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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작품 소개

“이런 말 하면 내가 미친 사람처럼 보이겠지만,

이설 씨만 보면 내 머릿속에서 뭔가 막 떠돌아다녀요.

내가 제어를 할 수 없을 정도로 멜로디가 나오고

뭔가 영감이 떠올라요.”

유원이 이설을 처음 봤을 때,

그 거리에 오직 그녀만이 존재하는 듯 찬란하게 빛이 났다.

그날, 그녀는 그의 뮤즈가 되었다.

“나랑 함께해요.”

이설이라는 새하얀 눈이 그의 붉은 심장에 내려앉는다.

이설은 언제나 제 눈을 빤히 쳐다보는 유원이,

저를 보면 영감이 마구 떠올라서 너무 좋다고 말하는 그가,

좀 더 알고 싶어진다.

그의 태양 같은 미소는 정말이지…… 치명적이었으니까.

“키스……해도 돼요?”

유원이라는 빛나는 별이 그녀의 붉은 심장에 내려앉는다.

2. 작가 소개

반트

심장이 쫄깃쫄깃, 심장이 두근두근! 가슴이 따뜻해지는 글을 쓰고 싶습니다.

▣ 출간작

계약연장 아내

3. 차례

#에필로그

4. 미리 보기

“어.”

이설은 유원을 보는 순간 할 말을 잃어버렸다. 그건 유원도 마찬가지였다. 수수하게 입는 그녀와 너무 대조되는 건 아닐까 걱정했는데 괜한 걱정을 했다.

“설이 씨.”

먼저 정신이 든 유원이 활짝 웃었다.

“와. 오늘 진짜 예쁘네요. 예뻐요.”

미리 콘셉트를 정한 양 두 사람은 커플룩이었다. 그의 옷보다보다 채도가 조금 더 진한 푸른색의 스트라이프 원피스와 머리를 옆으로 넘겨 진주핀을 꽂은 이설은 인형 같았다. 길게 있거나 하나로 질끈 묶고 있을 땐 몰랐는데, 둥글고 반듯한 이마와 옆으로 넘긴 스타일이 그녀에게서 고전적인 분위기를 풍기게 했다.

이설은 숨이 막힐 정도로 탄성을 지르게 만드는 그의 멋진 모습에 홀딱 반해버렸다. 매번 그를 볼 때마다 반하는 거 같다. 평소처럼 입지 않아서 정말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랬다면 정말 쥐구멍이라도 파고 들어가버렸을지도 몰랐다.

“나 여기 계속 서 있어요?”

“아, 미안해요.”

이설이 문 옆으로 비켜서자 유원은 안으로 들어왔다. 안으로 들어서는 그를 올려다보며 이설은 그의 완벽한 피지컬에 탄성을 지를 뻔했다. 옷과 완벽한 세트를 이루는 페도라를 쓴 유원은 정말 기막히게 멋있었다.

혹, 화보를 찍다가 바로 온 건 아닐까. 아닌데. 생방 끝나고 온 건데.

“설이 씨?”

유원이 현관에서 들어올 생각을 하지 않고 그를 보고 있는 그녀를 불렀다.

“네. 들어가요.”

유원의 큰 키가 오늘따라 더 크게 느껴졌다. 멋지게 차려입은 그가 그녀의 작은 방에 있으니 뭔가 조화롭지 못했다. 의자에 앉아 그녀를 바라보는 그의 모습은 그냥 살아 있는 화보였다.

“오늘 설이 씨 좀 이상해요.”

“아…….”

역시 이상하구나. 너무 꾸몄나 봐.

이설이 손가락으로 옷장을 가리켰다.

“아무래도 갈아입어야겠죠?”

“왜요?”

“이상하다면서요.”

“아, 그런 뜻으로 한 거 아니에요.”

그녀가 거리를 둔 채 더 가까이 오지 않자 유원은 일어나 그녀에게 걸어갔다. 손을 뻗어 그녀의 양 어깨를 잡으며 상체를 숙여 그녀의 얼굴을 들여다봤다.

