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온*

소심하고 내성적인 성격인 은온. 그런 그녀가 중학교 시절에 한번 남자에게 끌리고 사랑이라는 감정을 느낀다. 하지만 그 남자는 그녀에게 상처를 주고 그녀는 심한 충격을 받는다. 언니인 세온이 그 남자와 한바탕 격투를 벌이고 그를 볼 용기가 생기지 않은 그녀는 그를 대면하지 못하고 피하게 된다. 그런데 그녀에게 예기치 못했던 불행이 따른다. 그녀가 수렁으로 빠져들뻔 했을 때 구해준 것이 바로 그 남자! 하지만 그 남자가 은온을 구해준 후, 냉담하게 바라보던 한번의 시선에 그녀는 실의에 빠진다. 그리고 자살! 자살에 실패해서 살아나기는 하지만 심신이 병든 그녀는 정신과 치료를 받으며 하루하루를 지내게 된다. 그리고 성인이 되어 그 남자와 재회를 하게 된다. 남자의 집요한 대시. 그러나 그녀는 그를 외면하려한다. 자살을 시도한 뒤부터도 그녀는 그를 잊지 못하고 더욱 사랑하는 마음을 키워왔지만 그를 가까이하는 것이 너무 힘들었다. 그러다가 그의 무대포적인 납치로 단 둘이 지내게 되고 그에 대해 알게되면서 그의 상처받은 마음을 치료해주고 싶어한다. 은온이 그 때문에 상처받았다는 것을 알게 된 남자는 이별을 고하지만 그녀는 그를 잡는다. 이제는 그를 놓아줄 용기가 없었다. 그를 사랑한다는 것을 절실히 실감한 그녀는 그의 곁에서 그가 살아가는 의지가 되어주겠다고 다짐을 한다.



*송선혁*

그를 낳다가 돌아가신 어머니. 그로 인해 죽은 누나. 어머니에 대한 의미보다 누나에 대한 사랑이 훨씬 컸던 그는 자신 때문에 누나가 죽었다는 죄책감을 가지고 성장해나간다. 중학교 시절, 한 소녀를 만난다. 그러나 이미 삐뚤어질 대로 삐뚤어진 선혁은 그 소녀에게 상처를 남기고 만다. 소녀의 모습이 사라지자 눈을 크게 떠 소녀를 찾아내어 바라보게 된다. 사과를 하고 싶었던 선혁은 기회를 만들지 못하고 있다가 어느 날, 소녀가 위험에 처하게 되자 도와준다. 그리고 의미 없이 소녀를 쳐다보게 된다. 그리고는 다시는 소녀를 볼 수 없었다. 그렇게 성인이 된 선혁은 아버지의 기업에 실장으로 자리를 잡게 된다. 그리고 아주 우연히 어른이 된 소녀와의 재회를 하게된다. 선혁의 기억 속에 남아있는 소녀가 아닌 아름다운 여성으로 변해버린 그녀는 그의 마음에 들어와 정착을 한다. 하지만 그녀는 선혁을 외면해버리고 가까이 하려하지 않는다. 그는 그녀를 납치하듯 별장으로 데려갔다가 자신으로 인해 그녀가 상처받았음을 깨닫고는 그녀를 놓아주려고 힘든 결정을 하지만 그녀는 그의 곁에 남겠다고 고집을 부린다. 그녀를 위해서 떠날 준비를 했던 선혁은 그녀의 눈물과 마음을 보게 되고 다시 그녀를 끌어안는다. 그의 어두운 삶에 유일한 불빛이었던 그녀를 자신 속에 가둔 그는 마음을 열려고 해보지만 쉽지만은 않아 더욱 고통 속에서 헤매게 된다.




