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뺄 수 없는 사이

또각또각. 어두운 복도를 걸어온 재이의 발이 멈춰 섰다.

1602호. 익숙한 번호를 확인하고 양손을 콱 움켜쥐었다.

두 눈을 질끈 감고 입술을 앙다물었다.

그리고 도망치듯 몸을 돌릴 때 뭔가가 현관문에 부딪혔다.

숨죽여 더 고통스러운 신음이 새어 나왔다.

“읏!”

“쉿!”

“더, 더!”

“조용히 하라니까.”

“싫어! 읍!”

현관문이 덜컥거렸다.

그때마다 재이의 심장은 난도질당했다.

“으!”

재이는 터져 나오려는 신음을 죽을힘을 다해 삼켰다.

한 손으로 입을 틀어막고 덜덜 떨리는 손을 지문인식 키로 가져갔다.

차가운 손이 막 센서에 닿으려는 그때.

뜨겁고 강한 손이 그녀의 손목을 붙잡았다.

동시에 비명을 지르려는 재이의 입을 막았다.

“쉿.”

낮고 풍부한 목소리로 경고한 그가 재이에게 속삭였다.

“해치지 않아, 서재이.”

그리고 공포로 돌처럼 굳은 재이를 천천히 돌려세웠다.

재이와 눈이 마주친 순간.

류건은 예상치 못했던 호기심에 휩싸였다.

사진으로 봤을 때도 약간의 흥미가 일긴 했다.

단정한 이미지와 잘 어우러진 고집 있는 눈매.

한번 다물면 어떤 외압에도 열지 않을 것 같은 입술.

분노와 공포가 공존하는 눈빛은 오드아이처럼 묘하고 매력적이었다.

본능적인 욕망에 류건의 목젖이 오르내렸다.

하얗게 질린 재이는 족히 190센티는 돼 보일 정도로 큰 남자를 쳐다보았다.

깊은 눈매와 곧고 뚜렷한 콧대, 슬쩍 들려 올라간 입매와 단단한 턱.

고급스러운 옷차림과 세련된 향수.

재이가 그녀를 정확히 알고 있는 류건을 빠르게 스캔하는 사이.

그 잠시도 참지 못한 짐승들이 재이에게 구정물을 끼얹었다.

“하, 밑에도 빨아줘.”

“으으응!”

“여보, 제발. 아, 거기.”

등 뒤로 쏟아지는 약혼자의 음란하고 더러운 신음.

욕지기가 치민 재이가 어금니를 악물었다.

류건은 지옥으로 떨어진 재이의 손목을 천천히 놓았다.

살짝 갈라진 목소리로 그녀가 지옥을 탈출할 유일한 방법을 통보했다.

“할게.”

그리고 그대로 재이의 입술을 향해 돌진했다.

순간 재이는 류건의 가슴을 확 떠밀었다.

하지만 산 같은 그는 꿈쩍도 하지 않고 재이의 입술을 훔쳐 버렸다.

“흡!”

재이는 제 비명마저 삼켜 버리는 류건에게 저항했다.

어깨를 치고 몸을 비틀었다.

그러나 곧 그녀의 저항은 무력해졌다.

“아읏! 여보. 나 찢어져.”

“헉, 헉!”

하나하나 신경 써 채운 신혼집을 더럽히며 즐겨 온 쓰레기들.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그들의 심장에 시퍼런 칼날을 꽂아 넣고 싶었다.

그런 재이의 차디찬 입술에 류건이 속삭였다.

“나, 저 여자 약혼자.”

맹세를 저버린 발정 난 쓰레기들을 응징할 도구.

재이는 하늘이 제게 쥐여 준 기회를 붙잡았다.

핏방울이 맺힐 정도로 꽉 다물고 있던 입술을 열었다.

흉포한 류건의 혀는 그대로 재이를 차지해 버렸다.

***

따스한 조명이 자욱한 호텔 방.

비릿한 정사의 향이 깊게 밴 침대에 재이가 있었다.

“허헉!”

말린 스커트를 허리에 걸친 채 손자국이 난 흰 엉덩이를 들썩이며 애원했다.

“제발, 그만!”

하지만 괴물 같은 류건은 그녀의 사정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앗!”

바닥에 선 류건은 도망치는 재이를 끌어다 다시 저를 받아들일 곳을 탐식했다.

“쭙! 춥!”

한껏 입을 벌려 빨고 뾰족하고 강한 혀를 찔러 넣었다.

그럴 때마다 재이는 진저리를 쳤다.

“으윽!”

시트를 움켜쥐고 머리를 흔들었다.

“흐응! 하!”

입은 벙긋 벌어지고 감은 눈가로 눈물이 흘러내렸다.

류건의 혀놀림에 맞춰 엉덩이를 비볐다.