“이렇게 깜찍하고 예쁜데 왜 옷을 갈아입어요. 이뻐 죽겠는데요.”

이설은 입술을 ‘앙’ 다물며 고개를 숙였다. 분명 얼굴이 또 발갛게 변했을 거다. 이 남자한테 적응하는 건 아무래도 힘들 것 같다. 화면을 통해서 봐도 멋져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는데 그녀를 자연스럽게 대하고 예쁘다 말하니 심장이 남아나질 않는다.

게다가 입술이 제 위치에 있을 생각을 하지 않는다. 틈만 나면 옆으로 늘어질 생각을 하고 눈은 그의 얼굴과 몸에서 떨어지지 못하고 있었다.

“태영 씨도 오늘 멋있어요. 늘 멋있지만.”

“그럼 성공했네요. 오늘은 좀 더 멋있어 보이고 싶었거든요.”

“태영 씨는 항상 멋있었어요.”

“정말요?”

멋있다, 잘생겼다는 말은 그가 매일 듣는 이야기다. 만나는 사람마다 그에게, 맥시멈 멤버들에게 하는 말이다. 일상처럼 듣던 말이 이상하게 그녀를 통해 듣게 되니 묘하게 마음이 설렜다.

손을 내려 이설의 허리 뒤로 손깍지를 끼며 유원이 고개를 비스듬히 해 그녀를 내려다봤다.

“엉망인 모습도 봤을 텐데.”

“엉망이요? 설마, 편의점 왔을 때 말하는 거예요?”

“네.”

그와 눈을 마주하며 눈을 반짝반짝 빛내면서 이야기하는 그녀가 너무, 너무 사랑스러웠다. 그를 담고 있는 큰 눈도, 홍조 띤 얼굴로 부지런히 그의 질문에 답하는 그녀의 붉은 입술도 사랑스러워 미치겠다.

“땀에 흠뻑 젖은 머리카락이…… 내 눈엔 멋있어 보이던데. 아닌가?”

“땀 냄새는 안 났어요?”

“그런 거 모르겠던데요?”

그녀의 부드럽고 붉은 입술에 시선을 두며 유원이 기분 좋은 미소를 지었다. 그녀와 이렇게 있으니 기분이 다른 쪽으로 변하고 있었다. 분명 오늘은 신사적으로, 매너 있게 이야기하며 시간을 보내고 싶었다. 그런데 그의 몸이 자꾸만 이상한 방향으로 변하려고 한다. 허리를 받치고 있던 손을 치우며 유원이 허리를 폈다. 뭔가 다른 방향이 필요했다.

“내 모자 써볼래요?”

유원이 페도라를 그녀의 머리에 사뿐히 올렸다.

“와, 나보다 더 잘 어울리잖아요.”

유원이 벽에 걸린 작은 거울 앞으로 그녀를 데려갔다.

“옷이랑도 잘 어울리고.”

그의 모자를 쓴 이설은 모델을 해도 될 것 같았다.

“설이 씨. 혹시, 길거리 캐스팅 받아본 적 없어요?”

“네? 요즘은 그런 거 없이 오디션으로 많이 뽑지 않아요?”

“그렇긴 한데. 그래도 숨어 있는 인재를 찾으려면 발품을 팔아야 해요. 우리 학교에도 사람들이 나간다고 들었는데.”

“아, 아뇨. 전 그런 적 없어요. 세상에 예쁜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데요. 잘 꾸미고, 키도 크고. 키 큰 게 제일 부러워요.”

“왜요? 설이 씨가 얼마나 예쁜 킨데 그래요?”

“치이.”

그녀가 모자를 벗어 다시 그에게 주자 유원이 그녀의 손에서 모자를 뺏어 머리에 씌웠다.

“이 모자, 설이 씨한테 더 잘 어울리니까 설이 씨가 해요. 내 선물.”

“아니에요. 이런 거 못 받아요.”

그녀의 거절에 유원이 뾰로통한 표정을 지었다.

