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백이면 될까? 부족할까?”

“아닙니다. 그렇지 않습니다!”

“뭘 그렇게 놀라? 후후!”

“아, 죄송합니다. 너무 큰돈이라.”

“크긴. 그럼 날짜 잡을까?”

탈북하면서 아버지가 죽고, 간신히 남동생과 월남한 목란.

남한에서의 생활은 어렵기만하고, 동생이 큰 사고까지 치는 바람에

돈이 필요한 목란은 매매혼 자리까지 나가게 된다.

17살 나이차에 애까지 딸린 남자와 돈을 미끼로 한 결혼.

“어떻게 이럴 수가 있어! 어떻게 그렇게 사라지고서 3년 동안 연락 한 번을 안 줘!”

“미안해요.”

“이게 미안하다고 되는 일이야? 할머니가 당신을 얼마나 보고 싶어 하시는데!”

목란의 딱한 사실을 알고 목란을 돕기 위해 위장 결혼을 선택한 한준

하지만 한준의 첫사랑이 등장하자 목란은 종적을 감추고,

한준은 일 때문에 방문한 경주에서 3년 만에 목란과 마주치게 되는데……

<본문 내용 중에서>

“하나도 달라지지 않았네요.”

목란이 홀연히 종적을 감추고, 연락을 끊고, 친 할머니로 여기는 왕 사장의 생일에 가지 못한 이유가 모두 저건만 그 이유를 그때도, 지금도 알지 못하는 한준은 콧등을 있는 대로 찌푸렸다.

“사람 변하면 죽는다잖아. 내가 죽었으면 좋겠어?”

“아뇨.”

“여기 살아? 자전거 타고 나온 거 보면 근처겠지. 아니라고 하지 마. 이 동네 다 뒤지는 수가 있어.”

“예.”

“젠장! 그런데 왜 한 번도 못 봤지? 나 여기 2년은 넘게 다녔단 말이야. 저거, 저거 다 내가 지었다고.”

목란은 손가락으로 제가 지은 한옥들을 가리키는 한준에게 양해를 구했다.

“미안한데 제가 좀 바빠요.”

“뭐?”

한준이 턱을 빼는 것은 무리가 아니었다. 제가 아는 자신의 아내 목란은 저를 밀쳐 내는 법도 거절하는 법도 모르는 여자였다. 그런데 3년 만에 다시 만난 그녀는 저에게 바쁘다는 핑계로 꺼지라고 말하고 있었다. 3년 만에 만났는데 말이다.

“어디 가는데?”

“애가 올 거예요.”

“애?”

한준의 심장이 발바닥 밑으로 떨어졌다.

‘아이!’

목란만 아니면 당장 제 주먹으로 머리통을 후려치고 싶은 심정이었다. 아름답고 상냥한 목란이 지금껏 혼자 살 리가 없고 결혼을 했다면 당연히 아이도 있을 것이다.

‘혹시!’

결혼기간이 끝나자마자 종적을 감췄던 것이 아이 아버지 때문이 아닐까 생각하던 한준의 뇌리를 스치는 의문이 있었다.

“애가 어디서 오는데?”

“유치원이요.”

밑바닥으로 떨어졌던 한준의 심장이 재빨리 제 자리로 돌아왔다.

‘그럼 그렇지.’

저와 헤어진 지 3년. 그러니 바로 엄마가 됐다고 해도 겨우 3살인 아이가 유치원을 다닐 리가 없지 않나?

<프로필>

최은경

평범하디 평범한 사람.

재미있는 사람. 그리고 잘 웃는 사람.

자판 치느라 지문이 벗겨진 사람.

밤이 낮같은 야행성이 강한 묘한 사람.

늘 기도하는 사람, 최은경 프리실라.

출간작 : <내겐 너무 힘든 그녀>, <무휘의 비>, <다정다감>, <현주효영>, <3%의 사랑>, <포춘쿠키>, <섬라곡국 이야기>, <청실홍실>, <파란만장 미스 왕>, <애흔>, <디스코>, <마이 레이디>, <메모라이즈>, <여우보다 늑대>, <향몽>, <팔미에>, <화월>, <눈물아 멈춰줘>, <리틀 닥터>, <취중담화>, <1965, 서울>, <아로하>, <격애>, <애담>, <샤이닝 스타>, <블루 하와이>, <홀드 미>, <청춘무곡>, <문란뎐>, <신부>, <포춘쿠키(개정판)>, <북풍>,

<목차>

-1권-

1. 우린 그렇게 다시 만났다

2. 겨울 목란

3. 이미 남

4. 저라도 괜찮으시겠습니까?

5. 당신이 함박꽃이라고?

6. 귀휴

7. 애인공고

8. 당신과 달빛 밟기

9. 바보. 김목란, 당신

10. 우린 왜 헤어졌을까?

11. 밀회

12. 첫 눈이 내리다

-2권-

13. 부부

14. 삼계탕끼리

15. 아버…… 지……

16. 사랑하고 고맙고, 고맙고 사랑하고

17. 말하지 못한 비밀

18. 마중

19. 실종

20. 내 아내의 다른 이름

21. 발각

22. 우리 이혼해요

23. 환영해, 목란 씨

에필로그

-합본-

1. 우린 그렇게 다시 만났다

2. 겨울 목란

3. 이미 남

4. 저라도 괜찮으시겠습니까?

5. 당신이 함박꽃이라고?

6. 귀휴

7. 애인공고

8. 당신과 달빛 밟기

9. 바보. 김목란, 당신

10. 우린 왜 헤어졌을까?

11. 밀회

12. 첫 눈이 내리다.

13. 부부

14. 삼계탕끼리

15. 아버…… 지……

16. 사랑하고 고맙고, 고맙고 사랑하고

17. 말하지 못한 비밀

18. 마중

19. 실종

20. 내 아내의 다른 이름

21. 발각

22. 우리 이혼해요

23. 환영해, 목란 씨

에필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