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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그리 멀지 않은 옛날에 조선이라는 왕국이 있었답니다. 그 왕국의 궁전인 창덕궁에는 아름답고 총명한 소명 공주가 살았지요. 그러던 어느 날, 소명 공주는 계모인 왕비의 비밀을 알게 되었어요. 그러자 못된 왕비는 군사들을 시켜 비밀리에 소명 공주를 살해하라고 명령을 내렸습니다. 하지만 왕비의 명을 받은 군사들의 대장은 공주를 차마 죽일 수가 없었답니다. 공주를 살려주는 대신 왕비가 모르는 곳으로 가서 돌아오지 말라고 했지요.
살아난 공주는 산적들과 한동안 살았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위험에 처한 공주는 우연히 한 남자를 만나 사랑에 빠지고 말았지요. 그래서 그녀는 그의 집 종이 되었습니다. 영원히 그와 함께 있기 위해서 말이지요.

너는 잎이 되어라. 나는 물이 되어 너를 기다리리라.

“어떤가? 내 그대를 하나밖에 없는 누이와 짝지어 주려 하는데.”
임금의 천연덕스러운 제안에 헌은 대답하지 않았다. 아니, 할 수 없었다.
“어허, 감히 내 명을 거역할 텐가?”
“전하! 신을 죽여주시옵소서.”
“좋다. 죽일 때 죽이더라고 그리 싫은 이유나 들어보세.”
겨우 노기를 누그러뜨린 채 임금이 헌을 향해 물었다.
“소신은 이미 혼인을 약조한 이가 있습니다.”
헌은 방울이를 생각하며 단호하게 외쳤다.
“이 내관! 가서 공주를 데려오라.”
임금의 노기에 헌은 아찔하기만 했다.
“이제 그대의 목숨은 공주의 손에 달렸다.”
심기가 좋지 않은 임금이 헌을 노려보며 말했다.
“전하, 공주마마 드시옵니다.”
문이 열리며 사뿐사뿐 걸어오는 공주의 발소리가 들렸다. 헌은 그녀의 치맛자락만 노려보며 한숨을 쉬었다.
“소명아, 네가 원하던 사내가 저기 있다. 그런데 저 자가 너와 혼인을 하지 않겠다는구나. 죽여 달라고 하는데 네 생각은 어떠하냐?”
“전하, 고개를 들게 하십시오.”
“죄인은 고개를 들고 공주를 보라. 이래도 싫다 하겠는가?”
헌은 임금의 명에 하는 수 없이 고개를 들고 공주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대로 숨이 멎어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