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Bar) 안은 조용한 분위기를 가장한 은밀한 욕구를 나타내고 있었다. 사람들은 제각각 같이 온 무리나 상대자와 얘기를 나누며 미소를 짓고 있었고 또는 혼자서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었다. 은소는 바텐더 바에 앉아 칼루아 밀크를 시켰다. 잔을 들은 그녀의 손이 약간 떨렸다. 얼굴은 굳어 있었으며 안색은 창백했다. 그녀는 심호흡을 했다.'‘오늘은 꼭 성공해야해!’'주위를 둘러보았다. 바텐더 바에 앉은 사람들은 대부분 그녀처럼 짝이 없는 사람들이었다. 주문한 술이 나오자 그녀는 잔을 들어 한 모금 삼켰다. 목안으로 넘기는 액체가 거부하듯 힘들게 넘어갔다.'“혼자신가요?”'삼십대 초반으로 꽤 괜찮은 마스크를 한 남자가 그녀에게 말을 걸어왔다. 그녀는 대답 대신 고개를 끄떡였다. 잔을 잡은 그녀의 손에 관절이 하얗게 될 정도로 힘이 들어갔다.'‘잘할 수 있을까? 넌 매번 그 자신감이 문제야. 눈 꼭 감고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는 일이잖아. 강은소, 넌 잘할 수 있어. 그래, 잘할 수 있어.’'은소는 마음속의 생각들을 혼자 중얼거렸다. 남자는 그녀 옆으로 자연스럽게 앉았다. 은소는 눈을 들어 불안하게 남자를 보았다.'“여긴 분위기가 참 좋은 거 같아요. 점잖고 그러면서 자유롭고.”그녀는 대답하지 않고 다시 칵테일을 한 모금 마셨다. 무슨 말인가를 해야 할 것 같은데 아무런 생각도 나지 않았다. 머릿속이 소용돌이치듯 현기증만 날뿐이었다. 다행히 남자는 개의치 않고 맥주와 안주를 시키며 계속해서 말했다.'“사실 여자한테 말을 거는 건 처음입니다.”'은소는 남자를 살짝 훔쳐보았다. 처음 말을 거는 남자치고는 유창하게 말을 잘했다. 남자는 거짓말을 하고 있다. 아마도 자주 이곳을 애용하고 지금처럼 그녀에게 작업을 거는 일이 많을 것이다. 차라리 이런 남자가 그녀로선 더 편한 상대일지도 몰랐다.'“직장 일에 바쁘다보니 연애를 하는 게 쉽지가 않더라고요. 저 같은 남자는 연애하기도 어려운 세상입니다.”'저도 그래요. 은소는 그렇게 말하고 싶었다. 하지만 어찌된 노릇인지 입만 달싹거릴 뿐 소리는 나오지 않았다. 남자가 슬그머니 손을 잡아왔다. 은소는 불쾌감이 들었으나 억지로 웃으려 노력했다. 오늘 온 목적도 이것이 아니었던가. 매번 실패하긴 했지만.'“나중에 시간이 되시면 저랑 시간을 보내시는 게 어떠세요?”'“어떤 시간을 말씀하시는가요?”'은소는 용기를 내어 말했다. 남자가 하는 말의 뜻은 파악이 되었으나 자신이 어쩌면 오해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정확히 알아둘 필요가 있었다. 그녀의 말이 도전적이었던지 남자는 순간 당황했다.'“뭐 술도 마시고 즐거운 시간도 보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