 지금 그녀의 누추한 발을 직접 만지고 신발까지 신겨 주는 사람이 다름 아닌 왕자란 말이지. '주먹을 이마에 대고 잠시 생각에 빠져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주위가 어두워진 것 같은 느낌에 천천히 눈을 떴을 때 그녀는 쥐고 있던 주먹을 그대로 앞으로 튕기고 말았다. 덕분에 신발에 이마를 내주었던 그의 용안에 또다시 주먹을 가격하고 만 것이다. 이제는 정말 죽었구나 싶었다.'“저기, 저기, 저, 저.”'“내 이름은 장태한데.”'“그건 나도 알아! 내가 바보 멍청인 줄 알아? 무려 13년이나 얼굴을 봐왔는데.”'“땡땡이치기엔 힘든 날 아닌가? 오늘 모의고사 있는 날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