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왕비 베로니카도 알지 못하는 왕들의 비밀. 그 이후로 아무리 베로니카가 뒷공작을 하고 타이젠을 왕제감이라고 칭찬을 해도 레온 왕의 생각은 바뀌지 않았다.

예언의 능력은 딱 한 명 왕위 계승자에게만 나타나기 때문이었다. 왕세자의 나이 25세. 예언의 꿈의 주기로 보면 25세가 되는 올해 그는 또 예언의 꿈을 꿀 것이다.

15세에 꾼 꿈에서는 아버지가 기습당하는 꿈. 연속해서 반복되는 꿈을 아버지에게 알렸고 서둘러 반역의 무리를 죽였다.

비 왕실파의 수장인 로빈 켈스론 공작과 그들의 수장 제럴드 레온의 역모를 사전에 알게 되어 미리 목을 베었다. 그렇게 15살에 그는 아버지의 목숨을 구했다.

아버지의 말을 듣고 있는 유리우스의 미간에 살짝 주름이 잡혔다. 아버지 레온 왕이 나에 대한 애정이 있긴 한 걸까? 하지만 그는 감정을 갈무리했고 다음 순간 왕세자의 얼굴은 무표정이 되었다. 레온 왕이 피곤하다는 듯이 갈무리를 했다.

“당연히 그렇게 해야겠지. 이제 걱정하지 않아도 되겠어. 지금처럼만 해라. 그럼 내가 마음 놓고 왕위를 물려줄 수가 있을 것이다.”

빌어먹을 왕위 자리. 왕세자 자리도 신물이 난다. 할 수만 있으면 때려치우고 싶은 심정이었다. 유리우스가 아버지를 유심히 쳐다보았다.

하지만 다음 순간 그의 입에서 나온 말은 전혀 그의 심중이 묻어있지 않았다. 왕실 사람답게 그는 자신의 감정을 완벽하게 숨기며 전혀 표정을 드러내지 않았다.

“아직 옥체 강령하십니다. 선위는 차후 몇 십 년 후의 일이 아니 옵니까? 부디 건강하게 오래 덕치하시옵소서, 전하.”

“당연히 그럴 것이다. 그러나 이제 나이를 먹다 보니 힘에 부치는구나. 당분간은 편히 쉬어라. 너도 궁에 돌아온 지 얼마 되지 않았으니 차후 다시 부르겠다.”

“그럼, 소신 이만 물러가도 되겠습니까?”

“언제까지 에덴 공녀와의 혼담을 미룰 생각인 거냐? 에덴 공녀가 성년이 되길 기다렸다면 이제 그 핑계도 통하지 않겠구나. 공녀는 작년에 성인식을 치른 것으로 알고 있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 유리우스는 말을 골랐다. 상대는 아버지 레온 왕이다. 아버지의 수에 넘어가면 당장 결혼을 해야 하는 상황이 올 것이다.

“소자 5살에 어머니의 죽음에 대한 예언의 계시를 받았습니다. 그리고 15살에 예언의 꿈으로 아버지의 미래를 바꿨지요. 주기로 보면 올해 소자 25세가 되며 올해 안에 예언을 받게 될 겁니다.”

“예언이 너의 혼담과 무슨 관계가 있다는 거냐?”

“신은 여러 가지 형태로 미래를 알려주죠. 세 번째 예언을 받고 제 미래를 결정할 겁니다. 예언의 꿈을 꾸고 나면 알게 되겠죠. 누구와 결혼을 할지. 누가 우리의 적군인지… 그러니 전하, 올 한 해는 기다리는 해가 돼야 할 겁니다.”

왕위 계승자의 예언의 꿈은 그만큼 미래를 바꿀 힘이 있었다. 레온 왕도 그 위력을 알고 있기에 고개를 끄덕였다.

“좋다. 여신 키이라의 계시를 받을 때까지 기다릴 것이다. 조만간 다 같이 만찬이나 하자꾸나. 가는 길에 왕비에게 문안을 여쭙고 가라.”

