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을 다주어도 부족해서
자꾸만 돌아보게 만드는 그런 사랑이 있었습니다.
늘 고독한 그림자를 만들고 걷는 남자 강 주호.

그런 그가 너무나 외로워 보여서
내가 곁에 있어주어야만 했던 사람, 그런 사람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모든 것을 주어도 그는 지금 제 곁에 없습니다.
목구멍이 타들어가도록 그의 이름을 불러 보아도 그는 제 곁에 없습니다.
미워하고 미워해도 사랑하는 마음을 멈출 수 없게 만드는 그 사람이 너무나 그립습니다.


차갑게 내쳐도 돌아보지 않겠다고 소리쳐도
같은 곳에 서 있던 그런 사랑이 있었습니다.
늘 따뜻한 미소와 아름다운 목소리로 사랑을 말해주는 여자 이윤서.

그런 그녀가 나로 인해 상처받길 바라지 않았기에
밀어내야만 했던 사람, 그런 사람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모든 것을 주어도 찾을 수 없는 사랑이 되었습니다.
너무나 그리워 손을 내밀어 보아도 그녀의 모습을 기억할 수 없습니다.
그리워하고 그리워해도 사랑하던 사람을 찾을 수 없는 제 자신이 너무나 밉습니다.



<발췌글>

“기억이 돌아왔다는 것을 내게……말하지 않을 생각이었던 거지?”
“…….”
그의 눈빛이 이미 그런 사실들을 확인해주고 있었다.
“그냥 이대로 보내려 했던 건데……그렇지?”
"그래."
주호의 쓰디쓴 음성은 차가운 바람과 함께 그녀의 옷깃사이로 스며들고 있었다. 그 둘의 끝나버린 사랑처럼 이 겨울 역시 이렇게 사라져갈 테지만 겨울이 남기고 갈 시련은 너무나 크게 그녀의 가슴 안에 남게 될 것이다.
하지만 그를 원망할 수도 없는 상황을 만든 것은 누구도 아닌 자신이었고 이미 둘의 사랑이 끝나 버렸다는 것 또한 인정하지 못한 것 역시 자신이었기에 윤서는 차마 고개를 들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나 주호의 음성이 윤서의 시선을 또다시 잡아채고 있었다.
“왜 내게 말하지 않았는지 나 역시 묻고 싶었어.”
‘이미 날 잊은 사람에게 내가 누구였다는 것을 차마 말할 수 없었어.’
“여전히 날 바라보고 있는 이유역시 네게 묻고 싶었고.”
‘난 이별을 하는 방법을 몰랐던 것뿐이야.’
“하지만 나 역시 네게 기억이 돌아왔다는 것을 말할 수 없더군.”
‘왜…….’
“……왜 내게 말하지 않았던 거야. 왜?”
“여전히 지난 사랑이 대단하다고 믿고 있는 네게 차마 난 ……말할 수 없었어.”
“내가 여전히 오빠 곁에 있어서 놀랐겠네.”
“그래. 바보처럼 여전히…….”
‘맞아 단 하나의 사랑밖에 알지 못하고 단 하나의 사람만을 사랑하는 난 여전히 바보야.’
“윤서야.”
차마 주호의 눈을 바로보지 못하고 윤서는 고개를 숙이고야 말았다.
“내가 없는 동안 넌 모든 역경을 잘 이겨냈잖아. 오히려 내가 돌아온 것이 후회될 정도로.”
‘정말 나쁘다. 돌아온 것이 후회된다고?’
“네가 다짐한 것처럼 넌 이대로 내게서 돌아서면 되는 거야. 다신 나란 놈 떠올리지 말고 널 아껴주고 진심으로 사랑해주는 사람 그런 사람 만날 수 있도록 추억조차 꺼내보지 않으면 되는 거야.”
그의 음성 한마디 한 마디를 가슴에 담을수록 윤서의 아름다운 입술은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다.
“나도 알아. 이대로 오빠를 보내야 한다는 걸 난 너무나 잘 알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