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보기를 돌같이 하는 얼음공주 서겨울
첫인상 차갑고, 입 다물고 있으면 한 도도 하지만
실상은 여리고 정 많은 그녀.
‘가늘고 길게’를 모토로 착실하게 회사생활을 하는 그녀에게
난데없는 날벼락이 떨어졌다.
회장의 망나니 둘째 아들 유진하의 비서가 되라는 것!
바람둥이에 스캔들 메이커로 소문난 유진하
그러나 실상은 속을 알 수 없는 남자다.
신선처럼 유유자적하고픈 그가 억지로 끌려와 앉은 자리에는
아버지가 특별히 뽑은 비서 서겨울이 있었다.
세상 모든 여자와 연애는 해도 비서만은 싫다는 그가
다른 이도 아닌 서겨울에게 끌리기 시작한다.
“연애합시다.”
“예?”
“염문 말고 진짜로 연애하자고요. 그것도 안 됩니까?”
소문과는 달라도 너무 다르게 매력적이고 진중한 유진하.
그가 서겨울에게 오로지 직진을 선언했다.
흔들리는 마음을 어쩌지 못해 달아나려는 그녀를 붙잡는 한마디
“거기 서 겨울”
-본문 중에서-
발목이 아파서 겨울은 구두를 내려다봤다. 검정색의 세련된 스틸레토 힐이 반짝이고 있었다. 오피스텔에서 나올 때는 마음에 들었는데 지금은 저와 과하게 어울리지 않는 명품 힐이 다시 낯설었다. 마치 연회장에서 그들 사이에 끼지 못하는 자신의 모습처럼 보였다.
겨울은 애꿎은 스틸레토 힐을 노려봤다.
‘네가 그렇게 잘났어?’
누구에게 하는 말인지도 모르게 속으로 중얼대며 눈을 맞으면서 걸었다.
사랑을 너무 쉽게 생각했다. 그가 날 좋아하니까, 나도 그가 좋아졌으니까 다른 문제쯤은 별거 아니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유진하와 사랑을 하는 것은 참 많이 별 거라는 걸 깨달았다.
아직은 괜찮다. 그래 아직은 돌아갈 수 있다. 아직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겨울은 스스로 위안하면서 걸었다.
“거기 서, 겨울!”
겨울이 흠칫 놀라 섰다. 그러나 돌아보지는 않았다. 그가 어떤 표정으로 보고 있을지 알기에 돌아보고 싶지 않았다. 흔들리고 싶지 않았다.
겨울은 그의 말을 무시하고 다시 발걸음을 떼었다. 그러나 얼마 가지 못해 거센 힘에 의해 그대로 뒤로 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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