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중심을 적나라하게 바라보고 있는 윤은의 눈이 너무 부담스러워 수현이 슬쩍 다리를 꼬아 모로 누웠다. 그를 따라 윤은의 고개도 비스듬히 기울었다. 뭘 그렇게 뚫어져라 직시하는지 윤은의 눈길이 너무 뜨거워 이마에 식은땀이 절로 맺혔다. '“어떻게 그럴 수가 있지?”'“끄응. 그럴 수도 있어.”'“어떻게?”'후우. 한숨을 내쉰 수현이 기우뚱거리는 윤은을 제 옆에 나란히 눕혔다. 호기심 가득한 윤은의 눈이 반짝 빛을 발했다. 잠시 난감함에 미간을 좁힌 수현이 톡하고 윤은의 콧등을 손끝으로 두드렸다. 그에 윤은의 눈이 중앙으로 모아졌다. 건드리면 건드리는 대로 반응하는 윤은이 너무 유쾌했다. 윤은에겐 심각한 분위기도 반전시켜 사람을 기분 좋게 만드는 묘한 매력이 있었다. '“그건 천천히 가르쳐 줄게.”'“에? 왜요?”'“순서라는 게 있거든.”'“순서?”'“함부로 덥석 건드리면 고구마가 화나.”'“에?”'“그러면 어떻게 되는 줄 알아?”'그건 또 뭔가 하는 물음표가 윤은의 얼굴에 떠올랐다. 생각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얼굴도 재미있다. 수현이 빙글 몸을 굴려 윤은의 몸 위로 올라탔다. 순식간에 수현의 몸에 눌린 윤은이 눈을 부릅떴다. 윤은의 얼굴 가까이 제 얼굴을 내려놓으며 수현이 나직이 말했다. '“와락. 한 입에 잡아먹으려고 덤빌지도 몰라.”'“……?”'“그럼 아파서 안 돼. 외계인 울리는 나쁜 고구마가 될 순 없지. 천천히 예쁘게 맛있게 물들여서 먹을 거야. 고구마도 덜 큰 것보단 맛있게 잘 익은 게 좋잖아? 안 그래?” '무슨 말인지 못 알아듣겠다는 듯 눈알을 이리저리 굴리는 윤은이 귀여워 삐죽이 튀어나온 입술을 덥석 취해버렸다. 무방비 상태로 늘어져 있던 윤은의 손이 꿈틀거렸다. 수현의 입맞춤이 깊어질수록 꼼지락거림도 커져갔다. 급기야 수현의 혀가 제 치열을 훑고 입 안으로 밀고 들어왔을 때는 참지 못하고 그의 얼굴을 두 손으로 붙잡았다. 지그시 눈을 감은 수현을 뚫어져라 바라보며 윤은이 손에 힘을 가했다. 숨을 쉴 수가 없었다. 입 안을 꽉 채우며 삼킬 듯 강도를 더하는 수현이 너무 버거웠다. '아무리 밀어내도 꿈쩍도 않는다. 나쁜 고구마 구경도 하기 전에 세상 하직할 판이었다. 머리가 핑 돌았다. 아찔한 기운이 발끝을 통해 서서히 온몸을 감전시키고 있었다. 이러다 감전사 하는 거 아냐? 생명의 위협을 느끼며 수현의 볼을 쭉 잡아 늘이던 윤은의 시야로 스르륵 밀려 올라가는 수현의 눈꺼풀이 보였다. 촉촉이 물기 어린 눈동자가 저를 담아내고 있었다. 손에서 힘이 빠져나가 잡았던 볼을 놓쳤다. 뭐지?'“하아. 아파.”'숨통을 트이듯 잠시 벌어진 틈 사이로 수현이 짙은 호흡을 토해냈다. 아파서 눈물이 맺혔던 모양이다. 벌겋게 달아오른 수현의 볼이 꽤 색스러웠다. 뜨겁게 흘러내는 호흡도 뭔가 몽환적이었다. 윤은의 속눈썹이 파르르 떨렸다. 수현의 눈 속에 비친 제 모습이 평소에 저와는 조금 달라 보여 계속 빠져들 듯 그의 눈동자를 바라보았다. '“그래도 이번엔 안 깨무네?”'장난스레 눈을 찡긋하며 타액이 묻은 입술을 혀로 핥는다. 그 입술이 꼭 잘 익은 체리 같았다. 아, 체리 맛 나는데. 꿀꺽. 수현의 눈동자에서 입술로 시선을 내린 윤은이 마른 침을 삼켰다. 고거 참 맛나겠다. 생각이 그대로 행동으로 나타나는 윤은이었다. 싱긋 웃고 있던 수현의 입술이 윤은의 입술에 먹혔다. '물고, 빨고, 핥고. 