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월 대보름 답교(踏橋)놀이 다음으로 사람이 많이 몰리는 때가 언제인가 하면 바로 사철백전이 열리는 날이었다. 백전이라 함은 문인들이 음주가무와 함께 시를 짓는 놀이인데 참가한 시사 중에는 청국까지 유명한 백탑파가 주목할 만하다. 오늘도 수표교 위에서 또랑또랑한 목소리로 시를 읊는 윤유건에게 좌중의 시선이 몰려있다.
하나 그는 실은 남장여인이니 절대로 그 사실이 들통 나면 안 될 것이다. 여필종부, 남존여비의 삶을 강조하는 조선에서 태어났으나 두려움을 모르는 여인, 송사강.
그녀가 역사가 숨긴 비운의 왕자를 만났다.
자신에게 주어진 삶을 받아들이기보다 자신들이 원하는 삶을 살기위해 고군분투하는 그들이 비밀을 안고 만나게 된다.
정체도 비밀스럽고 하는 일도 비밀스런 그들의 비밀스러운 사랑이야기.
-본문 중에서-
“네가 살아났다는 것 외엔 생각지 않기로 했다.”
사강이 놀랄 새로 없이 인이 다가왔다. 인이 무엇을 하려는지 가늠할 틈도 없이 사강은 인의 품에 갇혔다. 놀란 사강은 소리 없는 비명을 질렀다. 사강의 비명은 인의 입 안에서 붉게 터져 사라졌다.
“으읍!”
사강의 힘없는 손이 인의 가슴을 밀어젖혔다. 무공을 익히며 제게 놀리던 손이나 지금은 베개 하나 옮길 힘이 없어 인에게 닿은 손길은 그저 그 뜻만 전달할 뿐이었다.
“날 막지 마.”
“으…….”
사강은 싫다, 말 한마디 할 기운이 없었다. 인의 어깨를 밀어내려 부여잡은 손아귀 힘조차 겨워 놓치고 말았다. 사강이 그렇게 연약해진 때에 인은 무자비하게 사강을 훔쳤다. 입술이 터지도록 인에게 빨렸다. 더 이상 버틸 수 없을 지경이 될 때까지 혀가 엉켰다.
“하아…….”
인은 낮은 신음을 뱉으며 사강을 더욱 그러잡아 당겨 안았다. 한 치의 틈조차 허용하지 않아 두 사람은 격하게 맞붙었다. 그러나 그러면 그럴수록, 그가 거칠게 감쌀수록 이상하게도 사강은 인에게 섭슬려 들어갔다. 마음마저 그에게 붙들린 듯 매달렸다. 사강은 인의 체온이 주는 안정감에 그의 애욕에 젖은 몸짓은 알아차리지 못하고 그에게 파고들었다.
인은 사강이 손가락 하나 까딱할 수 없는 상태임을 알면서 그녀가 맥 놓고 기대 오자 거칠고 야멸치기만 하던 손길을 조금 물렀다. 마치 자신과 같이 서로의 맘이 동했다 여겼다. 인은 사강의 입술을 나직나직 어르며 핥았다. 위에 것과 아래 것을 자근거리며 당겨 빨았다. 그 입술을 목으로 어깨로 그다음으로 옮기고 싶은 것을 억지로 참았다. 인은 사강의 귓가에 뜨거운 숨을 불어넣으며 말했다.
“도대체 왜지?”
사강은 전신을 감싸는 포근함에 잠식당했다.
“내가 너한테 이러는 거 너무 이상하잖아? 근데 넌, 왜 이런 날 받아 주는 거지?”
사강은 인이 주는 묵직한 손길에 의식이 흐려졌다.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씩이나. 나는 여장을 한 너만 보면……. 나, 왜 이러는 거야? 응? 나는 왜? 도대체 너 뭐야?”
“……실수……. 이건 실수야…….”
사강은 몽롱한 상태로 다시 잠에 빠져들고 있었다.
“실수? 이게 정말 실수야? 널 절대 놓치고 싶지 않은데. 남자, 여자 이런 거 집어치우고 그저 안고 싶은데. 그저 같이 있고 싶은데. 내 마음에 불을 지피는 단 한 사람인데. 그런데도 이게 정말 실수인 거야? 정말…… 실수냐고.”
이티니
콜라처럼 톡 쏘고 솜사탕보다 달콤한 사차원 마당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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