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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너에게 미련 따윈 없어.

돈밖에 모르는 아버지와 자신을 투명인간 취급하는 새어머니로 인해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낸 해수. 상처뿐인 마음을 숨기고자 방탕한 생활을 하던 그녀는 아버지의 강요로 서현 그룹의 후계자 신우와 정략결혼을 하게 된다. 하지만 사랑은커녕 호감조차 없었던 그와의 결혼 생활은 불행하기만 했고, 시간이 흘러도 변함없이 차갑기만 한 신우의 태도는 그녀를 점점 지치게 만들었다. 하여 그에게서 벗어나기로 마음먹은 해수는 그가 자신을 쉽게 놓아주지 않자 일부러 사고를 일으키기 시작하는데….

▶잠깐 맛보기

“당신이 뭔데!”

“당신 남편.”

처음부터 그랬던 것처럼, 조금도 흐트러짐 없는 신우의 대답에 해수는 순간적으로 말문이 막혔다. 그녀는 그를 남편으로 받아들이기 위해 어떤 일들을 겪어야 했는지, 부모님으로부터 어떤 멸시를 받아야 했는지, 그리고 그를 남편으로 받아들인 후 그녀의 삶이 얼마나 황폐해졌는지 그런 것 따윈 모른다는 얼굴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박신우를 증오했다.

“하……, 남편? 하하.”

해수는 허공을 향해 웃음을 터트렸다.

“고마워. 오랜만에 웃을 수 있게 해 줘서 너무 고마워.”

개그의 한 장면을 본 듯 배를 움켜쥔 채 그를 향해 손을 흔든 그녀가 뒤돌아 비틀거리며 걸어갔다.

“하하, 남편……, 남편. 그게 뭐야…….”

신우는 그녀가 걸어가는 모습을 안타까운 눈빛으로 지켜봤다. 높은 하이힐을 신은 채 인도 위를 걷고 있는 가냘픈 다리가 무척이나 위태로워 보였다. 마치 그녀의 불안한 감정처럼 말이다.

“당신이 부정한다 해도 할 수 없어, 이해수. 난 네 남편이고, 그걸 포기할 마음 따윈 처음부터 없었어.”

▶목차

프롤로그

1장. 시간의 경계

2장. 거짓의 끝

3장. 회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