본능에 충실한 윤은의 입맞춤이었다. 주춤. 당황해 머뭇하던 수현이 이내 윤은을 품에 바짝 안고 그녀의 입맞춤에 응했다. 그가 부드럽게 입술을 머금었다 빨아대자 곧 윤은이 반응하며 따랐다. 배움에 충실한 자세 아주 좋아. '“어라?”'“응?”'키스를 하다 말고 윤은이 갑자기 입술을 떼고 멍하니 눈을 깜빡였다. 수현이 다시 입술을 대려 하자 손바닥으로 그를 저지시킨다. 그러더니 다른 손으로 이마를 긁적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헐. 체리 먹어 버렸다.”'“어?”'“왜 먹었지?”'“체리?”'벌떡 수현을 밀치고 일어난 윤은이 성큼성큼 방문을 열고 나섰다. 곧장 주방으로 간 윤은이 냉장고에서 생수를 꺼내 단숨에 들이켰다. 따라 나선 수현이 곁으로 다가서자 불쑥 그의 면전으로 생수를 내밀었다. 얼결에 받아든 수현이 생수를 조금 마시자 볼을 한껏 부풀린 윤은이 그를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꿀꺽. 물을 넘기던 수현이 눈치를 보며 생수를 닫았다. '“왜?”'“거기 무슨 짓 했죠?”'“뭐?”'윤은이 물기를 머금은 수현의 입술을 가리키며 뾰족하게 말했다. 대체 입술에 무슨 짓을 했다는 거지? 의아해 되묻는 수현을 향해 콧방귀를 뀌며 윤은이 눈을 흘겼다. '“혹시, 약 같은 거 바른 거 아닙니까?”'취조하듯 묻는 윤은의 말투가 조금 우스웠다. 쿡 웃는 수현을 얄밉게 쏘아보며 윤은이 입을 삐죽거렸다. '“요망한 체리. 감히 날 유혹했어.”'“요망한 체리?”'“맛있게 변신해서 날 막 유혹했잖아요. 먹어. 먹어하고.”'“하아. 요망한이라.”'식탁 위에 생수를 내려놓으며 윤은 곁으로 바짝 다가서자 윤은이 지레 움찔하며 뒤로 물러섰다. 야릇한 미소를 지으며 한발 한발 다가서는 수현이 조금 위험해 보였다. 또 뭘 하려고? 등 뒤로 냉장고가 느껴졌다.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어 스륵 고개를 돌려 시선을 피하자 수현이 손끝으로 턱을 들어 시선을 맞췄다. 그가 혀로 제 입술을 핥으며 색스럽게 말했다. '“요망한 체리는 더 요망한 것도 잘하는데.”'“에?”'“이런 것도. 또 이런 것도.”'하아. 뜨거운 숨결을 윤은의 여린 살결 위로 흘려내며 수현이 그녀의 귓불을 빨았다. 찌릿. 또다시 발끝이 전기에 감전됐다. 저도 모르게 발가락을 그러모은 윤은이 미간을 찌푸리자 그가 그곳에도 입술을 지그시 눌렀다. 얼굴 위로 흩어지는 숨결을 체 느끼기도 전에 목 언저리를 스친 수현의 입술이 윤은의 쇄골을 조금씩, 조금씩 물들이기 시작했다. 그에 윤은의 입에서 엷은 신음이 흘러나왔다. 놀란 윤은이 손으로 입술을 막자 수현이 싱긋 미소를 지으며 그 손등에 입을 맞췄다. '“좋아해.”'저를 응시하는 수현의 눈동자를 바라보며 윤은이 눈을 깜빡였다. 매력적으로 말려 올라간 수현의 입꼬리가 눈을 사로잡았다. 요망한 체리가 자꾸 끌린다. 분명 무슨 짓을 한 게 틀림없어. 저게 자꾸만 먹고 싶어진다. 허걱. '“너도 그랬으면 좋겠다.”'싱긋이 미소 띤 얼굴로 윤은을 따뜻하게 바라보던 수현이 그녀의 이마에 입을 맞췄다. 동그랗게 뜬 눈으로 저를 올려보는 모습이 너무 예뻐서 미칠 것만 같았다. 그냥 삼키면 큰일 나겠지? 외계인이 놀라 안드로메다로 튈지도 몰라. 노력할게. 네게도 내가 예뻐 보일 수 있도록. 간절함을 담아 또 한 번 윤은의 손등에 입을 맞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