“…….”

침묵하는 아들을 지켜보다 아버지가 목소리를 다시 낮췄다.

“왕비와 잘 지내도록 해라. 그게 너의 신변에 좋다. 왕비의 세력이 갈수록 커가는 것은 왕인 나조차도 견제가 안 된다. 최대한 너를 보호하려고 내가 최선을 다하지만 내 등 뒤에서 일어나는 일은 내 손에서 벗어난 일. 사고는 언제나 손쓸 틈 없이 발생하는 법이다.”

“알고 계셨습니까? 돌아오는 길에 암살 습격을 받았습니다.”

“이 키르탄 내에서 내 정보망이 통하지 않는 곳은 없다. 하지만 짐은 무력하구나….”

“!”

“현 왕실파들이 왕세자파와 왕비파로 나누어졌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내가 죽으면 그들은 언제든지 왕비 편에 설 것이다. 내가 건재해야 너도 건재한다. 요즘 부쩍 짐의 건강이 좋지가 않구나. 몸이 약해지면 마음이 약해지는 법이다. 자주 들르거라.”

“예, 전하.”

아버지 레온 왕과의 알현을 마치고 유리우스는 알현실을 나왔다. 베로니카 왕비를 쳐다보기도 싫었지만, 왕의 명령이었다.

새어머니와 잘 지내라니 하늘이 두 쪽 나도 불가능한 일이었다. 왕세자가 밖으로 나오자 노아가 허겁지겁 따라붙었다.

왕세자가 레온 왕을 알현한 사이에 잠깐 자리를 비웠던 건데 괜히 불똥이 노아에게 튀었다.

“어딜 다녀오는 거지? 분명 내 곁에서 떨어지지 말라고 했는데.”

“죄송합니다. 알현실에 계시기에 잠시 자리를 비웠습니다.”

“개인행동은 삼가해라. 호위가 24시간 붙어있어야 호위지. 네가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에 내가 무슨 일을 당하면 그땐 책임을 물어 그 자리를 내놓아야 할 것이다.”

왕세자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서릿발이 날렸다. 왜 저래. 왕한테 혼났어? 왜 나한테 화풀이래? 이 벌건 대낮에 왕궁에서 누가 왕세자를 죽인다고….

하긴 벌건 대낮에 왕궁에서 왕비가 독살도 당했지. 유리우스의 어머니에게 생긴 비극을 생각하면 왕세자의 날 선 반응도 이해가 되었다.

어휴! 내가 제일 만만하지. 왕세자의 서릿발 같은 호통에 서운한 마음이 들었지만 자리를 비운 것은 입이 열 개라도 잘한 일은 아니라 노아는 사과를 건넸다.

“죄송합니다. 다신 이런 일 없을 겁니다. “

“노려보지 마라.”

뒤통수에도 눈이 달린 걸까 차가운 목소리가 돌아왔다. 찔끔해서 노아는 뾰로통하게 나온 입을 다물었다.

사과했는데 째려보는지는 어찌 알고… 왕세자가 왜 가는 곳마다 자신을 달고 다니는 건지 진짜 대놓고 물어보고 싶었다.

막말로 왕궁에서 기습을 당한다고 치자. 소드마스터 정도는 돼야 왕세자의 목숨을 구하지 않겠는가.

자신처럼 실력 없는 하급기사는 비상시에는 왕세자의 목숨을 구할 수 없을 수도 있다. 실력이 쟁쟁한 상급 기사가 어디 한둘이어야 말을 않지? 이건 마치 나는 너를 딱 찍어서 괴롭힐 것이라고 말만 안 했을 뿐이다.

내가 자기 그림자도 아닌데… 왕세자는 진짜 그림자처럼 노아를 떼놓지 않았다. 오스만에서 돌아오고 나서부터 거의 24시간 경호로 바뀌어버렸다.

