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짙은 까만색 선글라스 너머로 자신을 뚫어질 듯 바라보는 남자, 눈빛이 잘 보이지 않지만 분위기로 느껴졌다. 기분 나쁘게 웃고 있다는 걸.

‘뭐야? 왜 실내에서 선글라스를 벗지도 않아? 음흉하게 짙은 색에 감추고 쳐다보긴, 또 말은 왜 안 해? 기분 나쁘게.’

리온은 속으로 구시렁거렸다. 하지만 겉으로는 상냥한 척 친절한 미소를 지었다. 이것이 자신의 비애다. 카페를 찾는 손님이 어떻든 자신은 최대한 영업적인 미소와 친절을 잊어버리면 안 된다는 것을. 서비스 정신, 그래서 지금처럼 싫어도 웃을 수밖에 없다.

“안녕하세요. 주문하시겠어요?”

“…….”

자신의 말에 대답은커녕 썩은 미소를 지으며 실내를 두리번거리는 남자, 아니 리온의 눈에는 그렇게 보였다. 일명 썩소, 마치 꼭 자신을 비웃기라도 하는 것처럼 뚫어지게 바라보는 눈빛, 까만 알에 가려져 명확하지 않지만 느낌이 생생하게 전달되었다.

지금 리온의 심리적 상태 때문일까, 예민할 대로 예민해 있는 자신한테 하필 이런 손님이라니, 피할 수 있으면 피하고 싶은 손님이다.

‘그래, 이럴 땐 조심하는 게 상책이야. 괜히 건들지 말자.’

그렇게 기다릴 때는 오지도 않던 손님, 아니 가끔씩 오는 진상들. 차 한 잔 시키고 몇 시간씩 수다 떨다 나가는 아줌마들, 아님 괜히 일한다고 노트북 켜놓고 앉아 커피 한잔에 사무실처럼 사용하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 중에 오늘처럼 이렇게 노골적으로 쳐다보는 손님은 없었다. 뭘 탐색하는 것도 아니고 그저 기분 나쁜 손님 같은 마음에 투정어린 마음이 자꾸 비집고 나왔다.

처음부터 눈에 띄는 차림새로, 아니 별로 오지 않는 손님으로 ‘딸랑’ 하는 소리가 너무 반갑게 울려서 기분이 좋았는데……. 이 앞의 남자는 자신의 기분을 모르는 듯, 썩소를 날리며 대답조차 안 한다.

백수 아님 날라리? 하얀 면바지에 흰색 폴로셔츠, 다행이 신발은 베이지색 슬립온을 신었다. 키도 남들 클 때 얼마나 열심히 컸는지 리온이 한참을 올려다봐야 했고, 옷에 가려져있는 근육질의 탄탄한 몸. 소위 말하는 겉모습은 그럴 싸 해 보이는 남자.

‘정신 병원에서 나왔어? 뭘 저렇게 흰색으로 도배를 했어. 그나마 신발은 흰색이 아니어서 다행이지. 쯔쯔, 젊은 남자가……. 흠흠, 뭐 근데 옷이 날개라고 좀 잘 어울리네. 그 까만 안경 좀 벗으면 안 될까요, 손님? 얼굴도 확인하고 싶네요.’

중얼거린 속마음처럼 얼굴이 보고 싶었다. 리온은 입술을 꽉 물었다가 다시 차분히 미소 지으며 한자 한자 끊어서 물었다.

“손. 님. 주. 문. 하. 시. 겠. 어. 요?”

“그런, 미소를 지으며 주문하겠냐고 물으면 주문하려던 마음도 달아 날 것 같은데.”

“…….”

당황한 리온이 뜨악한 표정으로 앞의 까만 선글라스의 남자를 쳐다보았다.

‘뭐래? 우씨, 뭔 저런 인간이……. 이리온, 이성 있는 내가 참자. 내 앞의 이, 건방지고 싸가지를 밥 말아 드신 손님도 손님이다. 손님, 돈을 지불할 손님.’

마음속으로 참을 인자를 여러 번 읊은 리온은 애써 침착한 목소리로, 최대한 아주 최대한 상냥하고 예쁜 미소 지었다.

“오해하시는 거예요, 손님. 전 가식적인 미소는 짓지 않아요. 저희 카페를 찾아주시는 손님께 어떻게 그런, 말도 안 됩니다. 하하하, 그럼 손님 주문하시겠어요?”

또랑또랑, 나긋나긋, 자신이 생각해도 가식적이고 치욕적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걸 따질 때가 아니었다.

“가식이라, 난 그렇게 보이는데? 지금도 속으로 욕하지 않았어요?”

“…….”

리온은 뜨끔했다. 눈치도 빠른 남자, 아니 손님. 머리에 김이 모락모락, 열이 오를 것 같았다. 능글능글 까만 알속에 진실을 보여주지 않으면서 자신보고 가식이라고 하는 남자가 얄미워서, 또 들켜 버린 당황함에 말을 잇지 못한 건 사실이다.

‘뭐, 저런 무례한 손님을 봤나. 확 손님만 아니면……. 참자. 돈을 생각하자. 지금 내가 이런 손님 저런 손님 가릴 처지가 아니라고. 이리온, 제발 정신 좀 차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