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 막 ●''''‘상상’이라는 탑이 세워진 가운데 무엇이든 혼재하는 세계가 존재했다. 그 미명 아래 인간세계의 영역에서 벗어난 차원이 다른 생물, 흔히 요괴라 불리는 마물(魔物)까지 혼재하는 그런 세계가 존재하고 있었다. 마물의 종은 마치 동물의 그것처럼 그 형태와 번식 면에 있어 정형화 되지 않고 다양했다. 괴수의 형태로 사람과 완전히 구별되어 퇴마사들에게 쉬이 사냥을 당하는 마물이 있는가 하면, 본모습을 숨기고 사람의 형태로 인간세계에 파고들어 부지불식중에 위협을 가하는 더욱 무서운 존재들이 사방에 도사리고 있었다. ''평범한 사람들은 물론 퇴마사들까지 혀를 내두르며 골치 아파 하는 대표적인 마물 중 하나가 바로 사귀(蛇鬼). 반인반사(半人半蛇)의 본모습을 지닌 그들은 인간을 유혹하고 죽음의 수렁으로 이끄는 치명적인 마물로, 인간을 쉽게 먹어치우는 잔인성은 물론 하반신이 커다랗고 흉측한 뱀의 형태이기에 인간들에겐 더없이 역겹고도 두려운 존재로 자리매김하였다. 하지만 그것은 그들이 오직 전신(全身)과 본성을 드러낼 때에만 해당되는 반쪽 진실에 불과했다. 그들을 상대할 때 정말로 두려워하고 경계해야 할 것은 그 어느 인간에게서도 찾아 볼 수 없는 독보적인 아름다움……. 인간 형태의 상반신과 인간의 다리로 변하기까지 하는 그들의 모습은 이 세상 것이 절대 될 수 없는, 그만큼 존재하지 않아야 마땅할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기에, 그 미로 둔갑한 마의 덫에 걸려들지 않는 사람은 퇴마사들 중에서도 손에 꼽을 정도였다. ''아이러니하게도 사귀들은 인간이 되기 위해 인간을 무참히 살육했다. 정확히 말하면, 인간이 되기 위해 300명이란 인간의 심장을 갉아 먹지 않으면 안 되었던 것이다. 인간이 되기 위한 그들에게 나름대로 또 다른 선택이란 것이 존재하긴 했지만, 그 선택의 기로에서 백이면 백이라 할 만큼 무수한 사귀들이 한 가지 길, 즉 인간을 살상하는 길을 고수했다. 그만큼 그들의 세대가 반복되면 반복될수록 인간 살상이 아닌 또 다른 길은 도저히 생각조차 할 수 없는 힘겹고도 어려운 길로 그들의 내면에 뿌리 깊게, 오랜 세월에 걸쳐 굳어진 것이다. ''그들이 도저히 손에 넣을 수 없다고 단정 짓고 포기한 것은 아무리 세월이 지날지라도 인류에게 가장 숭고하다고 여겨질 수밖에 없는 감정, 사랑……. 인간으로부터 보이는 심장이 아닌 보이지 않는 심장을 300일 내에 받을 수 있을 때, 그리고 그 열매로 생명을 잉태하게 될 때, 그때야 비로소 그들은 인간이 될 수 있었다. 하지만 여기엔 결정적인 전제가 있었으니, 이 모든 것은 세상에 존재할 수 없는 아름다운 인간으로 변한 모습이 아닌 그들의 본모습을 알고 있는 인간이 그들에게 마음을 줄 때 가능한 것이었다. 세상 그 어느 인간이 흉측한 그들의 하반신을 보고도 사랑이란 걸 감내할 수 있단 말인가? 아니 사랑은커녕, 극도의 혐오로 그들을 살생하지 않으면 다행이었다. '따라서 그들은 오래 전에 이를 포기했다. 그만큼 지나간 세월동안 그들의 참모습을 보고 그들을 사랑해 줄 수 있는 인간은 아무도 없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단지 그들의 선조 중 누군가가 인간의 사랑을 받아 인간이 되었더라는 얘기가 전설처럼 나돌 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