“왜요? 내가 쓰던 거라서 그래요?”

그의 상처받은 표정을 보자 이설은 알겠다고 했다.

“고마워요. 이거 분명 비싼 걸 텐데. 아끼는 모자 아니에요?”

“아끼는 거 맞아요.”

“거봐요.”

유원이 이설의 오뚝한 코를 손가락으로 톡톡 건드렸다.

“그러니까 주는 거예요. 아끼는 물건 잘 있는지 매일 확인할 거예요.”

농담으로 한 말이라는 걸 알면서도 이설은 괜히 그가 한 말에 의미를 담게 된다. 잘 있는지 매일 확인할 거라니. 자기가 무슨 말을 하는지, 그게 상대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가는지 알고 말하는 건가? 아니면 그냥 하는 말?

유원이 그녀의 뺨에 부드럽게 입맞춤하고는 그녀의 손을 잡았다.

“우리 잠깐 나갔다 와요.”

“어딜요? 이 시간에요?”

“커플룩 입었는데. 자랑하러 가야죠.”

“자……랑이요?”

“나가요.”

유원이 그녀의 손을 이끌어 밖으로 나갔다. 차 문을 열고 그녀가 타는 걸 도왔다. 밖으로 살짝 나온 원피스 자락을 안으로 챙겨 넣고는 문을 닫았다.

“일단 드라이브부터? 야경 좋아해요?”

“네.”

“오케이. 그럼 출발합니다!”

유원이 차를 출발시키자 이설은 기분이 무척 좋아 보이는 그를 쳐다봤다. 조각칼로 멋지게 작품을 만들어도 이 남자처럼 멋있는 작품을 만들어내기는 힘들 것이다. 늦은 밤 그녀 앞에 나타난 그는 그 존재만으로도 빛이 났다.

올림픽대로에 진입하자 유원이 조금 더 속도를 내 도로를 달렸다. 운전하는 그의 얼굴에서 시선을 떼지 못하는 이설의 입술은 휘어져 내려올 생각을 하지 않았다.

“좋아요?”

“네. 좋아요.”

“나도 좋아요.”

유원이 고개를 돌려 그녀와 같이 웃자 이설의 큰 눈이 초승달처럼 휘어졌다. 도로를 따라 그와 함께 달리고 있으니 행복했다. 고층 빌딩 곳곳에 불이 켜져 있었다. 아파트 옥상의 외등 역시 야경에 한몫했다. 다리를 밝히는 조명도 개성 있어서 야경이 단조롭지 않았다.

행주대교까지 간 유원이 이설을 돌아봤다.

“설이 씨 피곤해요?”

“아뇨. 괜찮아요. 왜요?”

“돌아가는 길에 편의점이나 커피숍에 잠시 들를래요?”

“좋아요.”

“오케이.”

유원이 다시 집 쪽으로 차를 돌렸다. 거꾸로 내려오면서 유원은 고수부지 주차장으로 향했다.

“낮은 덥고, 그늘은 시원하고. 저녁 되니까 바람 부네요.”

“그러게요.”

뒷좌석으로 손을 뻗은 유원이 남색 카디건을 그녀에게 건넸다.

“혹시 모르니까 걸쳐요. 괜히 나 때문에 감기 걸리는 거 싫어요.”

“괜찮아요.”

“설이 씨는 왜 무조건 다 괜찮다고 해요? 이럴 땐 고마워요, 해야죠.”

“고마워요.”

“아니면 이것도 마음에 드는데 달라고 해요.”

유원의 이상한 논리에 이설이 피식 웃었다.

“그런 게 어딨어요.”

“내가 아무한테 막 주는 사람 같아 보여요? 아닌데. 하지만 설이 씨가 달라고 하면 뭐든 줄 수 있을 것 같아요.”

유원의 표정이 진지한 걸 본 이설이 말을 돌렸다.

“내릴 거죠?”

“잠시만 앉아 있어요.”

