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유! 얘가 정말 왜 이래?”'혜경은 아침 댓바람부터 현관 앞 바닥에 주저앉아 빽빽 울어대는 수미가 난감한 듯 이마를 짚었다.'“엉엉, 엄마 나 어린이집 가기 싫어.”'올해 여섯 살인 수미는 낯가림이 심한데다가 소심한 성격인 탓에 어린이집 같은 단체 생활을 못견뎌했다. '“자, 착하지? 그래도 가야 돼. 우리 수미. 어린이집 금방이면 갔다 오잖아. 어린이집에서 맛있는 것도 먹고, 예쁜 선생님도 보고, 친구들이랑 잠깐만 놀다 와. 응? 그럼 그동안 엄마가 우리 수미 좋아하는 맛있는 간식해 놓고 있을게. 아빠 보고 집에 오면서 우리 딸 좋아하는 동화책도 사오라고 그러고. 응? 간식 먹으면서 동화책 읽으면 되잖아.”'“싫어. 나 어린이집 안 갈래. 엄마, 엉엉.”'“신수미! 너, 정말! 엄마 자꾸 화나게 할 거야? 그만 그치지 못해?! 정말 혼나 봐야 그칠래? 어리광도 적당히 피워야지. 아니 어린이집 가면 친구도 사귀고 그럴 텐데 도대체 왜 가기 싫다는 거야? 어휴!”'평소 책 읽는 걸 좋아하는 수미에게 동화책을 사주겠다며 달래던 혜경은 계속해서 고집을 피우는 수미에게 결국 참다못해 버럭 소리를 질렀다. 수미는 또래 아이들과 몰려다니며 노는 것보다 혼자서 책 읽기를 즐기는 겁이 많은 아이었다. '“빨리 일어나서 당장 어린이집 차 타! 안 그럼 너 잘 때 엄마가 저 책장에 꽂힌 네가 좋아하는 동화책들 다 갖다 버릴 거야. 폐지 모으러 다니는 할머니한테 줘버린다?”'혜경은 울다가 뒤로 넘어갈 지경인 수미에게 무섭게 윽박질렀다. '“엄만 마녀야! 이 계모!”'어린이집에 가지 않겠다고 고집을 부리며 울던 수미가 책을 버린다는 혜경의 협박에 동화책에서 읽었던 마녀와 계모라는 단어를 혜경에게 외치고는 서럽게 울음을 터뜨리며 다다다 현관을 뛰쳐나갔다. 혜경은 기가 막힌 표정으로 수미가 나간 현관을 바라보았다. ''가정에서 일반적으로 저녁 식사를 할 시간대에 연재와 성재는 온 집 안을 우당탕탕 뛰어다니며 요란하게 총 싸움을 벌이고 있었다. '“두두두!”'“에헤이! 이 녀석들이, 가만히 있지 못해?”'서로 대치한 상태에서 소파에 앉아서 뉴스를 시청 중인 아빠 명훈의 다리 사이를 넘어서 낮은 포복 자세로 총을 쏘는 시늉을 하는 연재와 벽에 바짝 붙어 기회를 엿보며 총을 쏘는 시늉을 하고 있는 성재. 여섯, 여덟 살인 두 개구쟁이 형제는 꼴에 어디서 본 건 있어서 제법 총 싸움 흉내를 내고 있었다.'“너희들! 좀 조용히 놀지 못해? 아래층에 울리면 어떻게 해!”'형제의 엄마인 숙자는 쿵쾅대며 뛰어대는 아이들의 발소리가 아래층 집에 울려 주민신고가 들어올까 걱정의 소리를 높였다. '“내 공격을 받아라! 두두두두!”'“에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