[맛보기]

어둠이 짙게 깔리기 시작했다. 2층으로 올라온 그녀는 그의 누나 방에서 시간을 보냈다. 그에게 그만 심한 말을 하고 말았다. 결코 입 밖으로 꺼내서는 안 되는 말을 건네고 말았다. 기분이 많이 상했을 그를 생각하니 속상했다. 자신이 뭐가 잘났다고 그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것일까? 그를 분명히 사랑하건만 왜 그에게 다가서지 못하는지, 그의 손길이 닿는 순간 악몽 같은 그 때의 일이 떠오르는 건지 알 수 없었다. 그리고 그는 단단히 오해를 하고 있었다. 그녀가 그를 믿지 못한다고. 그가 그녀를 덮치는 치한으로 여긴다고 생각하는 듯 했다. 그것이 오해라는 것을 알려주기가 쉽지 않았다. 차마 자신의 입으로 16살 때의 일을 꺼낼 수 없었다. 그는 무엇을 하고 있을까? 그녀가 이 방으로 들어온 지 오랜 시간이 되었는데도 그는 그녀를 찾지 않았다. 배도 고파오고 그도 배고플 거라는 생각이 들자 더 이상 이 방에만 있을 수 없었다. 그녀가 방문을 열었을 때, 그가 문가에 서 있었다. 그녀는 뒤로 한 걸음 물러섰다.
"이제야 나올 생각을 했나?"
"뭐예요? 언제부터 있었던 거예요?"
"그게 무슨 상관이야? 내가 당신 곁으로 온 거면 되지 않나?"
그는 그녀를 확 잡아당겨 품에 안고 그녀의 입술을 노렸다. 하지만 그녀의 저항은 거세었다. 막무가내로 덤벼드는 그를 그냥 보아 넘길 수는 없었다. 그의 힘은 그녀가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저돌적이었다. 거대한 힘에 그녀가 대항할 수 있는 방법은 없었다. 그렇다고 이대로 그의 옳지 않은 행동을 그저 눈감아 줄 수도 없었다. 하는 수 없이 그녀가 할 수 있는 방법을 택했다. 그녀는 그의 팔을 세게 깨물었다.
"아악!"
그는 비명을 지르며 뒤로 물러섰다. 그녀도 비틀거리며 뒷걸음질치다가 침대에 부딪쳐 주저앉았다.
"이렇게까지 해야해?"
"내가 하고싶은 말이에요. 이렇게까지 나를 모욕해야겠어요? 나는 당신한테 뭔가요? 사랑하는 여자 맞아요? 사랑한다면서 이런 모습만 보여줘야 하나요? 내가 당신 마음을 안 받아주기 때문이라는 말은 말아요. 그렇다고 해서 당신이 나에게 완력을 쓸 권리는 없어요. 당신이 그렇게 나오면 내가 순순히 당할 줄 알았어요? 내 자신은 내가 지킬 거예요. 설령 힘이 모자라 당신한테 순결을 유린당한다면 그때는 정말로 끝이에요. 나는 무서워요. 알아들어요? 무섭다고요! 당신과의 키스만으로는 몰랐어요. 하지만 당신의 손길이 내 몸에 닿으려할 때, 그 때가 떠오른다고요. 16살의 그 날! 알지도 못하는 남자가 나를 덮쳤어요. 내 옷이 찢겨나가는 소리가 아직도 귓가에 쟁쟁해요. 악몽 같은 순간에 나를 구해준 것이 당신이에요. 하지만 나를 내려다보는 당신의 시선을 경멸이었어요. 내가 그 남자를 끌어들여 수작을 부리기라도 한 것 마냥 당신은 나를 그렇고 그런 여자를 보듯 바라보았다고요. 치한한테 당한 것도 충격이었지만 당신의 시선도 나를 낭떠러지로 내몰았어요. 사랑이라는 감정을 처음 느낀 순진한 소녀에게는 죽음을 불사할만한 충분한 이유가 되는 시선이었다고요. 당신이 싫어. 미워. 자꾸 그 때를 떠오르게 하는 당신이 증오스러워지려해. 날 가만히 두란 말이에요. 자극하지 말라고요. 당신이 보태지 않아도 난 충분히 힘들단 말이에요. 견디기 힘들 정도로 버겁다고요. 그러니까 제발 날 가만히 내버려두란 말이에요."
악에 차서 말을 꺼낸 그녀는 결국 울음을 터트렸고 그는 물린 부위에서 피가 나는 것을 외면하고는 뒤돌아 섰다. 한마디만을 남긴 채!
"내일 서울 갈 거야. 당신을 놓아주겠어."

-본문 중에서-