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CRAFT: 본 소설에서는 한 가문의 성을 뜻하기도 하지만, 영어 본래 의미가 갖고 있는 교활, 술책, 간지의 의미를 함축함''“저, 아가씨……. 말 좀 물을게요. 여기가 크라프트 저택이 맞습니까?” '우수한 성적으로 영국 의과대학을 졸업한 26살의 젊은 여의사, 유리카 장. 대학시절 알게 된 교수의 추천을 받아 유서 깊은 가문의 주치의로 일하게 된 그녀는 좀처럼 찾고 있는 저택을 발견할 수 없어 이리저리 헤매다가 정원에서 장미를 가꾸는 긴 금발의 여성에게 조심스레 물었다. '빛에 반사되어 눈부신 금발을 휘날리던 그녀가 잠시 장미 가꾸는 일을 멈추며 유리카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녀의 정면을 바라본 유리카의 눈앞은 아찔했다. 동공에 비친 그녀는 성모 마리아와도 같은 숭고한 미를 지닌 단아한 여성……유리카와 비슷한 또래의 젊은 여성이었지만 머리에서부터 발끝까지 그녀에겐 우아하고 고상한 귀족의 자태가 흘러내렸기 때문이다. '옥 같은 피부에 빨려들어 갈 것만 같은 심오한 바다빛 푸른 눈동자……정교히 깎여진 듯한 섬세한 얼굴선……그녀는 정말로 ‘미인’이었다. 클래식한 저택에 걸맞기라도 하듯 그녀의 외모를 비롯한 기품과 자태는 현실의 그것과 동떨어져있는 것 같았다. 지극히도 고전적인 색채가 강하게 풍기는 여성이라 유리카는 생각했다. '“예, 맞는데요. 누구시죠?” '조금은 허스키 하게 들릴법한 그녀의 목소리가 적어도 그녀에게는 왠지 모를 신비감을 더해 주는 것 같았다. 어린아이와도 같은 순수한 미소……유리카는 그런 그녀의 용모를 마음속으로 다시 한번 감탄했다. '“전 이곳, 세리카라는 분의 주치의로 왔는데요.” '“아! 당신이 세리카의 주치의라고요?” '유리카의 대답에 그녀는 다소 의아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유리카는 아마 그녀가 보기 드문 여자 주치의를 직접 보게 되어 그런 반응을 보이는 것이리라 추측했다. '“세리카의 어머님께서 기다리고 계세요. 죠셉을 따라가세요. 그가 당신을 그분께 모셔다 드릴 겁니다.” '그녀는 친절히 유리카에게 그녀의 일을 거들던 하인, 죠셉을 소개시켰다. 조금씩 움직일 때마다 그녀에게서 풍겨오는 은은한 장미향……그것은 실로 유리카의 기분을 상쾌하게 만들어 주는 것 같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