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이 되자 서울은 2월과는 다른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하얗고 노르스름한 서울의 거리는 앙상한 가지로 추운 겨울을 지낸 나무들이 초록색 옷을 입기 시작하면서 전혀 다른 색의 거리를 보여주고 있었다. 푸른 새 옷을 입어서 기분이 좋은지 앙상한 가지는 살이 올라 원래의 위엄을 되찾으려 준비를 하고 있었다. 새 옷을 입은 건 나무들뿐만 아니었다. 3월은 대한민국의 모든 학교의 개강이 있는 날이기도 했다. 조용했던 거리는 새 교복 혹은 새 교복처럼 겨울 동안 손질되었던 교복을 입은 중, 고등학생들이 등교를 하면서 한산했던 거리는 학생들로 넘쳐났고, 그들이 모두 학교를 갈 때쯤이면 새 옷과 새 책가방을 들고 등교하는 초등학생들로 붐볐다. 나이순으로 따지면 대학생들이 가장 먼저 등교를 해야 했지만 규율속이 아닌 자율속의 학교를 다닌 대학생들은 가장 늦게 거리를 메웠다. 모든 학교가 그랬든 개강 첫 주, 첫 수업은 수업을 하지 않는 게 암묵적 약속이라도 하듯 학생들은 가볍고 들뜨고 설레는 마음들로 수업준비를 했다. 한국대학교 1학년 한 강의실이라고 다를 건 없었다. 강의실 문을 열고 들어온 교수를 텅 빈 책상에 앉아 초롱초롱한 수백 개의 눈들이 그를 따라갔다. 정작 그 눈빛을 받는 교수는 그 눈빛이 지금 이 순간만 가능할 거라는 걸 안다는 듯이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교실 뒤쪽에서부터 정아와 상훈이 앉아있는 맨 앞쪽까지 한번 훑었다. '“난 박상철 교수다. 앞으로 한 학기 동안 잘 부탁하고 잘 따라오길 바란다. 책은 지금 보이는 이 책으로 할 예정이니까 구매는 학교서점을 이용하던지 아니면 알아서 주문을 하고. 벌써부터 선배한테 받은 사람들도 있네.”'영원의 책을 꺼내놓은 상훈과 정아가 있는 곳을 힐끗 쳐다보면서 말하자 초롱초롱했던 눈빛은 순식간에 매의 눈으로 변해 책을 받은 상훈과 정아를 찾고 있었다. '“두 사람은 알고 있겠네. 내가 첫날에 리포트를 내준다는 거.”'매의 눈은 또다시 초롱초롱한 눈으로 변해 상철을 쳐다봤다. 하지만 리포트의 내용을 들은 학생들의 눈을 더 이상 초롱초롱하지 않았다. 이글이글 타오르는 눈빛으로 강의실 문을 나가는 교수의 뒷모습을 쳐다보고 있었다. 교수가 나가자 상훈과 정아는 곧바로 자신들의 사물함이 있는 곳으로 뛰어갔고 영원이 준 자료를 찾아보기 시작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