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크고 작은 돌멩이들''''《혜준》'난 몰디브의 태양을 생각하면서 까만 서울의 밤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병실 창문에 비치는 여자는 3년 전 행복에 들떠있던 새신부와는 많이 달라보였다. '홀쭉한 내 볼을 바라보다가 시선을 내려서 창에 비치는 승준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우리 둘 다 많이 말랐구나. 우리 결혼생활이 그다지 행복하지 않았던 걸까? 난 나만 힘든 줄 알았는데, 당신도 힘들었니? 승준 씨, 미안해. 내가 진작 당신 놓아줘야 했는지도 몰라. 난 당신이 너무 욕심나서……. 내가 전에 그랬잖아, 당신을 갖게 되면 놓지 못할 거 같다고. 그래서 여태까지 미뤄왔는지도 몰라. 결국 이렇게 될 줄 알았으면서도.’'지난 3년이 나에게 힘들고 아프기만 했던 건 아니었다. 아픈 시간도 승준을 보면 다 참을 수 있을 만큼 난 그를 사랑했다. 시집과의 갈등과, 계속되는 스캔들에 점점 지쳐가면서도 난 승준일 놓을 수가 없었다. '그동안의 설움이 몰려오자 눈에 눈물이 차올랐다. 의식 없이 누워있는 승준은 아픈 모습마저도 아름다웠다. 창백한 얼굴색이 그리스조각 같이 매끄러운 얼굴선을 더욱 강조해 주었고, 미세하게 찌푸려진 미간이 그의 완벽함을 망치기는커녕 오히려 인간적인 느낌을 주면서 가슴을 묵직하게 만들었다.'“으음…….”'승준이 괴로운 듯이 얼굴을 찌푸리면서 몸을 뒤척이는 바람에 덮고 있던 이불이 바닥으로 흘러내렸다. '입고 있는 환자복이 흐트러지며 옷깃 사이로 쇄골 뼈가 앙상한 모습을 드러냈다. 그의 긴 속눈썹이 여윈 볼에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었다. '한숨을 쉬며 천천히 그에게 다가가서 이불을 그의 목까지 꼼꼼히 덮어주었다. '무심코 내 손에 닿은 그의 몸이 너무 뜨거워서 손바닥으로 그의 이마를 짚어보았다. 아까 의사가 경고한 대로 열이 오르고 있는 것 같았다. '황급히 침대 옆에 위치한 벨을 누르자 잠시 후 간호사가 들어왔다. '“무슨 일이세요?”'“열이 나나 봐요. 몸이 아주 뜨거워요, 어쩌죠?”'“해열제 놔드릴게요. 환자 윗옷 벗기시고요, 미지근한 타월로 계속 닦아주세요. 너무 차가워도 안 되고요, 너무 뜨거워도 안 좋아요. 아셨죠?”'간호사는 주사를 가지러 다시 나갔다. 난 그동안 승준의 환자복 단추를 풀고 옷을 벗기려 했지만 건장한 남자의 몸인데다가 힘없이 늘어져 있어서 옷을 벗기기가 쉽지가 않았다. '어느새 간호사가 돌아와 거들어주어서 겨우 환자복 상의를 벗길 수가 있었다. 간호사가 해열제를 놓고 간 뒤, 수건에 미지근한 물을 적셔서 그의 몸을 닦아주었다. 몇 주 만에 보는 그의 벗은 몸이 많이 야윈 것 같아서 속이 상했다. '“승준 씨, 왜 이렇게 마른 거야? 당신, 정말 속상하게 왜 그래…….”'조그맣게 중얼거리며 정성스레 몸을 닦아갔다. 그의 몸에서 나는 뜨거운 열기 때문에 금세 수건이 따뜻해지자 수건을 식힐 찬물을 받으러 가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났다. '욕실 쪽으로 몸을 돌리려는 순간, 갑자기 내 손목을 꽉 잡아채는 손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