재이의 적극적인 협조에 류건은 그녀의 정점을 노렸다.

혀끝으로 발갛게 발기한 클리토리스를 빠르게 문질렀다.

그 끔찍한 고문에 재이가 몸부림을 쳤다.

“으! 아, 아윽!”

비명처럼 외쳤다.

“아, 안 돼!”

울먹였다.

“해, 해 버릴 것…… 읏!”

류건이 재이를 위로 밀어 올렸다.

재이의 가슴이 축축한 시트에 닿았다.

류건은 재이에게 숨 한 번 돌릴 틈도 주지 않았다.

“아!”

재이를 뒤집어 그녀의 애액을 맛보는 저를 보게 했다.

그러더니 재이의 발목을 붙잡았다.

재이는 잔인한 사냥꾼 같은 류건에게 사정했다.

“그만, 제발.”

문이 닫히는 순간부터 시작해 벌써 네 번의 섹스.

그럼에도 아직 옷도 채 다 벗지 못할 만큼 광란의 파티였다.

손가락 하나 움직일 수 없는 재이와 달리 류건의 페니스는 여전히 굵고 단단하게 꺼덕거렸다.

또 한 번 재이가 필요한 류건이 주문을 걸었다.

“그 쓰레기들은 아직도 하고 있을 텐데.”

흐릿했던 재이의 눈빛이 확 변했다.

입술을 꽉 깨물고 부르르 몸을 떨었다.

핏자국이 밴 입술을 열었다.

“놔요.”

씩 웃은 류건이 재이의 발목을 시트로 놓아 주었다.

재이는 류건의 손가락의 느낌이 생생한 발을 천천히 들었다.

재이의 서늘하고 흰 발이 푸른 핏줄과 힘줄이 칭칭 감긴 류건의 페니스에 닿았다.

엄지발가락이 닿자 인사라도 하듯 끄덕거리는 그것을 재이는 느리게 쓸어내렸다.

류건의 결후가 오르내렸다.

바싹 말라 버린 입술을 혀로 쓰는 그는 재이에게 마약과도 같았다.

재이가 한쪽 다리를 활짝 벌렸다.

그가 엉망으로 만든 밀부가 드러났다.

엉킨 채로 축축하게 젖은 음모에 류건의 눈빛이 흔들렸다.

그것을 본 재이가 손가락을 입안에 넣었다.

그의 페니스라도 되는 양 입술로 빨고 혀로 문질렀다.

류건의 페니스의 뭉툭한 곳이 시뻘게졌다.

“만져 봐.”

싱긋 웃은 재이는 축축하게 젖은 손가락을 제 젖꼭지에 댔다.

톡톡 건드리고 양 손가락으로 비볐다.

류건의 페니스 끝이 젖기 시작했다.

그가 갈라진 목소리로 기대 이상의 재이에게 좀 더 아찔한 자극을 명령했다.

“넣어.”

재이는 류건의 지시에 복종했다.

젖꼭지를 괴롭히던 손가락을 아랫배로 미끄러뜨렸다.

희고 매끈한 얼음 같은 아랫배를 지난 손가락은 검은 음모에 닿았다.

재이는 손가락 따위로 만족하지 못할 그곳을 정확히 찾아냈다.

“음!”

암고양이 같은 신음을 흘린 재이의 중지가 깊은 곳으로 사라졌다.

“하아, 하!”

“좋아?”

“응.”

“내 것보다?”

류건의 미련한 질문에 재이가 짜증 난다는 듯 이마를 찡그렸다.

“아니.”

“훗!”

만족스럽게 웃은 류건이 재이의 손목을 잡아 일으켰다.

그녀의 애액으로 젖은 손가락을 하나, 하나 빨아 먹었다.

“쭙! 쭙!”

양껏 빨고 정직한 재이에게 줄 선물을 쥐었다.

“빨아도 좋아.”

재이는 홀린 것처럼 류건의 페니스를 향해 다가갔다.

입을 활짝 벌려 입을 찢을 것 같은 페니스를 머금었다.

“쭙! 쭈웁!”

목구멍이 닿도록 삼켜도 다 품을 수는 없었다.

하지만 이리저리 고개를 틀어가며 조금이라도 더 삼키려 애를 썼다.

류건은 그런 재이를 외롭게 내버려 두지 않았다.

긴 팔을 재이의 엉덩이 쪽으로 뻗었다.

길고 곧은 손가락을 재이의 엉덩이 틈 사이로 집어넣었다.

“읍!”

온몸을 움츠린 재이가 잠시 동작을 멈췄다.

류건의 손가락이 부드럽게 움직였다.

그에 재이의 탐닉이 다시 시작됐다.

“쭙! 쭈웁!”