로빈 자식 대체 언제 오는 거냐? 로빈이 부러웠다. 속내를 숨기고 왕세자를 따라다니려니 심장이 남아나질 않을 지경에 이르렀다.

내가 저 왕세자 때문에 언젠가 돌아버릴지도 몰라. 왕세자를 따라가며 노아는 구시렁거렸다.

잠시 후에 유리우스가 베로니카 왕비 궁으로 가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드디어 베로니카 왕비를 만날 수가 있다고 생각하자 노아의 가슴이 긴장되었다.

하지만 왕비궁 접견실 앞에서 노아는 제지당했다. 벼르고 왔건만 왕비의 얼굴을 볼 수 없다는 사실에 노아는 실망했다. 왕비의 얼굴 보기가 하늘에 별 따기보다 어려웠다.

***

접견실 문 앞에서 대기하라는 명령이 떨어지고 유리우스가 방 안으로 들어갔다.

“이번에도 아주 건강하게 잘 돌아오셨네요. 아드님.”

유리우스의 인사를 받는 왕비의 얼굴에 우아한 미소가 번졌다. 베로니카는 여전히 아름답고 늘씬하고 얼핏 보면 삼십 대로 보일 정도로 젊어 보이는 매력적인 여인이었다. 하지만 유리우스는 그녀가 뱀처럼 교활하다는 것을 수도 없는 경험으로 뼈저리게 알고 있었다. 건강하게 잘 돌아와? 왕비의 말에 가시가 숨겨져 있었다.

“왕비마마 덕분입니다. 자나 깨나 제 걱정을 해주시니 제가 이 나이 먹도록 건재한 것이 아니겠습니까?”

만만치 않은 왕비에 만만치 않은 왕세자의 뼈있는 대답이었다.

“호호호. 잘 아시고 계시네요. 아드님께서 어미의 마음을 알고 계시니 아드님과 주고받는 대화는 항상 재밌답니다. 게임을 하는 맛이 난다고 할까요? 아드님이 영리하셔서 어미인 저는 너무나 행복하답니다.”

베로니카가 꼿꼿하고 곧은 자세로 도도하게 말했다. 재미? 사람의 목숨을 가지고 장난질을 치는 당신은 재밌을지 몰라도 나는 하루하루 가시밭길입니다.

유리우스가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절규를 삼켰다. 베로니카는 스칼릿 레온 왕비가 살아있었다면 절대로 왕비가 될 수 없었던 평민 출신의 여자였다.

레온 왕은 유리우스의 엄마인 스칼릿과 정략결혼을 했다. 왕은 왕비를 정중하게 대해주었지만, 사랑에 빠지지는 않았다.

그러다가 어느 날 분란 지역으로 시찰 나갔다 만난 베로니카와 첫눈에 사랑에 빠져 그녀를 궁으로 데리고 들어와 후궁으로 삼았다.

어머니 스칼릿 왕비의 가슴에 대못을 박은 것은 두말하면 잔소리였다.

왕비 베로니카의 말에 유리우스의 표정이 더 차가워졌다.

유리우스는 살벌한 표정으로 왕비를 노려보았다. 베로니카 왕비. 기회만 닿으면 자신을 죽이려 하는 키르탄 왕국의 현 왕비.

“왕비마마. 저는 재미가 없습니다.”

“어머나. 아드님 표정 관리 좀 하세요. 그렇게 무서운 표정을 지으시면 다른 사람들이 오해하지 않겠어요? 어머니와 아들이 사이가 좋지 않구나 하고요. 왕족이란 자고로 표정이 얼굴에 드러나면 안 되는 법이잖아요. 아드님은 이 어미에게 한 수 배우셔야겠습니다.”

베로니카의 말에 유리우스의 얼굴이 더 딱딱하게 굳어갔다. 천의 얼굴을 가진 여자다.

속으론 죽이고 싶을 정도로 자신을 미워하면서 얼굴은 계속 웃고 있었다.

“오늘도 왕비마마께 한 수 배우고 갑니다. 역시 왕비마마께서는 저보다 고수이십니다.”

