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경은 가슴이 뛰었다. 그녀의 몸이 이렇게 가볍게 느껴지다니 강하게 싸우던 그녀는 어디가고 가냘프고 애처로운 여자가 그에게 몸을 의지한 채 그를 보고 있었다.'태경은 감정을 다스리기 위해서 노력했다. '“너! 이 바보 같은 여자가…….”'그의 말은 더 이상 이어지지 않았다. '“……나 이겼어…….”'그 말을 끝으로 진현은 혼절해버렸다. '태경은 깜짝 놀라 그녀의 맥박을 재보았다. 맥이 빨랐고 기가 몹시 불규칙했다. 걱정으로 그의 감정이 커지자 머릿속에서 또다시 마성이 발작을 하려고 했다. 태경은 심호흡을 크게 했다. 그녀를 안고 여기를 벗어날 필요성이 있었다. 빠르게 경공을 펼쳐서 달리고 있었지만 그녀의 상태는 점점 더 나빠졌다. 태경은 급한 대로 보이는 동굴로 들어갔다.'산중이라 인가가 없었다. 제갈태경은 어려서 자신의 몸 상태를 고치기 위해 읽지 않은 의학 서적이 없을 정도로 의학에 있어선 웬만한 의원이 따라오질 못할 정도였다. 그리고 발작을 막기 위해 가지고 다니던 침통이 있는 것을 다행이라 생각하면서 그녀를 급한 대로 자신의 겉옷을 벗어 그 위에 눕혔다. 그는 의원의 시선으로 그녀를 보려고 노력했다. 침을 꺼내 자신의 왼쪽 정수리부터 먼저 침을 놓았다. 마성의 발작을 잠시 봉인해주는 효과를 발휘할 것이다. 그러나 이 침은 자주 놓을 수가 없었다. 침을 놓는 순간 잠시 진정되긴 하지만 발작하는 간격이 더욱 더 빨라지고 그의 명도 그만큼 줄어들기 때문에 아까도 침을 놓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지금 그녀를 치료하려면 잠시지만 그의 곧은 심지가 필요했다. 그녀의 옷을 벗겨가는 그의 손끝이 떨려왔다. 그녀의 가슴 가리개를 풀자 자신을 황홀하게 했던 풍만한 가슴이 나타났다. 이미 자신의 머리에 침을 놓아 냉정해져야 하지만 그 침은 마성의 발작을 멈춰주는 것이지 그의 남성으로서의 본능까지 막아주지는 못해 그에게 너무나 어려운 순간이 되고 말았다. 지체하고 있으면 그녀의 목숨이 더욱 위험해질 수 있었기에 그는 빠르게 나머지 그녀의 옷도 벗겨갔다. 알몸의 그녀의 나신은 눈부시게 완벽했다. 무공으로 다져진 몸매여서 그런지 군살이라곤 한줌도 없었다. 태경은 자신에게 침을 한 대 더 놓고 싶었다. 그의 남성이 반응하지 못하도록 말이다. 자신은 지금 의원으로서의 본분을 다 해야 했다. 침을 꺼내든 손이 떨리지 않길 빌었다. 가슴을 따라 흐르는 혈에 침을 꽂고 아래쪽 내공이 모이는 단전(배꼽 밑)에, 그리고 자신이 공력이라도 있으면 추궁과혈(내공으로 기를 불어넣는 치료인데 여자의 중요 부위인 그곳에 직접 해야 했다.)을 해야 할 여인의 상징에 공력을 움직일 수 없는 자신은 그곳에 침을 놓을 수밖에 없었다. 그녀의 안색은 좀 전보다 더 나빠졌다. 그의 망설임이 그녀의 목숨을 좌우한다는 걸 잘 알았지만 쉽게 침을 놓지 못하고 떨리는 손으로 조심스럽게 침을 놓았다. 식은땀이 등을 타고 흘렀다. 허벅지와 발끝까지 침을 놓고 돌아앉아 거칠어진 숨결을 가다듬었다. 잘 했는지 자신을 할 수 없었다. '태경은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아무리 꽂고 있어도 소용없는 머리의 침을 뺐다. 긴장이 풀리면서 어느덧 몹시 피곤해졌다. 