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거울에 비친 자신의 까칠한 수염이며, 마구 헝클어진 머리를 보았다. '또한, 구겨진 바지도 눈에 들어왔다. '그래도 패션의 도시 밀라노에 입성을 앞둔 예비 디자이너로서 이런 노숙자 같은 모습은 심하단 생각이 든 것이다. '성우의 전화를 받고 이태리로 방향을 돌려 잠도 차에서 자면서까지 밀라노로 오는 것까지 좋았다. 하지만 거울에 비친 자신의 꼬질꼬질한 얼굴에 눈 주위에 늘어진 다크 서클을 보자, 한숨이 절로 나왔다. 빨리 씻을 곳을 찾아야 했다. '사랑은 분명 이틀 전까진 독일 퓌센의 노인슈반슈다인성을 거닐고 있던 중이었다. 백조의 성으로 유명한 이곳은 소문만큼이나 정말 아름다웠다. 사랑은 하루 중일 그 성 앞에 쪼그리고 앉아 성과 성 주변의 것들을 스케치하기 시작했다.'얼마나 지났을까? 어스름이 깔리고 배가 고프단 생각이 들어 고갤 든 순간 이미 성엔 아무도 없었던 것이다. '마을에 급히 방을 잡고 쉬려는데, 밀라노에 있는 성우에게 전화가 걸려왔다.'급하게 사랑의 도움이 필요하다며, 당장 밀라노로 와 달라는 성우의 전화에 놀란 사랑은 서둘러 짐을 싸 자동차에 몸을 실었다. 그렇게 달려온 길이었다. '현성우. '같은 학교 선배이자, 사랑이 졸업한 후 함께 일하기로 한 사업 파트너기도 했다. 지금 성우는 졸업 후 밀라노에서 남성복 전문 디자이너로 데뷔한 이후 모던하면서도 세련된 디자인으로 인해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또한 아르마니의 수석 디자이너가 자신 밑에서 일해 볼 생각 없냐는 제안까지 하자, 그야말로 밀라노는 현성우란 이름의 신인 디자이너에 의해 들썩이기 시작한 것이다.'올해로 데뷔 2년 차. 사랑이 학교에서 공부하고 있는 동안 성우는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었다. 그런 형이기에 급히 사랑을 찾았을 땐, 단단히 일이 잘못된 게 분명하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또한, 사랑의 도움이 절박한 것이다. '사랑은 길거리에 차를 주차하고 공원 옆에 있는 화장실로 향했다. 서둘러 화장실로 들어가 수염을 깎고 세수를 하고 옷을 갈아입었다.'마지막으로 헤어왁스를 이용해 머릴 고정시키자, 잡지에서 금방 빠져나온 날라리 패션모델처럼 보였다. 뭐, 가진 옷이 이것 밖에 없는 터라 지금은 이 옷으로 만족할 수밖에 없었다. 성우 형만 만나면, 형이 디자인한 옷을 입으면 되니까 말이다. '마지막으로 손을 씻고 화장실을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