“고수요? 칭찬을 다 해주시고… 왜 그러십니까? 그러는 아드님도 하수는 아니시지요. 아니 그렇습니까?”

도대체 내가 왜 이 여자와 말도 안 되는 말을 늘어놓고 있는지… 유리우스는 구역질이 나려했다.

“그럼 이만 물러가도 되겠습니까? 제가 오래 있으면 왕비마마께서 피곤해하실 것 같군요.”

겉으로는 예의 바르게 고개를 숙인 후 유리우스가 작별의 말을 고했다.

“어머나. 그러면 안 되죠. 아드님, 아직 제가 따라준 차에 입 한번 대지 않으셨어요. 차 한 잔은 하고 가셔야 자식 된 도리 아니겠어요?”

이 속에 무슨 독을 탔을 줄 알고란 말이 입에서 튀어 나갈 것 같았지만 유리우스는 이를 악물고 평정을 유지했다.

“죄송합니다. 왕비마마. 차는 마신 셈 치시죠. 종일 차를 너무 많이 마셔서 차라면 신물이 나서 말입니다.”

“서운하네요, 아드님. 어미가 따라준 차 한 잔도 마시지 않고 가려 하다니 너무 야박한 처사가 아닌가요? 하지만 굳이 가신다면 이 어미가 무슨 힘으로 잡겠습니까?”

베로니카가 거만한 태도로 유리우스를 바라보았다.

“다음번엔 차 한 잔은 꼭 마셔 드리죠. 그럼 이만….”

“아드님. 항시 등 뒤를 조심하셔야 합니다. 왕궁은 무서운 곳이에요. 언제 어떻게 목숨이 사라질지 모르죠. 그러니 조심 또 조심하세요. 이 어미 말 명심하고 사세요.”

항시 목숨을 조심하라는 베로니카의 표정이 변했다. 사나워진 표정은 드디어 본색을 드러내고 있었다.

밖으로 나온 유리우스가 이를 으드득 갈았다. 얼마나 참았는지 손톱이 손바닥에 박혀 피가 나왔다. 유리우스는 감정을 갈무리하며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 가증스러운 여자였다.

베로니카 왕비 궁을 나온 왕세자의 얼굴이 더 살벌하게 변했다. 움켜쥔 손에서 피가 흘러나왔지만, 그는 신경도 쓰지 않았다.

왕세자의 뒤를 따르는 노아는 그의 살벌한 분위기에 압도당할 것 같았다.

응접실 밖에 있었기에 두 사람 사이에 어떤 대화가 오갔는지 짐작도 가지 않았지만, 왕세자의 심기가 왕비 궁을 나와서는 바닥을 치는 것 같았다. 왕세자는 끓어오르는 분노를 참고 있었다.

***

“연무장으로 갈 것이다.”

왕비 궁을 나오자마자 던진 유리우스의 일갈에 노아는 부지런히 그의 뒤를 따랐다.

평소에는 평정을 유지하는 유리우스가 유일하게 참을 수 없이 흥분하는 대상이 딱 한 명 있었는데 그 사람은 바로 베로니카 왕비였다.

아버지 레온 왕은 유리우스를 후계자로 지목했다. 유리우스는 레온 왕의 장남이자 이 나라 왕실의 적통이었다. 어렸을 때는 그것이 당연한 일인 줄 알았다.

하지만 어머니 스칼릿 왕비가 독살당하고 어린 나이 때부터 생명의 위협을 받자 그 당연한 수순이 뒤집어질 수도 있다는 것을 유리우스는 알게 되었다.

자신도 엄마처럼 쥐도 새도 모르게 제거될 수도 있었다. 베로니카는 자신의 아들인 타이젠이 왕이 될 때까지 절대로 그만둘 여자가 아니었다.

‘날 어떻게 해서든 죽이려 하겠지. 하지만 난 그렇게 호락호락하게 당하진 않아. 당신 뜻대로 내가 쉽게 죽어서 사라질 것 같아? 어림도 없어!’