심기를 많이 소모해서 무척 지쳤던 것이다. 잠이 몰려왔지만 그녀의 침을 먼저 회수해야 했다. 침을 빠르게 회수하고 벗어둔 옷가지를 덮어주었다.'''남궁진현은 잠을 푹 잔 느낌에 눈을 떴다. 여긴 어디지? 낯선 곳에서 눈을 떴지만 자신의 몸 상태가 엉망이었던 것이 생각나 누운 채로 몸 안의 내공을 움직여 몸 상태를 점검했다. 고르지 못했던 기가 원활하게 움직이는 것 같았다. 다행히 자신의 특이체질이 이번에도 도움이 되었던 것 같다고 단순히 생각하며 주변을 돌아보던 그녀의 눈이 바로 옆에 누워 있는 제갈태경을 발견하고 깜짝 놀랐다. '‘헉, 제갈태경!’ '태경은 피로감으로 동굴에 기대어 있었지만 시간이 흐르자 자연스럽게 진현 옆에 쓰러져 잠이 들고 말았다. '설마 그가……치료해준 것일까? 누운 그의 잠든 얼굴을 진현은 넋을 놓고 쳐다보았다. 항상 얼굴의 반을 머리카락을 가리고 다니던 그의 얼굴이 잠결에 모두 드러나 있었다. '이 미친 미모는 뭐란 말이냐. 다른 어떤 여자보다 더 아름답게 느껴지니 참 어이가 없을 지경이었다. '‘잠자는 얼굴은 참고 봐 줄만 하네. 입만 안 열면 괜찮은 남자인 것도 같은데…….’'무심코 그의 얼굴을 만져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손을 올리려다 흠칫했다.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날 치료하기 위해 무척 애를 쓴 모양이네. 깊이 잠든 것 같은데…….’'왠지 그의 잠자는 얼굴이 쓸쓸하고 안쓰러워 보였다. 제갈태경! 동생의 정혼자……. '‘그래. 난 지금은 진희인 거야. 그러니 이 정도는 괜찮을 거야.’'자기 합리화를 시키면서 그녀의 손이 그를 만지려고 손을 뻗는 순간이었다.'“내가 한 인물 하긴 하지. 모든 여자들이 완전히 드러난 내 얼굴을 보면 넋을 놓곤 했지. 너라고 별수 있으려구.”'갑자기 제갈태경의 목소리가 들리자 놀란 진현이 급히 손을 내리면서 일어서려고 몸을 일으키자 태경이 걸쳐둔 옷이 스르르 내려왔다. 그제야 진현은 자신이 알몸인 걸 깨닫곤 비명을 지르며 옷을 도로 잡아 올렸다.'“으아악! 너 이 자식 내 몸에 무슨 짓을 한 거야!”'“왜? 남자의 얼굴을 뚫어지게 쳐다볼 땐 없던 부끄럼이 이제 생긴 거야?”'“그, 그건 니 얼굴에 뭐가 묻어서 그랬던 거고……그거랑 이건 다른 문제잖아. 내 옷을 왜 벗긴 거야?”'“우리가 남이냐? 어차피 부부가 되면 볼짱 다 본 사이가 될 건데 뭘 새삼스럽게 여자답지 못한 비명을 지르며 호들갑이야? 다음부턴 옷 입은 채로 침놓을 수 있는 의원을 찾아봐. 난 그런 재주까진 없으니까. 뭐 사실 볼 것도 없었어. 생각보다 가슴이 그렇게 크지도 않았고 얼핏 보니 배도 좀 나온 것 같던데.”'진현은 태경의 말에 너무 놀라 자신도 모르게 옷 속으로 고개를 숙여 배를 보았다. '‘내가! 배가 나왔다고? 이 남궁진현이?’'“하하핫핫……너 정말 순진한 거야, 아니면 바보야.”'진현은 태경의 웃음소리에 그제야 자신이 속았다는 걸 알았다.'“너! 너! 이 자식…….”'분해서 말이 다 안 나왔다. '갑자기 태경의 얼굴이 진현에게 다가왔다. 가까이서 본 그의 얼굴 때문에 진현은 숨을 쉬기가 힘들 지경이었다. '“이봐 정혼녀, 너 말이야…… 왜 말투가 남궁진현이랑 똑같아진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