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권	정가	3,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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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순간에 입술을 빼앗긴 단이 작게 저항했다. 그에게 잡혀있는 얼굴을 빼려 고개를 흔들었다. 그러나 무의미한 저항. 커다란 손이 가느다란 뒷목을 움켜쥐었다. 아릿한 악력에 절로 입이 벌어졌다.
벌어진 잇새로 말랑한 혀가 파고들었다. 먹이를 노리는 날짐승처럼, 불꽃을 품은 비수처럼 날카롭고 사나운 몸짓. 예민하게 입속을 범하는 감촉, 단의 입에서 바람 같은 한숨이 새어나왔다.
그의 손이 닿아 있는 뒷목으로 짜릿한 전율이 흘렀다. 그의 연분홍빛 입술이 날래게 움직이면 움직일수록 한숨소리는 점점 커져갔다. 뭔가 세상에서 가장 맛난 것을 먹는 듯 핥고 빠는 그 어린 행위에 숨이 턱턱 막혔다. 갑작스레 봄을 만난 겨울 산처럼 단은 녹아내리고 있었다.

달도 없이 캄캄한 그믐밤을 진정한 야(夜)라 부른다.
나는 열한 번째 그믐밤에 돌아왔다.
어떤 우연과…….
어떤 인연과…….
어떤 운명과…….
그리고 어떤 사랑과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