뒷모습에도 표정이 있다는 것을 유리우스의 뒤를 따라가는 노아는 실감할 수 있었다. 그의 뒷모습이 말을 하고 있었다. 분노. 환멸. 짜증….

노아는 휴가 내고 집에 간 로빈이 부러웠다. 차라리 오스만에서 돌아올 때 내가 다칠걸 그랬어.

시한폭탄 같은 유리우스를 지켜보는 것이 힘들었다. 가슴이 아팠다.

피를 흘리는 손을 보니 치료해 주고 싶었다. 내가 치료하면 바로 나을 텐데… 역시 안 되겠지?

왕세자궁의 뒤편으로 걸어가자 깔끔하게 청소된 연무장이 모습을 드러냈다. 왕자들이 개인 연무장을 가지고 있다는 것도 처음 알게 된 사실이었다.

왕세자가 몸을 풀며 노아를 바라보았다. 표정이 다 드러나는 맑은 얼굴을 한 소년이었다. 자신을 걱정하는 호위 기사… 이상하게 이 소년 앞에서는 자신도 가면을 벗어버리고 민낯을 드러내고 싶다.

사실은 처음 도서관에서 만났을 때부터 노아가 좋았다. 무조건적인 호감이 생겼던 첫 만남 이후 그 감정은 여전히 진행 중이었고 자꾸 깊어갔다. 동생 삼을까?

타이젠이 알면 기겁하겠군… 항상 목마른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타이젠을 외면한 지가 몇 년인데….

“목검을 가져와라. 대련해야겠다.”

“기사 단장님을 불러올까요?”

“쥐새끼처럼 또 빠져나갈 생각만 하는구나. 노아 그린우드. 네가 상대해.”

“예…? 설마 저를 죽이실 건 아니죠?”

“넋 놓고 방어하면 죽을지도 모르지. 그러니 각오하는 게 좋을 거다.”

“분명히 목검이라고 하셨습니다. 진검 아니고요. 그럼 죽지는 않겠죠.”

살벌한 살인귀의 명령에 노아는 목검을 들고 유리우스와 마주 섰다. 왕세자는 소드마스터였다. 오늘이 가기 전에 진짜 죽는 거 아니야?

노아는 혼신의 힘을 다해 맹공격을 펼쳤다. 하지만 유리우스는 여유로웠다. 사정없이 들이닥치는 노아의 목검을 막아 내다 유리우스가 갑자기 노아의 급소를 찔렀다.

왕세자가 휘두른 목검에 배를 맞고 노아가 무릎을 꿇자 유리우스가 소리를 질렀다.

“방금 너는 죽었다. 빨리 일어나서 다시 공격해.”

노아가 발끈해서 벌떡 일어났다. 이 양반이 호위를 잡아먹으려고 하네. 소름 끼치도록 아름답고 살벌한 주군을 상대하며 노아는 속수무책으로 여러 번 죽어야 했다. 또다. 이번엔 목을 댕강 베였다. 아윽. 도대체 몇 번째인지….

한 시간 동안 왕세자를 상대하던 노아는 결국 연무장 바닥에 드러눕고 말았다. 내 이럴 줄 알았어. 도대체 몇 번을 당한 거지?

애당초 왕세자와 그녀의 검술은 극명하게 차이가 나지 않던가… 내가 호위지 분풀이 상대냐고. 하급 기사와 소드마스터는 하늘과 땅만큼이나 급이 달랐다.

대련 자체가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이건 날 목검으로 마구 찔러 죽이겠다는 거나 마찬가지 아닌가.

“실력이 그 정도밖에 되지 않는데 승급시험은 어떻게 통과한 거지?”

뭐냐? 자기가 심사해놓고. 당신이 박수 쳤잖아. 나 잘했다고. 네가 날 뽑았다고…노아는 마음속에서만 큰소리로 왕세자에게 대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