좀 전보다 더 과감하게 류건의 페니스를 머금고 뱉었다.

류건의 손가락도 마찬가지였다.

빠르고, 강하고, 그리고 정확하게 재이의 클리토리스를 자극했다.

“하!”

진저리를 친 재이가 류건의 페니스를 뱉어냈다.

류건은 재이를 돌려세웠다.

그리고 바로 재이의 안으로 들어갔다.

“읏!”

흥건히 젖긴 했어도 어쩔 수 없는 빠듯함에 재이는 이마를 찡그렸다.

하지만 곧 밀려드는 쾌감에 숨을 헐떡였다.

“핫! 하아! 으!”

류건도 마찬가지였다.

저를 부러뜨릴 듯 조여 대는 재이 때문에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경험으로 익힌 기교 따위가 아니었다.

오로지 본능에 의한 반응이라는 것이 더 미칠 것 같았다.

“흣!”

목에 걸린 신음을 삼킨 류건이 그를 유혹하는 못된 재이의 엉덩이를 응징했다.

탁!

재이의 속살이 바로 류건을 고문했다.

류건은 제 인내심을 보잘것없는 것으로 만드는 마녀의 끝을 알고 싶었다.

미친 듯이 그녀의 안을 헤집었다.

탁, 탁, 탁!

살과 살이 맞부딪치고 오로지 본능만이 남은 남자와 여자가 울부짖었다.

“아흑!”

류건의 속도를 이기지 못한 재이가 앞으로 고꾸라졌다.

류건은 그 찰나의 분리도 용납지 않았다.

바로 침대로 올라가 재이를 붙잡았다.

다리를 쭉 뻗고는 그녀를 제 위로 올렸다.

재이가 먼저 류건의 입술을 찾았다.

“흡!”

“쭙!”

길게 내민 혀를 문지르고 빨며 손으로는 류건의 페니스를 찾았다.

엉덩이를 들어 류건의 페니스를 정확히 제 중심에 꽂았다.

그의 어깨를 붙잡고 엉덩방아를 찧었다.

류건의 입에서 격한 신음이 터져 나왔다.

“윽! 으으!”

재이가 비명처럼 소리쳤다.

“좋아, 너무, 너무!”

류건이 재이의 허리를 붙잡았다.

그리고 그대로 그녀를 제게 내리꽂았다.

아니 재이에게 꽂혀 버렸다.

재이는 제 가슴에 얹힌 묵직한 것을 밀어냈다.

하지만 그것은 좀처럼 밀려나지 않았다.

“아.”

옅은 짜증을 내며 돌아누웠다.

그러다 번쩍 눈을 뜬 재이의 눈동자가 요동을 쳤다.

마른침을 연신 삼키며 제 팔에 얹힌 단단한 팔을 살폈다.

다시 눈을 질끈 감았다.

처음 본 남자와의 섹스.

셀 수도 없이 많이, 상상도 하지 못한 온갖 체위를 다 경험했다.

그가 수없이 드나든 곳은 아직도 생생한 감각이 남아 있었다.

그것을 떠올린 순간 그곳이 멋대로 옴쭐거렸다.

그 황당한 반응에 재이는 저를 저주했다.

그리고 탈출을 감행했다.

숨을 멈추고 류건의 팔을 슬며시 밀었다.

순간 류건의 숨결이 목덜미에서 느껴졌다.

“가만있어.”

그러더니 재이의 젖가슴을 쥐었다.

바로 재이의 유두가 반응했다.

창피할 정도로 빨리 커지고 딱딱해졌다.

얼굴이 새빨개진 재이가 류건의 손을 밀었다.

“하, 하지 말아요.”

류건은 재이의 말을 무시했다. 그만두기는커녕 엄지와 검지로 비비기까지 했다.

온몸으로 퍼지는 찌릿한 전율에 절로 재이의 다리가 오므라들었다.

그 난감한 현실을 인정할 수 없었다.

“하지 말라고 했잖아요!”

재이는 앙칼지게 소리치며 류건의 손을 억지로 떼어냈다.

그러다 류건의 손등을 긁고 말았다.

류건의 손등에 붉은 자국이 생겨 나고 곧 핏방울이 맺혔다.

류건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 그 핏방울을 핥았다.

재이는 그제야 하룻밤을 보낸 남자를 자세히 보았다.

약혼자의 상간녀의 약혼자.

전체적으로 선이 굵은 남자는 수컷 그 자체였다.

숱진 검은 머리와 눈썹. 그리고 감정을 읽을 수 없는 깊은 눈.

고집을 말해 주는 콧날과 뚜렷한 인중.

조소와 무자비한 키스가 어울리는 입술에 단단한 턱까지.

저도 모르게 그의 모든 것을 훑은 재이가 눈을 찡그렸다.

‘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