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자네, 정말 한국인이 맞나? 어떻게 한국인이 아닌 일본인 류가 쓴 글이 언제나 대세인 건가? 고국인 한국을 누구보다 잘 안다고 큰소리친 자네가 쓴 글이 독자에게 좀 더 어필해야 되는 것 아닌가?”'오늘도 가은은 어김없이 MUE 출판사 편집장, 슈스케로부터 터져 나오는 칼날같은 비난의 목소리로 하루를 시작한다. 그가 하는 말은 언제나 똑같아서 가은의 귀에 못이 박힐 정도다. 그는 언제나 그녀와 류란 이름의 남자를 비교하곤 했다. 이젠 류란 이름만 들어도 몸서리가 쳐질 정도! 신물이 날 대로 났다! ''“으! 정말 지긋지긋해! 만날 류! 류! 차라리 그냥 그 남자에게 다 맡겨 버리지? 대체 그 남자는 한국인도 아니면서 어쩜 그리 한국에 대해 술술 써내려갈 수 있는 거야? 일본 토박이라면서!”'아침부터 편집장으로부터 쓴 소리를 듣고 나와 속이 있는 대로 뒤집힌 가은은 사무실 밖을 나오기 무섭게 발을 쿵쿵 굴러대며 신경질적으로 소리쳤다. '그녀의 이름은 염가은. 고등학교 2학년 때 부모님의 갑작스런 해외발령으로 정착하게 된 곳이 일본이었다. 당시만 해도 2-3년 주재하니 어쩌니 했는데 그녀의 아버지가 갑자기 자연과 벗하며 살고 싶다고 직업을 전향한 후 규슈에 자리 잡게 되면서 그녀의 나이, 스물일곱이 된 지금까지 이 땅을 벗어나지 못하게 된 것이다. '와세다 대학 졸업 후 부모님 곁을 떠나 도쿄에 정착을 한 가은은 소설, 연예, 스포츠, 문화, 여행 등 다양한 분야를 다루는 출판사, MUE에 취직을 하게 됐고, 그 중 매달 한국의 문화를 소개하는 기사를 집필, 담당하고 있었다. '문제는! 한국 문화와 무관한 기사를 다뤘던 류란 남자가 언젠가부터 그녀가 관할하는 섹션에 손을 뻗치기 시작하면서부터였다. 그가 한국무용에 대해 썼던 첫 기사가 대박을 쳤다. 한국무용이라니……그녀는 관심조차 두지 않았던 분야. 이런 분야를 두고 기사를 써 독자로부터 열화와 같은 호응을 불러일으키다니, 그녀로선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도대체 어째서! 어째서 늘 그가 그녀의 글보다 우수한 평을 받게 되는 것인가? 어째서! 그것도 특히 예술분야 있어선 그의 선전이 월등 우세했다. '눈엣가시도 그런 눈엣가시가 없다. 최강의 숙적, 가은은 그런 그를 항상 왜곡된 시선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가은 씨, 아침부터 또 한마디 들었나보네. 편집장 다음으로 당신만큼 류의 이름을 그렇게 밥 먹듯 불러대는 사람도 드물 거야?”'“그 인간 얘긴 꺼내지도 마! 신경질이 나니까! 가서 그의 책상을 확 뒤엎어버리고 싶은 심정이야! 그나마 외근이 잦아 그 꼴을 자주 안보니 다행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