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릇 음악과 악기는 하늘의 도(道)를 구현하는 가장 중요한 수단이었다. 하여, 신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에서 소리의 조화와 율조로 하늘의 도에 이를 수 있는 하늘의 노래를 만들어내는데 심혈을 기울였다. 그러나 누구나 하늘의 도에 이를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오직 한 사람, 하늘의 악공만이 하늘과 통(通)할 수 있었다.」''당고종 영륭(永隆) 680년''대국의 누리궁. '세상의 모든 음악 천재들이 모여 있는 곳. 소리를 하는 이라면 죽어서라도 들어가길 희망하는 곳. 하지만 아련한 선인(仙人)들의 세상이라 일컬어지는 누리궁이 더욱 특별한 이유는 따로 있었다. '바로 하늘의 악공 때문이었다. '하늘이 선택한 사람. 하늘의 소리를 연주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 이곳에 있었다. 하여, 하늘의 악공이 있는 누리궁만이 하늘과 통(通)하는 음악을 만들 수 있다는 신념이 소리를 다루는 사람들 사이에 팽배했다. '하여, 대국은 물론이고 인근의 다른 나라에서마저 누리궁에서 내려주는 음악으로 제(祭)를 지냈고 조하 朝賀: <역사> 동지, 정조(正朝), 즉위, 탄일 따위의 경축일에 신하들이 조정에 나아가 임금에게 하례하던 일. 또는 그런 의식.'와 연례시에도 누리궁의 음악을 연주했으며, 누리궁의 음악으로 연회를 즐겼다. '사람들은 누리궁의 음악이 저희들에게 홍복(洪福)을 가져다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하늘의 악공이 있는 곳이니 하늘님과 가장 잘 통하는 소리를 연주하리라 믿고 또 믿었다. 날이 갈수록 이런 믿음은 더욱 강해졌고 단단한 믿음은 신앙으로, 그리고 신앙은 곧 커다란 권력이 되니. 작금에 이르러 대국이 가진 가장 큰 힘은 무력(武力)이 아닌 소리가 되었다.'신성한 소리는 권력을 위한 도구가 되었다. 악공은 천사자(賤事者)라. 오래전부터 악공을 천하다 업수이여겼지만 누리궁의 악공이라 하면 그 대우가 달라졌다. '세상 사람들은 누리궁의 악공이란 세속의 잣대로 가늠할 수없는 신분이라 생각하였다. 대국의 문무백관들 모두가 누리궁의 악공들에게 고개를 조아렸다. 특히나 하늘 악공이라 불리는 누리궁주의 위상이란 대국의 황제와 비견될 정도이니. 감히 그 앞에 고개를 드는 이가 없을 정도였다. '손에 쥔 것이 많으면 많을수록 더욱더 탐내는 것이 사람의 습성이라. 한번 권력의 단맛을 본 누리궁의 사람들은 더 많은 권력을 손에 넣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그들은 세상의 모든 소리들을 모으기 시작했다. 그리고 누리궁이 정한 형과 식, 규와 율에 맞게 새로이 음악을 만들어냈다. '누리궁의 악공이 되고자, 또는 그들과 같은 힘을 갖고자 열망했던 악공들이 누리궁이 만든 음악을 앞다퉈 연주하니. 세상의 모든 소리들은 점점 누리궁의 소리로 귀결되었다. '하늘의 도에 닿기 위한 소리, 하늘과 통하는 유일한 음악. '사람들은 누리궁의 음악을 그리 생각했다. 그런 연유로 누리궁이 만든 음악이 세상을 잠식해 들어가매 그들이 누리는 힘은 점점 더 거대해져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