유원이 차에서 내려 그녀 쪽으로 걸어왔다. 문을 열고 그녀가 내리길 기다렸다. 그녀의 손에서 카디건을 받아 어깨에 걸쳐주었다.

“됐다. 가요.”

이설은 움직이지 않고 잠시 그를 쳐다봤다.

“태영 씨도 이상해요.”

“뭐가요?”

“연예인들 데이트할 때 보통은 차 안에서 시간 많이 보낸다고 하던데. 태영 씨는 안 그런 거 같아요.”

“난 신경 안 써요. 내가 좋아하는 사람 만나는데 다른 사람들 시선 의식해야 하는 이유도 잘 모르겠고요.”

“태영 씨는 혼자가 아니잖아요. 맥시멈의 리더예요. 멤버 생각은 안 해요?”

“해요. 해야만 하고.”

그의 목소리가 조금 딱딱하게 굳자 이설은 더 말하지 않았다. 그녀가 관여할 일이 아니다. 그녀보다 연예계 생리는 그가 훨씬 더 잘 알고 있다.

“설이 씨가 무슨 걱정을 하는지 알겠는데, 지난번에도 내가 말했잖아요. 숨어서 하는 연애는 하고 싶지 않아요. 그래요. 내가 유명인이라서 나 때문에 피해 보는 사람은 설이 씨가 되겠죠. 그러면 내가 더…… 조심해야 하는데. 그걸 아는데.”

답답한지 그녀에게 등을 돌려 걸어가는 그의 뒤를 따라가야 할지 혼자 둬야 할지 모르겠다. 몇 걸음 걸어가던 유원이 다시 돌아왔다.

“오늘은 그만 가요. 시간도 늦었고. 커피 한잔 마시려고 왔는데. 아닌 것 같아요.”

“그래요.”

이설은 미안한 눈으로 그를 바라보며 입술을 깨물었다. 지난번에 이어 이번에도 그녀가 분위기를 깼다. 그가 걱정돼서 하는 말이었다. 그가 가수로 복귀한 지 몇 개월 지나지 않았다.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앞을 향해 달려갈 그에게 방해가 되고 싶지 않았다. 그가 잘되면 좋겠다.

차에 타고 집에 도착할 때까지 그가 한마디도 하지 않자 차 안은 고요한 적막만 흘렀다. 미안하다는 말조차 그의 심각한 분위기에 꺼내지도 못했다.

그녀의 집 앞에 차를 세운 유원이 그제야 그녀를 돌아봤다.

“다음 수업이 화요일이라고 들었어요. 조정됐다고.”

“네.”

“JJ랑 둘이 해야 할 거 같아요.”

“아…….”

“그날 오전에 일이 좀 있어요. 알아볼 게 있어서 누굴 좀 만나야 하거든요.”

“네. 알았어요.”

차에서 내리다 말고 이설이 그를 쳐다봤다.

“오늘이 마지막 방송이었는데. 얼마나 쉬어요?”

“일주일 정도 개인 시간 주어졌어요.”

“얼마 안 주네요.”

“그 정도면 많이 준 거죠. 거의 이삼일 주는데.”

“아…….”

“들어가봐요.”

“네.”

이설이 카디건을 벗으려고 하자 유원이 그녀의 손을 잡았다.

“준 선물을 누가 다시 줘요?”

“네?”

“내가 설이 씨 알아들으라고 직접 말하면 부끄러워하거나 반항하고, 좀 돌려서 말하면 내 말 못 알아듣고.”

유원이 어깨로 내려온 카디건을 다시 올려주었다.

“어서 들어가 자요.”

“조심히 가요.”

그녀가 건물 안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보며 유원은 낮게 한숨을 내쉬었다. 기분 좋게 시작한 데이트가 엉망으로 끝났다. 묘하게 뭐가 자꾸 어긋나는 느낌에 유원의 미간에 주름이 졌다. 그를 생각하는 그녀의 마음을 모르지 않는다. 하지만 그가 괜찮다고 하는데도 그녀가 거리를 두려고 하는 것 같아 기분이 급격히 나빠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