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풍 같은 기세로 휘몰아친 덕분에 마침내 무결 일행은 그날 밤 늦은 시각에 운하 초입에 있는 여각에 도착할 수 있었다. 가장 가까운 수역이 반나절 거리를 더 올라가야 하는 곳에 있었기에 무결은 일단 하룻밤을 여각에서 머물기로 결정했다.'겨우 반나절 말을 달려온 것뿐인데, 워낙 급박하게 몰아쳐 달린 덕분에 모두들 말에서 내릴 때는 짙은 피로감에 크게 한숨을 내쉴 정도였다. 장정들이 그 정도이니 율비야 말할 것도 없었다. 말 위에서 정신없이 흔들리다 보니 속은 메스꺼웠고 엉덩이와 사타구니가 불에 덴 것처럼 쓰렸다. 마침내 일행이 여각 앞에 도착해 모두가 말에서 내렸을 때도 율비는 다리가 후들거리고 몸이 떨려 말 목을 붙잡고 딱지처럼 찰싹 달라붙어 있을 뿐, 움직이지를 못했다.'“뭐하느냐. 내리라는 말 못 들었느냐?”'자하가 퉁명스럽게 말하자 그제야 율비가 마지못해 몸을 일으켰는데, 팔에 힘이 풀려 그대로 굴러떨어지고 말았다.'“아이코야!”'율비가 먼지를 내며 말 옆에 자빠지자, 자하가 하늘을 바라보며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고, 먼저 말에서 내려서 있던 일행들도 껄껄 웃었다. 오직 무결만 아무 말 하지 않고 율비를 향해 저벅저벅 걸어오더니 팔을 뻗어 그녀를 일으켜 세워 주었다. 그의 행동에 낄낄거리고 웃던 무사들이 일제히 입을 다물어 버렸다.'“곤란하게 됐습니다, 전하. 지금 손님이 붐벼 여각에 방이 두 개밖에 없다고 합니다.”'여각 안에 들어갔다 나온 자하가 곤혹스런 표정으로 말했다. 두 개 남은 방 중 하나는 침상이 두 개 있는 넓은 방으로 침상을 포함해 예닐곱 명은 잘 수 있는데, 나머지 방은 침상이 하나밖에 없는 2인용 객실이라고 했다.'“하는 수 없군. 부사와 서기관 일행은 넓은 방에서 머물도록 하고, 나머지 일행은 여각의 안마당에서 유숙하라고 해라. 그리고 자하 너와 나는 2인용 객실에 들도록 하자.”'‘그럼 송율목은요?’'라고 묻는 눈으로 자하가 무결을 빤히 쳐다보는데 바로 그때 털썩 하는 소리가 들렸다. 그때까지 간신히 후들후들 떨리는 몸을 여각으로 올라오는 목조 계단 난간에 기대고 있던 율비가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그대로 기절해 버린 것이다.'“도대체 도움이 되는 거라고는 하나도 없는 녀석이구나.”'혀를 찬 자하는 율비를 흔들어 깨울까 아니면 차라리 발로 찰까 잠시 고민했다.'“내가 데리고 갈 테니 너는 부사와 나머지 일행을 방으로 안내하거라.”'“전하! 전하께 그런 수고를 하게 할 수는 없습니다. 굴리든 밀든 제가 데리고 가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