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이 내려앉은 도시는 따스한 햇살이 내리쬐는 낮과 다르게 몸을 움츠러들게 하는 음산한 분위기를 품고 있었다. 마치 악마가 속삭이는 것처럼 은밀하면서도 유혹적이었다. 그 기운은 밤이 깊어질수록 더욱 빛을 발했다. 이에 호응하듯 사각 틀에 자리한 호화로운 침실에는 거친 호흡과 함께 살과 살이 부딪쳐서 풍기는 짙은 향내로 가득했다. '“하아! 당신 정말 끝내 준다.”'타는 듯한 열기에 온전히 몸을 맡긴 여자가 거친 숨을 토해 내며 말했다. 그녀의 말이 싫지 않은 듯 남자의 입가에 미소가 피어올랐다. '“당신도 나쁘지 않아.”'“와우, 그럼 우린 속궁합이 찰떡이란 거네. 이거 왠지 황송한걸.”'남자의 말에 한껏 기분이 들뜬 여자가 양다리로 그의 허리를 바짝 조이며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밤이 짧을 것 같아. 당신은 어때?”'“그만 입 다물어.”'허리를 두 동강 내려는 듯 더욱 옥죄어 오는 여자로 인해 중심부로 피가 쏠리자 남자가 이를 악물며 말했다. 그때였다. '“뭐하는 짓들이야!”'“아악!”'쩌렁한 목소리가 뜨거운 열기로 후끈 달아오른 침실에 울려 퍼졌다. 달뜬 신음 소리를 내지르며 남자의 몸에 매달려 있던 여자가 혼비백산 하얗게 질린 얼굴로 밖으로 뛰쳐나갔다. 하지만 재국의 눈은 늘 있는 일인 것처럼 태연스레 시트를 끌어당겨 몸을 가리는 아들에게 못 박혀 있었다.'“젠장! 하필이면 지금 들이닥칠 게 뭐람!”'휘랑은 혼잣말로 중얼거리며 신경질적으로 머리를 쓸어 넘겼다. 한창 열이 오른 상태에서 중단해야 했던 관계로 아직 분출하지 못한 열기를 해방시켜 달라 비명을 지르는 몸을 가까스로 억누르고 있자니 여간 곤혹스럽지가 않았다.'“여긴 또 어떻게 알고 행차하신 겁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